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향하는 한명숙 전 총리
(서울=연합뉴스) 배정현 인턴기자 = '5만 달러 뇌물수수혐의 결심 공판'이 열린 2일 오전 한명숙 전 총리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0.4.2 doobigi@yna.co.kr |
추징금 5만달러…곽영욱엔 징역 3년6월 구형
韓 "뚜렷한 증거없이 추정ㆍ가정으로 기소"
(서울=연합뉴스) 법조팀 =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는 2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달러(6천만원 상당)의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 관직에 있던 사람이 민간업자로부터 인사청탁과 관련해 거액을 수수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장관과 국회의원, 총리 등 고위직을 두루 역임하고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려 거짓된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돈을 준 일시와 장소, 금액, 경위, 동기 등 본질적인 사실관계를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중요 부분에 일관성과 합리성이 있으면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되며 곽 전 사장이 일부 수정한 내용은 그 경위와 이유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오찬 경위나 당시 상황, 관련자 증언 등을 고려할 때 한 전 총리가 5만달러를 받은 점이나 직무 관련성 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약 50분에 걸쳐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표적수사로 생겨난 비극의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최후 진술했다.
변호인은 "유일한 증거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인데 10만달러을 줬다고 했다가 3만달러를 줬다고 하고 또 이를 5만달러로 바꾸는 등 전후 일관성이 없으며 검찰이 제출한 조서에 관련 내용이 온전히 반영돼 있지 않은 등 수사 과정 전체의 진실성과 합리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곽 전 사장에게는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지만, 죄를 인정하고 있고 횡령한 돈을 모두 변제했으며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자백하고 있다"며 징역 3년6월을 구형하고, 곽 전 사장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서 형을 정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6년 12월20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에게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작년 12월22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8일 첫 공판을 시작해 이날까지 13차례의 공판기일을 여는 등 집중심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 왔으며, 이달 9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4/02 20:27 송고
검찰-변호인, 양보 없는 진검승부 5시간
(서울=연합뉴스) 법조팀 =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은 2일 검찰 구형과 피고인 최후진술을 끝으로 100여일 간의 열띤 공방을 마무리했다.
검찰과 한 전 총리측은 지난해 12월22일 기소 이후 3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13차례의 공판, 사상 초유의 총리공관 현장검증을 통해 치열하게 다퉜으며, 마지막 날도 유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5시간여 동안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의견 진술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50여분 동안 사건의 성격과 주요 쟁점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곽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오찬장 상황, 뇌물자금 사용처, 한 전 총리 주장의 허구성 등의 항목을 보여주면서 한 전 총리가 곽씨와 친분이 있고 재판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뇌물을 정말 받지 않았다면 뇌물을 줬다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게 통상적인데 한 전 총리는 곽씨의 진술을 정면 반박하지 못하고 약자나 행사하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하면서 법정 분위기를 한껏 뜨겁게 만들었다.
변호인 측도 물러서지 않고 공소사실과 쟁점, 진술 내용의 합리성, 상황의 타당성, 강압수사 등 항목별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시연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은 "곽씨의 주장이 맞으려면 그가 한시간 이상 돈봉투를 가슴에 넣은 채 식사를 하고, 의전상 이례적으로 총리가 오찬 후 손님 뒤에 나와야 하고, 총리가 돈을 보자마자 집어서 서랍장에 넣는 등 10여가지 전제가 충족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증거가 없으며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은 청탁이 가능할 정도의 상당한 친분있는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변호인 신문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으며,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등의 표현을 써 가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의 의견 진술이 시작되자 피고인석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검찰의 프리젠테이션 자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검찰의 설명을 듣기만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유시민ㆍ장하진ㆍ천정배 전 장관,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참여정부 시절 함께 일했던 인사들을 비롯한 200여명의 방청객이 법정을 가득 메웠다.
한 전 총리의 지지자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은 검찰이 징역 5년형을 구형하자 큰 소리로 검찰을 비난하다가 곧바로 퇴정당하기도 했다.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한 전 총리는 `법이 보장한 권리'에 따라 일관되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고, 검찰은 "수사와 재판은 진실을 찾아가는 치열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었다"며 한 전 총리의 신문 거부에 거듭 실망감을 표시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4/02 23: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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