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의정☆자치행정

<이제는 감시다> ③ '종이호랑이' 지방의회 키우자(연합)

말글 2010. 6. 6. 20:04

<이제는 감시다> 용인 하수종말처리장내 전망타워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용인시가 수지 하수종말처리장에 짓고 있는 전망타워. 주위가 대부분 아파트와 고속도로여서 전망타워가 들어설만한 곳이 아니라는 지적에도 186억원의 세금이 투입돼 건설되고 있다. 2010.6.3 transil@yna.co.kr

고속도로변에 웬 전망타워?..고삐 풀린 지자체 방만 경영
"복마전 행정 감시ㆍ견제 위한 제도개선 원년으로 삼아야"
"감사기능 독립시키고 수요예측 잘못 책임묻는 방안 필요"


※편집자 주 = 앞으로 4년간 지방행정의 미래를 결정할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뽑힌 3천893명의 풀뿌리 일꾼들이 집행하는 세금은 중앙 행정기관보다 많고 지역주민의 실생활과도 밀접하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무관심과 냉소 속에 지방자치단체들은 비리의 복마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선 5기를 맞는 지방자치가 보다 건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5편으로 나눠 짚어본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경기도 용인시 죽전역 인근 수지 하수종말처리장(레스피아)에는 높이 100m 이상의 초대형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언뜻 일반적인 사무실 빌딩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독특하다.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을 유리 외벽이 감싸고 있는 형태이며 층 구분도 없다.

   이 건물은 용인시가 186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전망타워다.

   하수종말처리장을 혐오시설로 여기는 지역 주민을 달래기 위해 탈취시설을 아예 호화 전망타워로 만든 것.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인근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양하늘(28) 씨는 "주변에 볼 것이라고는 아파트와 고속도로뿐인 곳에 그 많은 돈을 들여 전망대를 짓는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전망타워는 기존의 하수종말처리장 건설계획에 부대시설로 추가되는 방식으로 지어져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의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았다.

   용인시 의회는 뒤늦게 올해 투입될 예산 30억원을 전액 삭감했지만 이미 건물은 완공단계다.

   용인참여자치시민연대 한홍기 대표는 "다른 시급한 현안들은 제쳐놓고 고속도로밖에는 볼 것도 없는 곳에 전망타워를 짓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꼬집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우리가 내는 세금의 절반 이상을 쓴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견제와 감시에서는 한 발 비켜 있다.

   그렇다 보니 각종 전시성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엄청난 빚에도 호화청사가 버젓이 들어선다.

   전문가들은 6.2 지방선거에 의해 출범하는 민선 자치 5기에서는 지자체의 방만한 경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수요예측 잘못하면 지자체에 책임 물어야"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지방채 잔액은 25조5천억원. 1년 전에 비해 34.1%나 급증했다. 정부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에 이른다.

   지자체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는 거둬들이는 세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취득세와 등록세는 물론 재산세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정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방만한 지출에 있다.

   지난해 8월 강원도 고성에 들어선 비무장지대(DMZ) 박물관도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이뤄진 예산낭비 사례로 꼽힌다.

   450억원을 들여 건설한 이 박물관은 당초 하루 8천∼9천명이 찾을 것이라는 장밋빛 구상 아래 개관했다.

   그러나 실제 관람객은 하루 300여명 수준에 그쳐 월 1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

   140억원을 투입해 지은 이 박물관의 다목적센터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만 대관돼 수입이 25만원에 그쳤다.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0.8%로 16개 광역 지자체 중 14위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최인욱 예산감시국장은 "사업 타당성 검토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검토기관은 발주처인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수요 예측이 틀렸을 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DMZ박물관
작년 8월 문을 연 강원도 DMZ박물관<자료사진>

   대통령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되는 호화판 청사도 문제다.

   호화 청사 문제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는 24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인 52.2%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18곳에 달한다.

   이 중에는 자립도가 최하위권인 전북 임실(11.5%), 대전 동구(12.2%), 전남 신안(12.7%) 등도 포함돼 있다.

   필요한 곳에 투입될 예산을 줄이고 빚을 내 멋진 청사를 짓는데 몰두하는 것이다.

   청사뿐만이 아니다. 지자체 규모에 걸맞지 않은 호화로운 문화예술회관도 전시행정의 상징처럼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 '솜방망이' 감시제도 개선책 절실.."감사기능 독립시켜야"
이같은 지자체의 헛돈 쓰기는 감시와 견제가 부실한 탓에 가능하다.

