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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지도를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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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하다. 공약으로 내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명박 발 경부운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28일 경부운하 공약과 관련해 MBC-TV를 통해 방영된 정강정책 연설을 통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내외 세계적인 전문 기술자들과 환경 전문가들로 하여금 치밀하게 다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치밀하게 다듬겠다? 재검토하겠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하려고 간판 공약으로 내건 마당에 집권한 후에야 치밀하게 다듬겠다? 대체 이건 무슨 말인가. 지금은 치밀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럼 지금까지 '4만불 시대를 여는 제2의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떠들썩하게 주장했던 근거는 무엇이었나. 경부운하 비판론자들을 향해 10년 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큰소리쳤는데, 그 학자들로서는 역부족이어서 외국의 전문가라도 끌어들여야만 공약이 완성될 수 있단 말인가.
유력 대권 후보인 '불도저 이명박'의 모양새가 참 우스워졌다. 이날 방송 전에 언론에 배포한 원고에는 '치밀하게 다듬도록 하겠다'는 표현을 '재검토하도록 하겠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그나마 실제 방송에서는 좀 더 유보적인 표현으로 고쳤지만, 경부운하의 장밋빛 청사진을 신념처럼 제시했던 것에 비춰보면 한참 후퇴한 발언이다. 사면초가에 놓인 경부운하를 이제 와서 끌어안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사실 이 같은 후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한나라당의 당내 경선 이후 친한나라당 매체인 <조선>, <중앙>, <동아>를 필두로 당내에서도 경부운하 재검토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때에도 이 후보는 경부운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것은 '홍보 부족' 때문이라면서 계속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장고 끝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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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주최 심포지움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행사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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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뒤 1달여가 지나도록 '홍보'는 없었다. 그렇다면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는 유력 대권 후보가 홍보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까? 지난 당내 경선 기간 내내 이 후보의 입에 메가폰을 대고 대기했던 조중동이 이 후보를 외면했을까? 그게 아니라 홍보할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고 끝의 악수라던가. 침묵 끝에 나온 말은 경부운하의 '노선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바꾸겠다고 못을 박은 것도 아니고 조령터널 구간을 폐지하고, 속리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SKY 노선 등 다른 노선을 검토하겠다는 것. 대선 9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혼선과 경부운하 공약이 미완성임을 백일하에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것도 홍보라고 할 수 있을까?
곧이어 나온 말은 더 가관이다. 경부운하 명칭을 바꾸겠다는 것. 40km 구간만이 인공수로인데 경부운하라는 명칭은 553km 전 구간의 땅을 파내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당장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바꿀 것을 검토'하겠단다. 이 후보는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킬 정책 홍보를 하겠다고 역설했지만, 그간 제대로 된 홍보는 없었다.
그 뒤에 나온 버전이 이번에 이 후보가 직접 거론한 '집권 후 재검토'론이다. 하지만 이는 소위 경부운하의 단물만 빨아먹겠다는 기회주의 발언이다. < SBS >가 지난 9월 2일 여론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부운하 공약의 '근본적 재검토' 42%, '보완·수정' 37%, '유지' 12%였다. 결국 경부운하 공약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약을 계속 살려둠으로써 일부 찬성론자들을 계속 현혹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경부운하, 대체 누구의 공약인가
하지만 공약(公約)이란 무엇인가. 공약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 정당, 입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 각기 자신의 공약을 제시해 유권자들에게 표로 심판을 받는 것이다. 공약은 집권한 뒤에 다시 검토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 28일 대선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이명박 후보는 집권 후 재검토해야 할 만한 미숙한 공약을 대표공약으로 내놓은 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셈"이라면서 "이는 공약에 대한 몰이해와 무책임함에 비롯된 태도로, 공약을 통한 정책선거를 펼쳐야 하며, 유권자들에게 공약으로 호소하고, 선택받아야 함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선연대는 이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경부운하는 재원 조달을 포함한 경제적 타당성, 수질오염, 생태계 파괴 등 환경문제, 운송수단으로서의 적절성과 경쟁력, 관광사업 효과, 홍수피해 등 다방면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 문제에 대한 대한 책임있는 답변이 궁색해지자, 집권 후 면밀히 재검토하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심산인가 보다. 제 1야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스스로 대표공약으로 선전해왔던 경부운하 공약의 재검토 필요성을 인식했다면 지금 당장 철회하든지, 재검증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노선과 명칭도 정해지지 않았고, 집권 후 재검토 대상인 경부운하는 대체 누구의 공약인가.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 사업 구상이 자신의 공약인지 아닌지, 그것부터 정확히 하라. 경부운하에 계속 발을 담글 것인지, 아니면 뺄 것인지를 확실히 하라. 그것이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의 기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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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28일 오후 서울숲에서 열린 환경전문가들과의 타운미팅에서 한반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환경을 무시하고서라도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고 있지 않다"며 "친환경적이지 않다면 대운하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환경전문가들과의 타운미팅을 마친 이 후보가 측근들과 서울숲 길을 걷고 있는 모습.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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