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불법행위

고름터진 교육비리, 사회가 키웠다-②(연합)

말글 2010. 2. 25. 05:12

고름터진 교육비리, 사회가 키웠다-②(연합)

비리 혐의 고교 압수수색(자료사진)

파벌주의, 제왕적 교장제, 감시부재 산물
온정주의도 한몫…"사회적 감시 시스템 급선무"

(서울=연합뉴스) 교육.사건팀 = 시설비리에다 성적조작에 매관매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굵직굵직한 교육비리가 끊이지 않고 불거져 나오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학연ㆍ지연을 기반으로 한 교육계의 구시대적 관행과 교장의 `무소불위' 권한 행사를 가능케 하는 현행 교장제도, 회계 및 감사의 불투명성 등을 비리유발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여기에다 `제 식구 감싸기'로 대변되는 교육당국의 온정주의, 교육비리에 대한 사회의 상대적 무관심과 방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결과라고 본다.

   가장 깨끗하고 모범적이어야 할 교육 공무원의 비리에 대한 처벌 수위가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볍다는 비판과 함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질적 비리의 온상 `파벌주의' = 작년 11월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이 빚어졌다.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인 김경회 부교육감이 초등과 중등 인사업무를 담당해온 `교원정책과'를 전면 폐지키로 하자 다수의 공무원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던 것.

   표면적인 이유는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중요부서를 폐지한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부터 실세 장학관ㆍ장학사로 꼽혀온 인사들이 `갈 곳'을 하나 잃게된 데 따른 불만 표출이었다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이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당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항의글 수가 수백 건에 달했다. 특정계파 직원들이 학연과 지연으로 얼마나 똘똘 뭉쳐있는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몇몇 대표적인 사범대와 교대가 가장 강력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 인맥을 이끄는 `대부(代父)' 격인 인물도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승진이나 전보인사 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많은 비리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 `매관매직' 혐의로 구속된 강남의 고교장과 장학사가 같은 사범대 동문 출신이라는 점은 이번 인사비리 역시 고질적인 학연ㆍ지연 문제와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전횡적 교장제, 실종된 감시체계 = 교원평가, 예산집행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 학교장을 견제할 장치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점도 교육비리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불합리한 예산집행, 업체선정 사례가 적지 않아도 학교장이 "내가 결정한 사항"이라고 한마디 하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 평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서울시내 일선 중학교의 최모 교사는 "한 번은 학교 측에 문제있는 수련회 업체를 교체해줄 것을 교장에게 요구했지만, 교장은 (합리적 이유도 없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학교 공사비의 10%는 학교장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을 정도로 교장 권한이 대단했다는 것이 한 교육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산 지역에 근무하는 또다른 교사는 "교감은 교장이 평가하고 교사는 교감이 평가하는데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겠느냐"며 교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근무평정제도의 불합리성도 지적했다.

   부실한 회계 관리와 효과적인 감사 기능의 미비는 오래전부터 거론돼온 문제다.

   아직도 일선 학교에서는 특정 물품을 구입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그때그때 교장과 행정실에 이야기해 비용을 처리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

   일선 학교에 대한 종합감사는 2∼5년에 한 번씩, 그것도 단 사흘간 진행될 뿐이어서 학교 내부에서 조차 "우리는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미온적 대처가 환부 키웠다" = 해당 학교나 시ㆍ도 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비리 공무원에 대한 미온적 처벌도 도마 위에 오른다.
건국대 오성삼(교육공학과) 교수는 "교육비리는 개인이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오히려 교육청의 온정주의가 교육비리를 구조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과부가 발표한 시ㆍ도교육청 공직기강 감찰 결과를 보면 오 교수의 지적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전남의 한 지역교육청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중학교 교사에 대해 고소인 측과 나중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계의결 요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3월 수년 간 학부모에게서 건네받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와 적발된 서울지역 고3 담임교사 22명은 경징계 처분만 받아 역시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교육계가 이처럼 `비리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쓰기에까지 이른 데는 수사당국과 학부모 등 사회 전체의 교육계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당국이 교육계의 관행적 부조리가 도를 넘어섰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교육계 수사는 노력에 비해 소득이 적다는 점에서 사실상 수사를 기피해왔다는 사실은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 학부모는 "솔직히 말하면 최근 교직비리 사태를 엄마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보호자로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수능 일정, 논술점수 등 입시 때문에 조금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무관심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교육계의 자정기능이 마비됐다"며 교육비리를 상시로 감시하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교육비리는 일벌백계할 수 있는 강력한 사회적, 법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등록금심의위원회처럼 학생회, 학부모회도 법제화돼야 한다. 사회적으로 상시적인 감시체제를 마련하고 학교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법과 제도의 구축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고려대 사범대학 강선보 학장은 "교육청 업무의 상당 부분은 일반 사무직 직원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장학사, 장학관은 현장 교사들이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성삼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 나가려면 선거비로 30억∼60억원을 써야한다는 점에서 결국 선거가 부정부패를 유발하는 측면도 있다며 선거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jsle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24 11: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