   지자체의 자체 감시 기능이 빈약한 상황에서 지방의회는 같은 당 소속이 대부분이다 보니 감시 기능이 무딜 수밖에 없다.
중앙 행정기관도 자칫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를 훼손할까 봐 깊숙이 관여하기 힘들다. 주민들마저도 자신들의 실생활과 직결됨에도 지자체 행정에는 무관심하다.

   전문가들은 "복마전이 되고 있는 지자체를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를 감시와 견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자체의 건전 재정을 위해서는 우선 지자체장이 직원을 감사관으로 임명하는 제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사관으로 근무했다 1∼2년 뒤에는 다른 부서로 옮겨야 하는데 인사권자인 지자체장의 행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오재일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전남대 교수)은 "단체장이 해당 단체의 감사관을 임명하는 제도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감사기능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의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을 감시해야 할 의회도 대부분 지자체장과 같은 당 소속이어서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도 많다.

   민선 5기에도 지역 단체장과 의원이 같은 당인 경우가 많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한통속으로 돌아간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지방의원들이 공공정신을 갖고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주민들도 공공선 지향하도록 의식전환 필요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예산집행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투융자 심사제도라는 게 있다.

   3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자체 사업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심사를 진행하는 제도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투융자 심사에서 '재검토'나 '부정적' 결과를 받았다 해도 지자체가 사업을 강행하면 이를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관계자는 "호화 청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다 보니 투융자심사 과정에서 규모를 줄이라고 했지만 무시하고 원안대로 추진한 지자체가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투융자 심사제도는 지자체가 책임지고 해야 할 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중앙정부가 도와주는 차원"이라며 "심사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 해도 법령 위반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투융자 심사제도를 강화해 지자체의 예산집행을 통제하기도 어렵다.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있는 취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의식 전환도 요구된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결국은 표가 되니까 호화 청사를 짓고 난개발을 하는 것"이라며 "공공 선(善)을 지향할 수 있는 주민들의 자기 제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ransi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6/03 07:30 송고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
지난 4월 여권 위조 혐의로 서울에서 검거돼 검찰로 압송된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자료사진)

인사권 전횡 견제 위한 인사청문회 검토해야
주민.법조인.언론인 참여 부패방지위도 대안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시.군.구는 기초단체장의 작은 왕국입니다.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은 관할 지역에서 거의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 2월 민종기 당진 군수 등의 비리 혐의에 대한 내사에 들어가면서 그가 누려온 권력에 깜짝 놀랐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민 군수는 업체들에 관급공사를 몰아준 뒤 별장과 고급 아파트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위조 여권을 이용해 해외 도피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그는 그러나 잠적 5일 만인 지난 4월28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검찰 수사관들에게 적발되자 액션영화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엽기적인 도피행각을 벌이다 검거됐다.

   자치단체장들의 폭군적인 성향을 비웃는 또 다른 비유도 있다.

   경북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해온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수해(水害)가 나면 주민은 우는데 단체장은 웃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한탄했다.

   물난리가 나 토목공사 건설 수요가 생기면 이를 고리로 단체장과 지역 건설업체들이 이익을 챙긴다는 소리다.

   이 교수는 "특정 지자체에선 항상 특정 업체가 사업을 따간다. 공식적으론 '노하우도 있고 사업 경험도 많다'는 게 선정 사유지만, 비공식적으로 알아보면 (단체장과) 다 커넥션이 있다"고 말했다.

  
◇ 인사권.개발권으로 '작은 왕국' 구축
자치단체장, 특히 기초단체장이 비리의 유혹에 빠져드는 원인으론 대통령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력을 꼽을 수 있다.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면 각종 인허가권과 도시개발사업, 공유지 매입.매각 등 각종 이권사업을 주무를 수 있다.

   여기에 자신이 수장인 자치단체의 부단체장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갖는다.

