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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 유보? 철회? 경부운하의 세 갈래 길(오마이뉴스)

말글 2007. 8. 30. 14:28
고수? 유보? 철회? 경부운하의 세 갈래 길
[주장] 봇물처럼 터지는 "재검토" 여론....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텍스트만보기    홍종호(news) 기자   
경부운하를 경제적으로 분석한 결과 타당성이 전혀 없음을 주장해온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글을 보내와 이를 싣는다. <편집자 주>
▲ 지난 6월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사회자의 소개를 받은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일어서서 인사를 하자 자문교수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부운하 논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명박 후보의 제 1공약인 경부운하가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지난 1년간의 공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치열한 싸움이 연말까지 전개되리라는 사실이다.

링 위에서 직접 글러브를 끼고 싸워야 할 선수들과 이를 초조하게 지켜볼 관중 모두 지금부터 마음 단단히 준비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우리나라 대선 역사상 특정 후보의 선거공약을 놓고 이처럼 열기가 뜨거워진 경우는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공방으로 변질된 경부운하 공방... 이젠 진검승부

지난 1라운드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이 어느 순간부터 정치공방으로 변질되었다는 사실이다. 경부운하 계획의 핵심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성 여부와 식수원 오염문제가 특정 공기업의 보고서 작성과 외부유출이라고 하는 정치적 진실게임으로 넘어가 버렸다. 결과적으로 경부운하가 우리 경제와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정치공방 속에 묻혀버렸다.

경부운하 논쟁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경부운하가 이명박 후보의 주장대로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국가재앙의 첫 삽이 될 것인가를 놓고 한판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가감 없이 그 결과를 알리고 국민들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경부운하 외에 뚜렷한 경제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당당하게 이 논쟁의 중심에 서야 한다. 학자들이 지적하는 경부운하의 문제점과 현장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경부운하의 허구성을 '정치공세'라며 피해서는 안 된다. 경제전문가를 자임하는 이명박 후보의 비전과 지식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운하로는 결코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글로벌화와 정보화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경제환경에서 19세기식 운송수단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늘 시대를 앞서 살아왔다고 주장하는 이명박 후보가 도대체 왜 과거회귀형 운하사업을 자신의 대선전략으로 들고 나왔는지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 경부운하야말로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이념적 성향과 대선후보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말이다.

거짓말, 사실왜곡, 곡학아세...

▲ 경부운하 구간 중 하나인 영강의 하류 부근.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강이라기보다는 자갈밭에 가까웠다.
ⓒ 2007 오마이TV 김호중
지금까지 제한적으로나마 이루어진 수차례의 학술발표회와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듯 운하에 찬성하는 이 후보 캠프의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위해 운하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뻔한 거짓말과 사실 왜곡, 자신의 과거 주장을 뒤집는 곡학아세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전문가로서 특정 대선캠프에 소속되어 자신의 평소 신념을 구현해 보겠다는 것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학자로서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 학자로서의 기본적 양식에 어긋나는 주장을 공론의 장에서 함부로 펼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자로서의 신뢰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경부운하 논쟁의 와중에 학계와 학문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할까 두려운 마음이다.

경부운하 계획의 허구성에 대해 그 동안 비교적 많이 지적되지 않은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경부운하의 경제적 허구성에 대한 자세한 쟁점별 분석에 대해서는 홍종호, <경부운하, 경제적 타당성 없다>) 제6회 한국 강의 날 대회 진주강포럼 발표논문집, 2007.8.17.을 참조하기 바란다.)

1종 교량 건설비 2000억원... 그 많은 다리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누락된 공사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후보 측의 전문가들이 펴낸 <한반도대운하 기본구상>에 보면 경부운하 관련 공사비는 14.1조원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14.1조원 안에는 교량 철거 및 재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후보 측의 주장대로라면 한강과 낙동강에 있는 115개의 다리 중 14개의 다리는 컨테이너선 운항을 위해 철거해야 한다.

당연히 다리 철거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재시공에 따른 교량건설비가 들어가게 된다. 요새 1종 교량(대교) 하나 놓으려면 2000억원 이상 족히 소요된다. 그런데 제시된 공사비 14.1조원에는 이러한 비용들이 모두 빠져 있다. 기왕 없어질 다리는 그냥 무시하겠다는 말인가. 이 다리들을 이용하던 차량과 사람들은 어디로 돌아가란 말인가.

보다 심각한 문제는 운하가 건설될 경우 철거되어야 할 다리의 개수가 14개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총 교량수 115개, 철거할 교량수 14개'라는 이 후보 측의 주장이 미심쩍어 정부기관 자료를 놓고 확인해 보니 경부운하 통과 지역에 놓여있는 다리는 확인된 것만 총 123개이다.

