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김병기 이주빈 박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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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영산강 모습. |
ⓒ 박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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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5시 10분까지, 110km를 달렸습니다. 점심시간 등을 빼면 9시간 정도 자전거 안장 위에서 페달을 밟았습니다. 평균 시속은 19.9km, 최대 속력 46.9km.
이번에 새로 산 속도계 덕분에 이명박 후보의 공약대로 호남운하가 건설된다면 그 뱃길을 거슬러 오를 배의 속도와 자전거 속도가 비슷할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니, 지난 2000년 전라남도가 발표한 영산강 뱃길복원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용역보고서, 그곳에 적시된 배의 속도보다 자전거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당시 영산강 뱃길에 대한 검토 결과, 목포하구언에서 광주의 서창까지 81km의 영산강 물길에 2000톤급 규모의 바지선이 통행하면 12시간이 걸린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기 때문입니다. 3개의 갑문 등을 통과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따지면 평균 시속 10km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경운기 속도보다 훨씬 느린 것입니다.
이 후보측은 항상 경부운하 반대론자들을 향해 '긍정적인 상상력'을 동원하라고 말하지만, 도로운송 1-2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경운기로 운송한다고 상상해보십시오. 과연 이를 통해 호남의 경제가 부흥할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까? 자전거를 타고 수려한 영산강의 뱃길 주변을 다니면서 든 생각입니다.
['비보'를 듣다] 이명박 후보의 '긴급 호출'... 이재오 최고위원 떠나다
저희가 이번 탐방 길(1박2일로 예정된 이재오 최고위원의 '호남-금강운하 자전거 탐방')에 오르면서 관심을 가졌던 사항은 호남-금강 운하보다 새롭게 부상하는 정치이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움직임과 박근혜 전 대표가 이재오 최고위원을 향해 '오만의 극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에 대한 이 최고위원의 반응을 듣고 싶었습니다. 우린 자전거 안장 위에서 사상 최초로 한나라당의 실력자인 이 최고위원과 생중계 인터뷰를 하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들을 계획이었습니다.
또 '진달래 산천'과 '금강'을 노래한 신동엽 시인의 생가가 위치한 부여. 계백장군이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로 향하던 백제의 1500년 고도, 어느 한 뚝방 길에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이 최고위원과 금강운하를 반대하는 환경단체 인사들과의 즉석 토론을 생중계로 내보낼 예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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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 몽탄교에서 배를 타고 강을 둘러보는 윤건영 의원과 자전거 탐방단. |
ⓒ 박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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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탐방 첫날 새벽부터 들려온 '비보'. 이재오 최고위원이 전날 저녁 10시에 목포로 향하다가 이명박 후보의 호출을 받고 급상경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소위 '흥행요소'가 제거된 맥빠진 라이딩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목포에서 광주에 이르는 길. 수많은 고개를 오르내린 경부운하 예정지 자전거 탐방 길보다 비교적 평탄했습니다. 영산강 주변 갈대가 우거진 비포장 뚝방 길을 달릴 때에는 그 수려한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기는 했지만, 나주 함평 평야를 가로지르는 심심한 라이딩 코스. 이번 취재에는 땀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손가락이 보이는 자전거용 장갑을 낀 탓에 하마터면 동상이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급기야 몽탄대교에서 동강교까지 6km의 거리를 뱃길로 이동할 때 박상규 기자가 모자를 푹 뒤집어 쓴 채 뱃전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비스듬히 누워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아, 춥고 배고프고 졸립다!"
[토막 토론] "반대를 위한 반대" vs "제발 근거를 대라" 그나마 이번 탐방의 의미를 찾자면, 군데군데 쉬는 틈에 이 최고위원 일행과 벌였던 '토막 토론'.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자전거 탐방 팀을 이끈 선주성 대장과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과 영산강 뚝방 등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운하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구진포에서 점심을 먹은 뒤 선 대장은 저희 일행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병기 기자가 지난 번에 건네준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책을 보았는 데, 나름대로 경청할 만한 대목도 많지만 너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읽혀지더라.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반대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상상력이 중요한 것 아닌가. 환경적으로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상상력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에 김병기 기자는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경부운하 공약은 일부 토목학자들이 주장해온 말을 이 후보가 받아들인 것이다. 맨날 이 후보가 이야기하는 '10년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들 말이다. 하지만 그 대표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불과 몇 년전에 언론을 통해 '준설이 수질을 좋게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금와서 준설이 만능이라고 주장한다. 학자는 자신의 연구업적을 제시하면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가. 이게 학자의 모습인가.
또 얼마 전에 열린 토론회에서 환경운동연합 안병옥 총장이 우리의 식수원인 낙동강과 한강, 즉 경부운하에서의 선박 사고를 우려하면서 다뉴브강 등에서 매년 일어난 수백건의 사고를 데이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한 박 교수의 반박은 '운하에서 사고날 확률은 비행기가 63빌딩에 부딪칠 확률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게 '10년동안 연구했다'는 학자의 모습인가.
창조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도 좋은 데 근거를 제시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토론이 되지 않겠는가."
