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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7500만원 투입된 '동대문 비보이 대회' 졸속 논란

말글 2008. 10. 20. 04:47

1억 7500만원 투입된 '동대문 비보이 대회' 졸속 논란
10월 1~2일 중랑천 제3체육공원서 개최 .. 홍보 부족으로 관중수 저조
김영조 (sol119) 기자
   
▲ 비보이1 동대문비보이전국경연대회에서 비보이들이 화려한 몸짓으로 관중을 사로잡고 있다.
ⓒ 김영조
비보이

 

지난 10월 1일과 2일 양일간 서울 동대문 중랑천변 '중랑천제3체육공원'에서는 '동대문 비보이 전국대회'가 열렸다. 서울시가 예산을 대고 동대문구가 주최한 행사다. 그런데 이번 행사와 관련, 잡음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비보이(B-boy)'의 비(B)는 브레이크(break)를 가리키는 말로, 비보이는 힙합 문화에 심취한 사람 중에서도 특히 브레이크 댄스를 전문적으로 추는 남자를 지칭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은 비보이는 스포츠 중 하나로도 각광받고 있다.
 

'비보이(B-boy)' 대회를 보면 춤꾼들의 이상한 동작들이 나온다. 마치 상대를 비아냥대고 약을 올리는 듯한 동작이다.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뒷골목에서 만들어진 힙합. 그들은 춤을 출 때만은 서로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 상대 구역으로 몰려가 상대의 기를 죽이려고 온갖 동작으로 묘기에 가까운 춤을 추며 시위를 벌였는데, 이것이 비보이들의 경연대회에 단골로 나타나는 '배틀(Battle)'이다.

 

한국 비보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것은 세계 4대 비보이 배틀을 잇따라 석권하며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 2006년 기준 한국에서 활동하는 비보이는 약 3000명으로 추산되며 한국 비보이의 공연 동영상은 전 세계 비보이들의 교과서로 통한다. 또 지난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전야제엔 비보이 '갬블러'가 단독으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젊음의 상징이자 차세대 관광문화의 콘텐츠로 떠오른 이런 비보이 경연대회를 연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2일 오후 6시 행사 직전 '중랑천제3체육공원'을 찾기는 어려웠다. 택시에 설치된 네비게이션에도 표시되지 않아 택시 기사는 여러 번 행인에게 물었지만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 행사장 행사장 들머리임을 알리는 펼침막, 어던 행사인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 김영조
펼침막

겨우 위치를 확인하고 택시에서 내려 체육공원으로 들어가니 들머리에 '행사장'이란 펼침막이 세워져있다. 그런데 무슨 행사장인지 알려주는 친절함은 없다. 조금 더 들어가자 또 하나의 펼침막이 나지막하게 걸려 있었는데 그 앞에는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어 펼침막을 가렸다.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 걸린 펼침막에는 행사 이름만 있을 뿐 주최가 표시돼 있지 않았다.  

 

오후 6시가 한참 지났음에도 객석은 일부만 채워졌다. 1000여명 될 듯하다. 그리고 왜 행사가 늦는지 주최자는 안내를 하지 않았다. 30분이 지나서야 사회자가 겨우 무대에 오른다. 역시 사회자도 늦은 까닭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런 불친절함을 메워주는 것은 역시 비보이다. 결선에 오른 8팀의 화려한 몸놀림에 관중은 모두 넋이 나간다. 나이 든 어른들도 꽤 많은 듯한데 그들도 흥겨운 듯 연방 손뼉을 쳐댄다. 물론 청소년들은 맘껏 환호를 지른다. 역시 최고의 비보이 나라답게 그들의 기량은 대단하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참여한 비보이들은 이렇게 열정적이지만 이를 주최한 구청이나 행사기획자는 무엇을 준비했던 것일까?

