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신이 보고 있었습니다
주지 스님이 무척 아끼는 동자승이 있었다.
그 동자승은 못생기고 머리도 별로 좋지않았다.
제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곤 했다.
"주지 스님은 왜 그렇게 멍청한 녀석을 좋아하는 거야?"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주지 스님이
절에 있는 모든 제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새 한 마리씩을 나눠주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새를 죽인 후
그 주검을 가지고 다시 모이거라.
오는 순서대로 후계자로 삼을 테니."
제자들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누워서 떡 먹기군.'
출발하라는 주지 스님의 말이 떨어지지가 무섭게
그들은 모두 숲으로 들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한두 명씩 숨을 헐떡이며
주지 스님 앞으로 달려왔다.
주지 스님 앞에 모인 제자들의 표정은 제각각 달랐다.
빨리 온 이들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체력이 딸려
늦게 온이들의 표정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마침내 모든 제자들은 죽은 새를 들고 돌아왔다.
그런데 주지 스님의 사랑을 받는 동자승만 얼른 돌아오지 않았다.
누군가 말했다."도망간 게 틀림없어."
"맞아,제 주제에......."
그러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주지 스님이 말했다.
"아직 해가 남았으니 해가 질 때가지만 기다려보도록 하자."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금세 사위는 캄캄해졌다.
다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주지 스님은 입을 무겁게 열었다.
"이제 그만 결정해야겠구나.다들 모여라."
그런데 그대 숲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자승이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동자승은 아직도 짹짹거리는 새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하하하!"
제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주지 스님은 너그러운 목소리로 동자승에게 물었다.
"너느 왜 그 새를 아직까지 살려 두었는냐?"
동자승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 곳을 찾아다녀도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습니다.
"그래,누가 네뒤를 밟기라도 했더냐?"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럼,누가 보더냐?"
"제 자신이 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그 동안 동자승을 조롱했던 제자들은 하나의 깊은 깨달음이
가슴을 스쳐 가는 것을 느꼈다.
***"얕은 물도 깊게 건너라"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