이 후보 측 보고서에는 바지선의 교량 통과높이를 11m로 두고 있기에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철거해야 할 다리는 총 48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부운하를 이용하려면 우리가 늘 사용하던 다리 중 최소한 48개를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나마 이 후보 측이 제시한 통과높이 11m는 짐을 실은 바지선의 높이를 10.6m로 잡고 단지 40㎝(4m가 아니다!)의 여유를 둔 것이다. 배가 아슬아슬하게 다리 밑을 지나가는 형국이다. 비가 와서 수면이 조금만 올라가도 배가 다리에 걸리는 위험천만하고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반면 통과높이를 조금 여유 있게 13m로 잡을 경우 60개의 교량을 재건설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과 낙동강에 놓여진 전체 교량의 반 정도를 모두 철거, 재시공해야 한다는 기막힌 사실이다.

60개 교량 철거해 재시공해야할 판

▲ 전국 14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경부운하 반대를 위한 연석회의'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후보에게 경부운하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이렇게 다시 지어야 하는 다리 중에는 한강의 잠수교와 한강철교가 포함되어 있고, 부산의 낙동강대교도 들어가 있다. 한강철교로는 KTX를 비롯, 서울역과 용산역을 시종착점으로 하는 수많은 기차들이 다닌다. 기존 한강철교의 교고를 높이거나 미리 대체 철교를 건설하지 않는 이상, 한강에 화물선이 오가는 순간부터 한강을 횡단하는 모든 기차의 운행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오는 경제적 손실과 생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운하를 연구했다는 이명박 후보 측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운하계획을 수립하였는지 묻고 싶다. 철거비는 무시하고 직접비용으로 다리당 건설비 1000억원만 잡아도 어림잡아 5조~6조원이다. 이 비용도 운하가 가져올 천문학적 부가가치를 기대하는 민간업자들이 모두 조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인가?

다음으로 경부운하 계획의 핵심인 두 강을 잇는 터널공사를 지적하고자 한다. 한강과 낙동강을 나누고 있는 소백산맥을 관통하는 폭 21m에 높이 22m, 길이 25㎞짜리 초대형 터널을 건설하겠다는 복안인 듯 싶다. 운하의 나라 독일의 경우 아주 오래 전에 지어진 고작 165m 길이의 운하용 터널이 가장 긴 터널이다. 무조건 세계에서 가장 크게 만들어보겠다는 일등주의 콤플렉스의 산물이 아니고서는 쉽게 수긍하기 힘든 건설 계획이다.

경부운하는 경부고속도로가 아니다

물론 이명박 후보의 평소 주장대로 어떤 개발계획이 아무리 지금 시점에서는 무리한 사업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 이상의 미래수익이 예상된다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좋은 예가 경부고속도로이다.

60년대 후반 당시 도로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비포장도로를 포함, 국도를 타고 돌고 돌아 15시간에서 20시간을 가야 했다. 71년도에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는 서울-부산간 도로 이동시간을 1/3로 단축시켜 주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수송수단으로서 도로의 경쟁력이 가장 높아진 당시의 세계적 추세와도 부합하였다.

그러나 경부운하는 이명박 후보가 주장하듯이 결코 제2의 경부고속도로가 될 수 없다. 서울-부산을 2시간 40분에 주파하는 초고속시대에 72시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운하사업에 몰두하는 모습은 공허하게만 보인다. 이렇듯 경부운하와 경부고속도로는 개념적으로 완전히 상반된 사업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후보는 기회만 되면 경부운하를 경부고속도로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시 터널로 돌아가 보자. 두 개의 터널을 뚫어야 양방향으로 배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나만 뚫을 경우 반대쪽에서 오는 배가 완전히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다른 배는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 후보 측 전문가들조차도 화물을 가득 실은 바지선이 길이 25㎞에 달하는 컴컴한 터널 안에서 시속 20~30㎞로 운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족히 수 시간은 걸릴 것이다.

운하찬성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양방향 터널이 계획상 확정되었는가? 양방향 터널공사 비용은 총사업비에 포함시켰는가? 만약 한방향 터널만을 고려하고 있다면 화물선의 대기시간에 따른 기회비용은 감안하였는가?

유람선 타고 25㎞ 터널 통과할 사람이 있을까

▲ 지난 2월 한반도 대운하 토론회에서 발표됐던 영상 화면.
나로서는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 중의 하나가 경부운하가 우리나라 관광사업의 메카가 될 것이라는 찬성 측의 주장이다. 지금도 한강과 충주호에는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지만 이를 찾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고, 그나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만약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하관광을 하고자 한다면 유람선을 타고 중간에 있는 25㎞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화물선 연기 마셔가면서 터널 안에서 몇 시간 동안 무슨 관광을 한다는 말인가? 바지선 종사자의 건강피해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막대한 관광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에게 솔직히 묻고 싶다. 당신이라면 돌아오는 휴가 때 터널 지나가는 운하관광 하겠냐고 말이다.

