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거액 수수정황 포착"…辯 "이 시점에서 왜 그런 수사를"
9일 선고공판 재판부에 증거제출 않기로
(서울=연합뉴스) 법조팀 =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건설업체인 H사의 대표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H사와 자회사인 K사,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 수사는 한 전 총리가 공기업 사장 청탁과 함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5만 달러를 받은 혐의와는 별개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은 전날 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데 이어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과 파주에 있는 H사와 K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재무제표와 회계장부 일체, 감사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관련 서류 일체를 확보했다.
검찰과 법원,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부도 상태인 H사의 채권단은 회사의 자금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회사 대표가 거액의 자금을 빼돌려 상당액을 한 전 총리에게 건넨 의혹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2007년 3월 퇴임한 이후 제17대 국회의원(고양일산 갑) 신분일 때 지역구에 있는 H사로부터 여러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본사가 있는 H사는 2008년 3월26일 부도 처리됐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관계자들의 계좌추적 등을 벌인 뒤 H사 대표 등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공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고, 부담은 있지만 안할 수는 없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한 전 총리가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에서 최대한 서둘러 수사를 끝낼 것"이라며 수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주현 3차장 검사는 `별건(別件) 수사'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기소 이후에 `신건(新件) 수사' 과정에서 다른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수사기관의 의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의자의 주된 혐의가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일단 다른 사건으로 구속한 뒤 수사를 이어가는 이른바 '별건 구속, 별건 수사'와는 무관한 '새로운 사건'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아직 초기단계로 시간이 오래 걸릴 공산이 큰데다 기존 뇌물수수 의혹과는 다른 불법 정치자금 사건인 만큼 9일 선고되는 재판에는 증거로 제출하지 않고, 유무죄 판결과 상관없이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 전 총리측은 검찰이 한 전 총리의 선고공판을 하루 앞둔 이날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명백한 흠집내기용 수사"라고 말했고, 한 전 총리측 조광희 변호사는 "처음 듣는 이야기고 이 시점에서 왜 그런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4/08 17:4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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