 

동대문구는 지난 8월 20일 성공적인 비보이 대회 개최를 위해 기획재정국장을 위원장으로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 한국예총 관계자, 구청직원 3명 등 모두 8명으로 '제안서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5개 업체를 참여시킨 가운데 제안설명회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심사평가위원회 구성부터 잡음이 일었다. 비록 외부인사인 한국예총 관계자 등 3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나 그것은 그럴듯한 포장에 불과했다. 적절한 계약인지를 감시할 관내 사회단체나 구의원 등은 철저히 배제됐고, 구청 관계자 3명, 서울시 관계자 1명 등 위원장 포함 5명의 공무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 펼침막 무대 위에 걸린 펼침막에는 주최가 어디인지도 쓰여있지 않다. (위), 펼침막 행사장 안으로 조금 들어가자 행사펼침막이 걸려 있지만 너무 낮게 건데다 자전거들이 앞을 가로막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아래)”
ⓒ 김영조
펼침막

   
▲ 비보이대회1 시작시각 6시가 넘었지만 관중은 1,000여 명에 불과해 썰렁하다.
ⓒ 김영조
비보이

 

이날 참여한 5개 업체의 제안 설명 결과 1위 영음기획, 2위 KBSN, 3위 시너지 컴, 4위 이스트 마트, 5위 광개토그룹으로 평가되었다. 따라서 상위 2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조달청에 보고하여 8월 29일, 영음기획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8월 말경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영음기획에 대해 알아보고자 인터넷 검색을 해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이러자 이백수 전 동대문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은 영음기획 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그들은 "홈페이지는 보수 중으로 다음 주 중 연결될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회사관계자가 알려준 홈페이지 주소로 접속하면 3일 현재까지 접속이 되지 않는다.

 

영음기획은 입찰 제안서에서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서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터넷 포털 '다음'에 9월 5일 '동대문 B-Boy best championship'이라는 카페를 개설했지만 홍보를 하지 않은 탓인지 4명의 회원만 유지하다가 9월 말 이후로는 접속이 안 되고 있다.

 

역시나 행사를 보러온 관중은 경찰 추산 1일 예선 500명, 2일 결선 2500명에 불과했다. 연일 2만 명의 관중을 모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시민의 피땀이 서린 서울시 예산 1억 7500만원을 투입한 결과는 참담함 바로 그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행사를 지켜본 동대문구의회 백금산 의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관내에는 대학과 중고등학교도 많은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찾기 어렵고 주차시설도 없는 행사 장소 선정부터가 문제였고, 홍보도 거의 되지 않아 기획사는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으며 동대문구청은 제대로 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 나는 집행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임시회의에서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인커넷 카페 영음기획이 개설했다 닫은 인터넷 카페
ⓒ 화면캡쳐
비보이

 

이와관련 이 대회 담당 부서인 동대문구청 문화체육과 담당 팀장은 "처음 장소 선정을 할 때 수용인원 1500명의 동대문체육관과 2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중랑천제3체육관을 놓고 고민했지만 찾기 어려운 점이 있어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넓은 장소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 관내 대학교와 중고등학교에 홍보를 했는데 중고등학교의 시험일자와 겹쳐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게다가 봄꽃이 피는 철엔 많은 사람이 구경나오는 이점이 있었겠지만 가을철 약간 쌀쌀한 날씨에도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또 "적어도 1만여 명이 참석할 줄 알았는데 맘대로 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행사를 기획 진행한 영음기획은 여러 번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그쪽의 생각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왕 어렵게 국민이 마련해준 예산을 들여 하는 행사가 이번을 거울로 삼아 반성하고 차후로는 철저한 계획, 투명한 진행으로 알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구청과 의회 모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행사를 지켜본 이들은 입을 모았다.

 

   
▲ 비보이대회2 경연대회를 시작하고 관중은 25,00여명으로 늘었다. 무대에선 비보이들의 신명이 넘친다.
ⓒ 김영조
비보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0.07 14:26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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