   이 두 개의 권한은 단체장이 공직사회 안팎에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공고한 공생구조가 구축되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단체장은 소속 공무원이나 민간 사업자 모두에게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 번 당선되면 임기가 4년인데 이를 기반으로 재선, 삼선을 한다"면서 "재선 이상 하는 사람은 자기 인적 구조가 공직 내외에 꽉 짜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사업자들은 자치단체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소환돼도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번 입을 열었다가는 관급공사 수주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단체장들의 토착 비리를 조사해온 그는 "일부 단체장들은 비리사건과 관련한 민간 사업자를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담당 공무원을 휴가를 보내는 방식으로 감찰을 방해하는 기가 막히는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당진군 주민 남모(41)씨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아직 멀었다. 분하고 창피하다"고 탄식했다.

   민선 4기 기초단체장 23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0여명이 기소됐다.

   광역단체장도 5명이나 된다. 특히 기소된 기초단체장 중 30여명은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였다.

   그래서 기초단체, 특히 규모가 작은 지자체는 자치를 하는 게 맞는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거나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지방자치도 벌써 5기째인데 부정.부패를 없애지 못하면 지방자치가 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복되는 단체장 비리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정당공천제가 꼽히기도 한다.

   서울시의 한 국장은 "공천헌금이든, 비자금이든 공천 과정에서 돈이 들어가는데 이걸 결국 당선 후에 인사권이나 건축.개발 권한을 이용해 회수하려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천제가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더 많이 돈이 든다는 점에서 단체장 비리의 원인을 공천제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돈 없이 출마할 수 없는 고비용 선거 구조도 단체장 비리의 유인이 된다는 얘기다.

  
◇ "인사청문회와 부패방지위 도입해 보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견제와 감시의 부재를 제1 원인으로 꼽는다.

   오재일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전남대 행정학 교수)은 "기초단체장 권력의 비대함보다는 견제.감시를 받지 않는 게 부정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단체장의 인사권과 재정 편성권, 인허가권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 사무처장은 특히 단체장들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의 하나로 인사청문회를 제시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정부 산하 공기업이나 본청 국장급 인사 때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방자치단체 산하에 인사위원회가 있지만 부단체장이 위원장이고, 인사위원 역시 단체장이 임명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쓴소리를 할 사람은 아예 위촉되지도 않고, 설령 위촉돼도 나머지 위원들끼리 위원회를 열어 후다닥 처리해 버리는 일도 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인사위원은 통상 짜여진 각본에 따라 (단체장이) 자기 말 잘 들을 사람을 뽑는다"며 "시장의 인사권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인사위를 구성하는데 시장이 인사위원을 뽑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오재일 교수는 "인사위가 우리나라처럼 유명무실한 나라도 드물다"며 "단체장과 지방의회, 전문가들이 인사위원을 3분의 1씩 추천해 임명하면 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장들의 비리를 견제하기 위한 또 다른 제도적 개선책으로는 지방정부 산하에 부패방지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금 사무처장은 "전문가와 시민단체, 언론인, 법조인들로 부패방지위원회를 구성하면 단체장들의 비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isyph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6/04 07:30 송고

 


의회 자율성 저해 '정당공천제' 개선 목소리 높아
"지방선거에만 후보 내는 독일식 지역정당 검토를"

(베를린.서울=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신재우 기자 = "A 후보자, 지난 4년간 구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조례안을 1건 발의했더군요. 그 내용이 뭐였죠?"
"음...왜 그런 걸 묻습니까. 그보다는 현 구청장의 실정을 심판하는 게 ..."
지난 3월 광주 동구문화센터에서 열린 동구 구청장 예비후보들의 토론회 자리에는 500여 명의 청중이 몰려들었다.

   청중은 당시 구의회 의장까지 지낸 A 후보자가 4년간 단 1건의 조례안을 내놓고 그 내용조차 기억하지 못하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지방의원들의 조례안 발의 건수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4대 광역의회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 건수(2006년 7월~2010년 1월)를 조사한 결과 의원 1인당 평균 발의 건수는 2.07건에 불과했다.

   경북도와 부산시 의회는 1인당 발의 건수가 1건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서울시의회 의원 14명은 조례안을 1건도 발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발의된 조례안의 절반 이상은 의회 사무 관련이거나 상위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제정하는 것으로 실제 시민 생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지방의회가 의회 본연의 기능인 자치법규 제정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감독 기능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강원도의회는 1조5천억원 규모의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던 강원도개발공사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이 사업은 당시 상당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지만, 의원들은 "정상영업을 개시하면 만기 도래하는 공사채를 감당할 수 있다"는 개발공사의 '부실한' 답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정부가 개발공사에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주문하자 "도가 100% 출자한 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이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한 사람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지방의회는 문제가 될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지만, 실제 조사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 '정당공천제'로 지방의회 무력화
지방의회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게 된 것은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제에서 비롯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5년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영남과 호남 등 많은 지역에서 한 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모두 장악한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한솥밥'을 먹는 처지에 의회가 집행부를 감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4대 지방의회의 조례안 가결률을 살펴보면 '1당 체제'인 울산.부산.광주시의회는 단체장이 제출한 조례안의 90%가량을 원안 그대로 가결했다.

