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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대운하, 어떤 희생 치러도 막아야"(뷰스앤뉴스)

말글 2008. 4. 20. 23:12

법정스님 "대운하, 어떤 희생 치러도 막아야"
"투기꾼과 건설업자만 찬성", "한나라 예뻐서 과반된 것 아냐"
2008-04-20 20:34:08 기사프린트

법정 스님(75)이 20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사안"이라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계 큰 어른이자 불신도가 아닌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법정 스님의 대운하 저지 선언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추진은 더욱 힘들어진 양상이다.

법정스님 "투기꾼과 건설업자들만 운하에 찬성해"

법정 스님은 이 날 1천여명의 불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성북동 길상사 앞마당에서 열린 봄 정기법회에서 작심한듯 "조상 대대로 영혼과 살과 뼈를 묻어온 곳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줄 신성한 땅을 대운하 사업으로 훼손하는 것은 우리 국토에 대한 무례이자 모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님은 군정시절 독재를 비판하는 산문을 많이 썼으나, 민간정부 출범이래는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었다. 따라서 불교계 등에서는 이날 스님의 발언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님은 "이 땅은 사람만이 아니라 겉모습만 다른 수많은 생명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어서 생태계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며 "그런 땅이 근래에 와서 방방곡곡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개발에 의해 피 흘리고 신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청계천은 기존 하천을 복원한 것이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멀쩡한 땅을 파헤치고 토막 내는 반자연적 사업"이라며 "한반도 대운하에 찬성하는 사람은 개발사업으로 주변 땅값을 올려 재미를 보려는 땅투기꾼과 건설업자들 뿐"이라고 질타했다.

◀ 법정스님이 20일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 이 대통령을 당황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예뻐서 총선 과반 된 것 아냐"

스님은 설법에 앞서 행지실(行持室, 주지스님의 거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옛 사람의 말에 일각수(一角獸)가 나타나 세상을 파헤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일각수가 온 국토를 파헤치는 포크레인인 모양"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우회적으로 괴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각수란 말의 형상을 하고 이마에는 뿔이 달려있는, 인도의 전설속 괴수다.

스님은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 의석 획득에 성공한 4.9 총선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예뻐서라기보다 지난 정권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젊은층도 보수화된다고 하는데 지난 10년간 이렇다 할 소득도 없이 구호만 요란하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힐난했다.

스님은 이어 티베트 독립시위에 대한 중국정부의 유혈탄압을 거론하며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티베트 사태 등에 대해 할 말을 못하는 실정이니 양식 있는 사람들과 언론이 정부를 대신해 발언해야 한다"며 "우리도 식민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으니 남의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며 티베트 사태에 침묵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힐난하기도 했다.

최근 천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스님은 "아플 때마다 서서히 소멸해가는 몸의 실체를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며 "버리고 가야할 몸이나 집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이 세상이 인연 따라 잠시 머무는 곳임을 알게 된다"고 지론인 '무소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달마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너그러울 땐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지만 뒤틀리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어질 만큼 옹색해진다"며 "하루하루 잘 살려면 내 마음을 활짝 열어서 살아있는 동안에 마음을 비워내고, 이웃과 매듭을 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 시절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조화로운 삶>을 꼽았던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스님의 준엄한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