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얼룩 기초단체들 너도나도 `자정 결의'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선 5기 체제 출범과 함께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에 '청렴'을 화두로 내세운 개혁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임 단체장들이 비리에 휘말려 구속되거나 도주하면서 행정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군을 중심으로 새 단체장 취임식이 '자정 결의대회' 성격으로 치러지는가 하면 상당수의 자치단체가 강도 높은 부패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는 민선 3, 4기 자치단체장의 38.3%가 기소돼 이 중 34.0%가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한 논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보다는 자칫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할 우려를 내포한 현행 지방자치제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자체의 청렴과 개혁바람이 새 단체장 취임 직후의 일회성 또는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반의 혼탁한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주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자정 결의대회로 변한 취임식
지난 1일 전남 여수시민회관에서 열린 여수시장 취임식은 전임 오현섭 시장이 수뢰사건 연루 의혹을 받으며 잠적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침통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김충석 시장은 "지금 여수는 총체적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썼고, 시민들의 사기는 떨어졌다."라며 "저부터 청렴하고 깨끗한 시장이 될 것이고, 2천여 직원들도 청렴한 공직자가 돼달라"며 '청렴에 청렴'을 거듭 강조했다.
민종기 전 군수가 업자로부터 12억원대의 아파트와 3억원대의 별장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취임한 이철환 충남 당진군수도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공직자 자정결의대회를 택했다.
이 군수는 지난 5일 당진 문예의 전당에서 군청 공무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정결의대회에서 "공직사회가 변해야 당진 지역사회가 변한다."라며 "청렴하고 정직한 생활태도는 공직자의 기본인 만큼 기본조차 되지 않은 공무원이 있다면 옷을 벗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라며 공직사회의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촉구했다.
◇시.군별 강도 높은 자정대책 잇따라
올해를 '부패척결 원년'으로 정한 전남 완도군은 직원이 부정과 비리에 관여하거나 연루되면 반드시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공무원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조례'를 제정하는 등 부패에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말 그대로 단 한 건의 비리를 저질러도 공직 생활을 그만두게 하는 제도이며 공무원 부조리 신고 보상제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비리를 신고한 사람에게 최대 1억원을 한도로 신고금액의 20배를 지급하게 된다.
강원 속초시도 최근 '부패제로 클린속초 실현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속초시는 2개반 6명으로 구성된 복무기강 점검단을 편성해 연중 상시 운영하고 비위 혐의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직위해제와 함께 상급자에 대해서도 연대책임을 묻기로 했다.
회계와 건설, 위생 등 부조리에 취약한 10개 분야의 관리와 감찰을 강화하되 이 같은 조치가 자칫 소극적인 행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에 대해서는 과감히 면책하는 '면책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민선 이후 4명의 군수가 모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등 단체장 불명예 지역으로 '낙인'이 찍힌 전북 임실군도 도덕성 회복을 위해 '민관협력 클린위원회'를 구성해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클린위원회는 군민으로부터 인사와 계약 등 공직사회 내부비리와 예산낭비 사례 등을 제보받아 비리척결에 나서게 된다.
경북 포항시는 기존 감사담당관실 조직을 1담당관, 4담당 체제로 확대하는 등 자체 감사기구를 강화하고 전산 감사기법을 도입해 각 부서에서 처리한 등록 문서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한편, 공무원의 금품 요구, 압력과 청탁, 예산 낭비 등 비리를 접수하는 '감사담당관 직통 핫라인'도 개설했다.
특히 전산 감사기법을 통해 음주운전과 같은 품위 손상행위를 사전에 밝혀 즉시 대기발령을 내거나 하위 부서로 전보하는 등 신속한 인사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전임 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충북 옥천군도 개방형 감사관제를 도입하고 인사위원회 위원중 절반 이상을 읍.면 주민자치위원회나 이장단, 공무원노조 추천인사로 위촉하는 등 군민 참여를 통한 감시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광역단체도 부패방지 대책 부심
직원들의 자체 비리를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일선 시.군의 비리에 대한 감독책임까지 있는 광역자치단체들도 부패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16개 광역단체 중 꼴찌였던 경남도는 다음 달 중 '경남 청렴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대표 등 10명을 옴부즈맨으로 위촉해 공사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현지 감사활동과 함께 관련 계약서와 서류를 검토하는 모니터링제를 시행한다.
충북도는 청렴한 조직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감사관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상 내년 6월말까지는 외부 감사관 영입이 유예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 시종 도지사의 의지가 강해 이보다 일찍 외부 감사관이 영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시는 내부고발시스템 도입과 부패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골자로 연초에 발표한 '반부패 청렴대책'을 민선 5기 출범에 맞춰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라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협조와 동참을 호소하는 시장 서한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또 공직사회의 청렴문화 정착을 위해 청사내 엘리베이터 전광판과 로비 배너광고, 도시철도 역사 및 전동차내 모니터, 시정광고판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통해 시민의 협조와 동참을 당부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20일 열리는 시장.군수 정책협의회에서 김문수 지사와 도내 31명의 기초단체장이 서명하는 '청렴행정 실천 협약'을 추진 중이다.
협약은 시.군의 특화발전을 위해 어려운 현안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소속 공직자들에 대한 청렴교육과 부패 통제를 위해 노력하며, 모범적인 봉사와 청렴실천에 협조한다는 내용을 담게 된다.
(이윤승 박기성 김영만 유의주 전승현 이종건 심규석 이승형 기자)
yej@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7/08 0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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