독일 현지를 방문해 보니 독일운하에서의 관광은 기본적으로 국제크루즈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은퇴한 노인분들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독일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보름간 관광을 즐기는 것이 유럽 운하관광의 대표적인 예이다. 차로는 10시간이면 가는 거리라고 한다. 이러한 유럽식 운하관광의 모델을 과연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관광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는 데에 나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운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후보 캠프에는 1000명에 달하는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 경제전문가, 관광전문가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돈 버리고 물 버리는 운하사업이 아닌, 좀더 미래지향적 상상력을 발휘한 공약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농촌과 강,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환경친화적 생태관광도 가능하다. 외국에서는 최첨단의 해저관광이나 심지어 우주관광 계획도 추진한다고 한다. 강에 시멘트 바르고 산에 터널 뚫는 관광이야말로 지식의 부재와 상상력의 빈곤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최근 이명박 후보의 운하계획 수정 혹은 재고 가능성, 경제학계 시니어 교수의 운하 철회 내지 유보 요구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경제학자로서 이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 철회를 지난 1년 가까이 주장해 왔던 나로서는 이러한 보도에 대한 즉각적인 논평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경부운하 논쟁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만은 지울 수 없다. 앞으로도 갈 길이 한참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계륵'된 경부운하, 향후 시나리오

이 참에 이명박 후보 측이 남은 대선기간 동안 경부운하 공약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시나리오별로 구성해 보고자 한다. 경부운하를 둘러싼 본격적인 싸움을 앞에 두고 찬성 측의 움직임을 미리 예상해 보는 것은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는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방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경부운하 고수 가능성이다. 아마도 이 시나리오가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후보의 공약들을 검토해 보면 경부운하가 그 핵심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부운하로부터 시작하여 일자리 창출과 지역개발, 물류혁신과 관광수익 확보가 모두 파생된다. 이 후보 경제 이미지 창출의 핵심 콘셉트인 셈이다. 이를 지금 와서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 후보의 공약만 봐서는 경부운하를 대체할 별도의 대안이 딱히 준비되어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금부터 대선까지 운하 찬성측과 반대측이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에 대한 자기 확신이 그토록 강하다면 정정당당히 '한반도대운하'를 국민 앞에 펼쳐 보이고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받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대신 그 동안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어 왔던 본질적 문제점들에 대해 좀더 설득력 있는 답변과 대안을 준비하기 바란다. "운하건설에 국민세금 한푼도 쓰지 않는다"는 식의 억지주장은 TV 토론 5분만 하면 금방 다 밝혀질 거짓말이다.

특히 앞으로 경부운하를 둘러싼 맞장토론이 벌어지게 된다면 그 동안 등장했던 찬성 측 전문가들이 아닌 새로운 분들이 나와 주었으면 한다. 이 분들은 너무 심한 말바꾸기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으로 면박을 당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토론 참석을 약속한 자리에 이유 없이 나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경부운하를 두고 100명의 전문가들이 10년간 연구했다고 하니 지금까지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보다 합리적이고 학문적 마인드를 가진 양심적인 분들이 이 후보 주변에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부운하 유보하면 국민 기만

▲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6월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둘째, 경부운하 유보 가능성이다. 최근의 언론보도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유추해 보건대 이 후보 측에서 취할 수 있는 대안이다. 실제로 이 후보는 그 동안 운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몇몇 토론회를 통해 "국민의 뜻과 환경을 반하고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한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유보라고 하는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그 중에서도 경부운하는 이명박 후보의 제1공약이다. 모름지기 국가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본인이 가다듬은 공약을 갖고 국민 앞에서 나서서 표를 통해 평가받는 것이다.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 온 경부운하 공약의 추진 여부를 어떤 이유로든 대선 이후로 미룬다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의 주장은 어디로 가고 결정을 나중으로 미룬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물류운하, 관광운하, 지역개발 운하로 변신해 온 운하의 본질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허탈해 할 이런 식의 반응은 결코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약 철회하면 무한대의 책임져야

셋째, 경부운하 철회 가능성이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낮아 보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전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후보의 성격으로 볼 때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여겨진다.

만약 대선 전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는 경부운하를 명시적, 혹은 심정적으로 반대해 온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들의 큰 승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측은 이러한 결정에 상응하는 무한대의 책임의식을 분명히 가져야 할 것이다. 아마도 철회의 배경은 두 가지일 것이다. 경부운하가 애초에 잘못된 계획이었다고 늦게나마 판단했거나, 아니면 선거승리를 위한 전략적 공약이라고 생각했으나 이것이 사실상 오판으로 드러난 경우이다.

전자라면 경제전문가를 자임한 이 후보의 국가경영능력에 대한 심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이렇듯 잘못된 정책을 계속해서 건의하고 보좌한 일부 교수 및 학자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의심해야 할 것이다.

만약 후자라면 진정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할 비전과 공약을 제시하기 보다는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 들었다는 국민적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 어떤 경우이든 이명박 후보는 국민 앞에서 경부운하 철회 배경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경부운하 논쟁으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는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해야 한다.

"운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핵심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운하로는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음을 자인한 만큼, 다른 어떤 대안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를 당당히 밝혀야 한다.
2007-08-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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