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첫 도입, 전국 90여개 자치단체 시행
예산 편성때 부터 개입.."주민참여 기회 넓혀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주민참여예산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지급유예선언을 계기로 자치단체의 예산 방만 운영과 예산편성 및 집행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집행부와 지방의회 간의 담합 등 지방권력의 유착을 밀착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 북구 최초 도입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한 곳은 광주 북구다.
2004년 3월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제정한 광주 북구는 다른 지자체들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조례 제정에 따라 그동안 제기된 주민 의견 736건 가운데 502건이 반영될 만큼 주민 참여가 활발하고 실제 반영률도 높다.
96명이 참여하는 예산참여 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서 8월 예산 편성 과정을 설명하는 예산학교, 9월에는 중앙정부 방침과 지난해 결산내용을 밝히는 사전 설명회, 10월 예산요구안을 분과별로 분석하는 논의 등 예산 수립 단계별로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동구와 북구가 지난 2005년부터 각각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고 몇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구는 현재 65명의 시민위원이 구정의 주요 사업을 제안하고 제안된 안건에 대해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구는 특히 2006년 단체장 공약이던 '랜드마크 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용역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구청장이 사업을 부활시키려고 했지만 주민참여예산제 시민위원의 결정에 구의원들이 동조하면서 결국 이를 막아냈다.
동구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환경복지 분야의 예산반영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위원회가 주민의 건강과 복지, 문화생활 등에 대한 사업을 많이 제안하면서 반영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90여개 자치단체 시행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에 대한 주민참여 욕구가 높아지면서 2006년 옛 행정자치부가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17개 지자체가 도입했고 이후 80여개 자치단체가 추가로 동참했다.
민선 5기 들어서도 충남도를 비롯해 경기 오산시, 경북 칠곡군 등에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민선시대로 접어든 교육청에서도 예산 부문에 민간인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하는 대부분 자치단체는 조례 제정 이후 연간 한두 차례 형식적인 회의를 열거나 제한적인 설문조사 등으로 일회성 요식행위에 그쳐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 본예산 편성 단계에서 인터넷을 통해 도민 의견접수→실.국별 토론회→종합토론회 등의 절차로 진행하며, 11월 열리는 종합토론회는 각 시.군별 일반 시민과 직능단체, 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토론회는 여론 수렴 정도에 불과하며, 실제 특정 사업이 예산에 반영되거나 삭감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전남 담양군은 2007년부터 조례를 제정 운영해 오고 있으나 주민참여가 거의 없어 유명무실하다.
45명을 주민참여 위원으로 위촉했으나 전체 회의가 열린 것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한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으며 인터넷 설문조사 9건이 주민참여사례 전부다.
경남 김해시는 2007년에 주민참여예산제를 조례로 제정했지만, 내용은 예산 편성 한 달 전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상 설문조사와 지역 내 이ㆍ통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를 나눠주고 추후 예산편성에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남 고성군도 2008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예산 편성 한 달 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지만, 지난해 추경예산편성 시 의견을 제시한 주민은 3명에 불과했다.
◇주민참여기회 확대 절실
현재 일선 자치단체에 제정된 주민참여예산조례는 대부분 2006년 당시 옛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만들어 내려 보낸 안에 따르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와 시민위원회 운영 등을 '할 수 있다', '둘 수 있다'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자치단체도 적극적으로 제도 도입에 나서지 않고 있고 주민참여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제도를 도입한 자치단체가 예산편성 과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데 그쳐 예산집행과정이나 사후정산 등 감시 부분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경기도 예산담당 부서 사무관은 "광역지자체는 도내 31개 시.군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특정 사업과 관련된 주민들의 요구가 예산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아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핵심은 주민의 참여이며, 주민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지역회의·예산위원회·예산협의회·예산연구회 등의 구조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민참여예산제도 조례가 지정된 90여개 지자체 가운데 '지역회의'를 규정한 곳은 10개 미만이다.
좋은예산센터의 최연하 연구원은 "상당수 지자체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충분한 여론 수렴을 위해서는 위원회, 연구모임 등 의견수렴 통로를 확대해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시민이 참여하는 예산토론회는 사전 협의와 준비가 충분하면 현장의 목소리가 시의 정책과 예산에 반영될 수 있지만, 시의 일부 관련 부서는 여전히 제도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형식적인 단발성 토론회 개최에 그쳐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진발 김광호 이은파 여운창 김영만 신민재)
min365@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7/16 14: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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