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그대로 두면 안돼
(무안=연합뉴스) 박준영 전남지사가 5일 영산강 바닥에 쌓인 퇴적토 준설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강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방기사 참고>> 2010.8.5 betty@yna.co.kr |
사업 필요성 공감대 속 광주시-전남도 이견
보 건설ㆍ대규모 준설에 종교ㆍ환경단체 반발
(무안=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정부의 4대강 사업지구 가운데 하나인 영산강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수질이 4급수로 농업용수로도 쓰기에 부적합한 강물을 그대로 두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영산강이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추진되는데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영산강 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 소신이 확고한 반면 강운태 광주시장은 현행 사업방식이 토목공사 위주라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역민들이나 기관ㆍ단체들도 영산강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보 건설과 준설을 위주로 한 전체 사업 공정률은 20%에 이르고 있지만 영산강이 정부의 4대강 논란에 휩싸여 있는 한 사업추진에 대한 찬반의견이 쉽게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산강 사업..뭘 담았나
영산강은 전남 담양군 용면 가막골에서 목포시 영산강 하구둑까지 129.5km로 광주광역시와 전남 2개시 6개군을 따라 흐르며 유역면적만 3천455㎢, 유역내 인구도 225만7천명에 달한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대규모 준설과 수질개선, 수중보.홍수조절지.농업용저수지 건설, 둑 보강, 생태하천 및 자전거 길 조성사업 등으로 요약된다.
사업비는 3조3천634억원에 이르며 나루터와 황포돛배를 복원해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영산강은 과거 바닷물이 중류지역인 현 나주 영산포까지 흘러 바닷배가 드나들 정도였으나 해마다 반복되는 홍수피해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상류에 4개 댐과 하구둑을 축조했다.
이후 갯벌은 농지로 바뀌어 쌀을 생산하고 웬만한 가뭄에도 농사가 가능해졌으나 하천바닥에 쌓인 퇴적토와 높은 하상으로 홍수에 취약해 졌고 하천에 흐르는 물이 부족해 자정능력도 약화됐다.
4개 댐은 연간 용수유입량 265만㎥중 12%만 영산강 하천유지 용수로 공급해 갈수기에는 극심한 유량부족에 허덕이고 광주구간을 거치면서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져 생활용수로는 도저히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승촌보 공사현장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영산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하나인 광주 남구 승촌보 공사 현장에서 보 사이로 영산강이 유유하게 흐르고 있다. 승촌보 공사현장에서는 오니(汚泥. 더러운 흙) 등 강바닥에 쌓여 있는 오물과 흙을 파내는 굴착기 준설작업이 한창이다. <<지방기사 참고>> 2010.8.5 minu21@yna.co.kr |
상류는 강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물이 말라 있고 하류는 악취로 강 인근의 호텔이나 음식점들이 사라졌다.
급기야 생활하수와 강 인근 축산폐수, 퇴적오니 등으로 수질이 농업용수로도 쓰기 힘든 4급수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1998년부터 2005년까지 4대강 치수계획 예산이 한강은 127%, 낙동강은 80%, 금강은 62%가 집행됐지만 영산강은 생활용수가 아닌 농업용수라는 이유로 오히려 절반도 안되는 49%만 집행돼 방치되다시피 했다.
◇사업은 어디까지 진척됐나
영산강 사업의 7월말 현재 전체 공정률은 19.98%로 보를 설치하고 있는 2공구인 죽산보는 33.32%, 승촌보는 31.65%로 보 건설지구는 다른 사업지구에 비해 사업진척이 빠른 편이다.
하천 준설토는 예상발생량이 2천700만㎥로 현재 501만㎥를 처리했으며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준설토는 골재적치장 3곳에 나눠 쌓아놓거나 6개 지구 농경지리모델링 사업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기인 현재 보 건설현장에서는 가물막이가 완전 철거돼 수해에 대비하고 있고 영산지구 등 11개지구 33곳에서 문화재 보호법에 따른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위탁된 사업지구 보상문제의 경우 전 구간의 감정평가가 완료됐고 국유지는 영농보상이 완료됐으며 현재까지 협의보상의 71%가 마무리됐다.
올해 안에 보와 둑 보강 등 주요공정의 60%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 우기 이전에 보와 둑 등 주요 구조물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영산강 승촌보지구 건설감리단 관계자는 "영산강 사업지구는 우기에도 불구하고 공정률은 계획대비 초과 달성하고 있다"며 "영산강을 살리자는데에는 모두 뜻이 같기 때문에 공사진척이 앞으로도 늦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전남도 이견 해소가 관건
워낙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는 총론에는 지역민은 물론 정치권이나 광주시와 전남도, 사회단체 등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사업방식 등 각론에서는 단체장이나 기관, 단체마다 입장이 갈리고 있다.
준설작업 한창인 승천보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영산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하나인 광주 남구 승촌보 공사 현장에서 오니(汚泥. 더러운 흙) 등 강바닥에 쌓여 있는 오물과 흙을 파내는 굴착기 준설작업이 한창이다. <<지방기사 참고>> 2010.8.5 minu21@yna.co.kr |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거론되기 전부터 영산강 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박준영 전남지사는 "영산강은 지역현안 사업으로 외면해선 안된다"며 영산강 사업 추진 의지를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보 건설에는 사업초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보를 세우지 않을 경우 환경파괴가 불가피한 엄청난 규모의 준설과 둑쌓기가 필요하다"며 이에 찬성하는 쪽으로 선회하며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반면 강운태 광주시장은 "보를 설치하고 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준설을 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며 "최대 오염원인 광주시의 생활하수 등을 걸러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관상 강 시장은 당론을 따르는 모양새다.
민주당도 당론으로는 4대강을 반대하고 있지만 영산강의 경우 찬성하는 지역여론도 만만찮아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역 국회의원과 당직자들로 이뤄진 탐방단까지 꾸려 현장을 방문하고 협의에 나섰지만 서로 다른 기존 입장만 확인한 채 의견조율에 실패했다.
지역 단체.기관들이나 지역주민들도 영산강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목포상공회의소 등 지역상공인이나 영산강 유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영산강이 하구둑 축조와 생활하수, 축산폐수 등으로 오염됐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필요하다"며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환경단체들은 영산강도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으며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에 반대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광주·전남의 종교계, 환경단체, 시민들은 전남 나주시 영산강 사업 6공구 승촌보 공사 현장에 최근 '영산강 선원'(문수선원)을 개원하고 4대강 사업 반대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지관 스님은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사업"이라며 "영산강이 파헤쳐지고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그대로 놔둘 수 없어 선원을 개원했다다"고 주장했다.
한강이나 낙동강 처럼 환경운동가들에 의한 공사장 점거 사태는 없지만 이곳에서는 문수선원이 앞으로 영산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 지역 환경단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bett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8/05 06: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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