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비리
장학사출신 교장도 증가 "교육장 되려면 1억원과장은 5000만원 상납"
25일 서울시교육청 비리를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된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은 시교육청 국장 출신 현직 교장 김모(60)씨 수사 과정에서 연루혐의가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공 전 교육감 측근으로 교사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됐다. 검찰은 장학사나 일선 학교 교장 승진을 위한 교사들의 상납 비리나 각급 학교 시설공사 리베이트 의혹에 공 전 교육감이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공 전 교육감 측근들 선거비용 논의
공 전 교육감은 지난해 7월 교육감에 재선된 뒤 바로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출퇴근했다"고 했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측근들이 사무실에 들락거리면서 선거비용 반환문제를 논의했다"며 "10월 당선무효 판결이 난 뒤에 17~18일 더 머물렀다"고 했다.
서울서부지검은 구속된 김씨의 통장에 들어있던 14억원이 공 전 교육감이 지난해 10월 물러난 뒤 반환해야 했던 선거비용과 관련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중이다. 공 전 교육감은 당선무효 판결 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비용으로 줬던 28억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교육장 1억, 과장급 5000만원"
교육관련 인사는 "서울시내 11개 지역교육청에서 일부 교육장은 1억원, 과장급은 5000만원 선을 '윗선'에 상납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고교 교장을 지내다 정년퇴임한 A씨는 교육청 국장 때 장학사 시험 관련으로 교사에게서 돈을 받아 서울서부지검에 구속된 김모씨와 관련, "김씨가 과거부터 후배들에게 '봉투를 들고 관내 교육장에게 인사드려라'고 수시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씨는 공정택 전 교육감의 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학관·장학사가 교장 승진 유리
2008년까지만 해도 교감들이 서울 중·고교 교장에 부임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지난해부터는 교육전문직인 장학관과 장학사가 부임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월 서울에서 중·고교 교장으로 새로 부임한 34명 가운데 교감 출신이 26명으로 76.5%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9월에는 교장 임명자 37명 가운데 교감 출신은 15명(55.6%)으로 줄었다. 대신 2008년 23.5%(8명)이던 장학관·장학사가 지난해에는 44.4%인 12명으로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교육전문직 출신 교장이 거의 2배 늘어난 것이다. 교육계 인사들은 그 시점이 공정택 전 교육감이 연임된 이후 시기와 맞물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 고교 교장 D씨는 "새로운 인사가 교장으로 부임하면 직원들이 '선거 공신(功臣)'인지 단번에 알아본다"고 했다.
◆학교공사 리베이트 20%로 올라
최근 서울 서부교육청 전 시설과장인 임모(53)씨가 창호 공사를 대가로 창호제작업체로부터 35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구속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교육계 전반에 공사나 시설보수 대가로 교육당국과 학교가 특정 업체와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관행이 팽배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04년 공 전 교육감이 당선되기 전인 유인종 전 교육감 시절엔 공사업체가 5~10%의 리베이트를 교육청 관계자에게 줬지만 2004년 공 전 교육감이 부임하고 나서부터는 리베이트가 20%까지 올랐다"고 했다.
☞장학관: 학교 교장과 비슷한 직급으로, 시교육청에선 과장이다.
☞장학사: 학교 교감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장학관 교육업무를 보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