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7.02 00:42
사회 원로들 폐지 운동 나서
"국회의원들이 공천 좌우… 참신한 일꾼 설 땅 없어" 의원들은 '현실 왜곡' 반박
"자치단체장은 지역 주민이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을 모시는 존재다."(정세욱 전 명지대 부총장)
"정치 부패의 절반이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때문이다."(황주홍 강진군수)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위한 사회 원로 선언'에서는 '의원 나리'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사회 원로 선언에는 고건·이수성·이홍구 등 전직 총리 3명과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정치·사회 원로 55명이 참여했다.
- ▲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위한 사회 원로 선언’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이윤구 전 한적 총재, 서영훈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강문규 전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박찬종 전 국회의원.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들은 선언문에서 "정당공천제 때문에 지역 주민의 일꾼이어야 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은 국회의원과 중앙정치에 종속돼 있다"며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방자치와 지역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또 "공천을 둘러싸고 검은돈이 오가고, 온갖 비리와 부패가 난무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국민의 80% 이상이 정당 공천 폐지를 지지하고 있어 정당 공천 폐지는 거역할 수 없는 국민적 요구"라고 밝혔다.
선언식에 참가한 인사들은 조만간 여야 대표들과 국회의장을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각 당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하도록 설득할 예정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당공천제 폐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정당공천제로 인한 비리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법무부가 발표한 지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관련 비리 범죄인 118명 가운데 기초지방선거 관련자는 72.9%에 달했다. 특히 지난 선거부터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돼 출마 희망자들이 늘어나면서 서로 중앙에 줄을 대기 위한 '공천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정세욱 전 명지대 부총장은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성행해 아예 내놓고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똑똑한 사람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절대로 공천을 안 해줘 지역 인재 발굴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의회가 시장을 견제하려고 해도 국회의원이 불러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견제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비판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국회의원이 단체장이나 기초의원을 하수인처럼 부리는 경우가 있다"며 "국회정치개혁특위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법률이 올라가 있기는 하지만 (국회의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출범한 '기초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원로들의 선언을 계기로 아예 정치 세력화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민운동본부의 공동대표인 황주홍 전남 강진군수는 "현재 민주당 당적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를 거부하겠다"며 "현직 기초단체장들과 기초의원, 심지어 도의회 의장 중에서도 공천 거부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천 거부 연대'를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 뛰어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일부 국회의원 중에는 독도는 일본에 내줘도 기초지방선거 공천권만은 못 내준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정당공천제만 폐지돼도 부정부패가 줄어들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운동본부측은 앞으로 대학교수들의 대국민 선언,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정치권을 압박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의 명줄을 쥐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현실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현직 시장·구청장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여당이 졌다는 지적이 있다"며 "오히려 국회의원이 예산과 조직의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시장·구청장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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