   다양한 정당이 분포하는 제주시의회의 원안 가결률이 36%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의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례안을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지방의회가 지역구 국회의원의 사유물이 되고 참신한 정치 엘리트들의 진출이 봉쇄되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순은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당공천을 하는 영국과 독일은 당원이 공천권을 행사해 잡음이 없고, 미국은 정당공천의 부작용을 우려해 지방정부 70%가 선거 시 정당표시를 금하고 있다"며 "우리처럼 정당공천을 국회의원이 지역정치 장악의 도구로 쓴다면 아예 폐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어떤 정당이 공천한 사람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있느냐?"며 "정당공천은 정당정치가 정상화하면 그때 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배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학계와 시민단체,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정당공천제 폐지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인재를 충원하기 위한 다른 방안들도 나오고 있다.

  
◇ 독일식 지역정당 대안으로 떠올라
독일처럼 지방선거에서만 후보를 내고 공천을 하는 지역정당 창당을 허용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정당의 경우 공천 헌금이나 밀실 공천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충성하는 인물을 공천해 능력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는 지역정당(local party)의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남부 독일의 바이에른당이나 북부독일의 독일당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전국 정당에 의해 대변되지 않는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은 지방자치의 최저 단위인 게마인데에서 유권자단체(Waehlergemeinschaft)들이 지역정당 역할을 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만1천500여개에 달하는 게마인데는 말 그대로 풀뿌리 지방자치 단위로, 우리나라의 리(里) 정도에 해당한다.

   '자유유권자연대', '일반유권자공동체', '시민의 복지를 위하여' 등의 명칭을 갖고 있는 이들 유권자단체는 상당수 게마인데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자유유권자연대'는 각 지역정당의 연합으로 전국 조직을 갖고 있으며 2008년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에서는 기사당(CSU)과 사민당(SPD)에 이어 10.2%의 득표율로 제3당을 차지하기도 했다.

   자유유권자연대는 또 2004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게마인데 선거에서는 34.4%를 득표하기도 했다.

   이들 유권자단체는 공통적으로 유권자의 정책 참여와 지역 자치체제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연방의회와 주의회는 물론 우리나라의 구나 군 단위에 해당하는 300여개의 크라이스(Kreis)와 100여개의 자치시에서는 기민당(CDU), 기사당, 사민당, 자민당(FDP), 녹색당, 좌파당 등 전국 정당들이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 지방 의회사무국 인사권 독립 시급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권한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중 의회사무국에 대한 인사권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의회사무국은 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기구임에도 사무국 직원에 대한 임명권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방의회 의장이 아닌 자치단체장이 행사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의회 국강현 의원은 "사무국 직원들은 언젠가는 시청, 구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의원 보좌에 집중하기보다 단체장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을 선발할 때 의회 직렬을 따로 만들어 의회사무국 직원을 따로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역시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임명되는 의회 상임위원회별 전문위원들도 실제 '전문가'로 채용할 수 있어 의정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의 독선을 견제하려면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체장의 인사가 적절한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는지 국회처럼 청문회를 통해 알아보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광역단체의 국장급, 산하 공기업 사장에 대해서는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의정비 인상에 대해서도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2009년 기준 의원 1인당 평균 의정비는 광역의회 5천302만8천800원, 기초의회는 3천436만원이다.

   김순은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의 보수는 연간 17만달러(2억400만원), 런던 시의원은 5만4천파운드(9천500만원)로 웬만한 중산층 임금 수준"이라며 "실력 있는 지역의 일꾼이 진출하려면 풀타임 근로자의 임금 수준으로 의정비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연대 금홍섭 사무처장도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으로 의정비 상한선만 정하고 그 안에서 주민들이 의정비를 결정하도록 하자"며 "낡은 정치구조를 바꾸려면 의원들이 제대로 일할 바탕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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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6/06 07: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