또 나주의 한 뚝방 길에서 나주 배를 먹으며 김병기 기자는 경제학자인 윤 의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윤 의원님, 경부운하에 하루 6척의 배를 띄우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고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물동량을 계산한 결과 나온 수치입니다. 정말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경제성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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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한반도 큰물길 자전거 탐방단원들이 3일 오후 나주평야를 지나 나주대교를 건너고 있다. |
ⓒ 이주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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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윤 의원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현재의 추정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향후 증가될 물동량을 보아야 한다. 2-3배 늘어날 수도 있다. 또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그로인한 편익도 제대로 계산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경부운하 찬반론자들이 말하는 경제적 타당성 분석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기자는 이렇게 반론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사업을 벌이려면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기본입니다. 한계가 있더라도 그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지요. 앞으로 물동량이 많아질 것이다, 편익도 증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경부운하 공약은 이 후보의 대표공약 아닙니까?"
[길거리 인터뷰]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한반도 대운하 추진본부장)
탐방단이 광주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10분. 광주시청 앞에서 탐방단을 맞는 사람 중 눈에 띄는 인사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었습니다. 원 의원은 지난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과 함께 경부운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던 인사입니다.
경선에서 탈락한 뒤에 입장이 바뀐 것일까? 우리 정치의 씁쓸한 단면을 보는 것같더군요. 이어 눈에 띈 인사는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 <오마이뉴스>는 환영행사가 끝난 뒤 시청 앞 광장에 서서 박 의원과 '길거리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 내건 경부운하 공약이 여전히 한나라당의 '제1 공약'인가? "그렇다. 이 후보는 경부운하가 국운을 융성시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의 대선 공약에서 '후순위'로 많이 밀려 있다. 왜인가? "당내에 많은 반대 의견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굳이 각을 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지금도 당내에 경부운하 반대론자들이 많은가? "지금은 많이 홍보가 됐다. 많은 의원들이 경부운하 공약을 인정하고 있다."
-경부운하의 핵심 구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강과 낙동강 연결구간의 노선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인데, 대선 50여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그걸 공약으로 고집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언제 그 노선은 결정되나? "지금까지 결정된 안은 터널 안과 SKY 노선이다. 조령 터널 안의 경우 공사는 할 수 있겠지만, 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SKY 노선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을 수 있기 떄문에 아마도 선거가 끝난 뒤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선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경부운하'란 명칭의 개명도 고민하고 있지 않나? "대부분 자연 물길을 이용하는 데 인공적 수로 개념인 운하라는 명칭을 그대로 두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오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가 며칠 남지 않는 시점에서 명칭을 바꾼다는 것도 좀 그렇고해서, 가능하면 그대로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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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탐방단 마중을 위해 광주광역시청까지 온 한반도 대운하 추진본부장을 맡은 박승환 의원과 원희룡 의원. |
ⓒ 박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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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가 준 '특종?'] 과연 준설이 정답인가?
영산강의 수질은 우려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을 태우고 몽탄대교에서 동강교까지 안내한 한 어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은 고기도 많이 잡히지 않는다. 영산호 바닥에는 뻘이 2-3m 쌓여있다. 그 뻘을 다 걷어내야 한다. 준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수질도 좋아질 수 있다. 이게 다 목포 하구언 때문이다. 거기서 물을 막고 있으니 수질을 오염시키는 뻘이 계속 강바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동강교 위쪽에서 잡히는 고기에서는 냄새가 날 지경이다."
잠수부가 뻘과 강물 채취를 위해 물 속에 들어간 사이 그가 동탄대교 교각에 서서 이런 얘기를 하자, 탐방팀은 기뻐했습니다. 그들은 "오마이뉴스의 특종이다" "이게 오마이뉴스 톱 기사 제목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준설을 해서 영산강을 살려야 한다는 '호남운하' 공약의 논리를 확실하게 뒷받침해줬다는 겁니다.
이 후보도 "영산강이 전라도의 젖줄이라는데 5급수, 6급수가 되어서 공업용으로도 쓸 수 없다, 어차피 정부는 많은 돈을 써서 개선해야 한다"며 "운하를 하면 2급수로 개선하고 수자원을 보존하게 돼 오히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경부운하는 자갈 등에서 건설비의 60%가 나온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누구나 공감하듯 영산강의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영산강 하구둑으로 인해 물이 막혀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전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한 '영산호 수질개선 타당성 용역' 보고서에는 영산강 하구둑의 일부를 개통해 해수유통을 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영산호의 수질 측정 결과, 일부 구간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농업용수 수질 기준(4급수)인 8ppm을 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기준치를 초과할 정도라는 겁니다.
하구둑을 개통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인데, 호남운하를 만들기 위해 그곳에 보를 3개정도 추가로 건설하면 물의 정체는 불보듯하고 수질 역시 나빠질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또 영산호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준설보다는 해수유통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준설에 필요한 비용은 1조7000억원. 경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준설 비용입니다. 이 후보측은 당초 광주에서 목포까지 수심 6m, 폭 200m의 뱃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9천7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가 최근에는 1조 3천억원으로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영산호 준설 비용만도 1조7000억원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 후보측에서 주장하는 호남운하의 공사비, 과연 진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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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추석 경부운하 자전거 탐방에 이어 호남운하 탐방에도 참여한 김정만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
ⓒ 박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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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상상?] '경운기' 타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다
우리 일행은 예정됐던 이틀간의 취재를 하루만에 접었습니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불참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그 무엇보다 탐방을 떠날 올 때 주변에서 들려온 우려, 즉 '일방적 홍보'에 그칠 것이라는 말이 현실화될 것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반도 국운융성 프로젝트'라는 경부운하 공약의 들러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운하와 금강운하 공약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메인공약인 경부운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데 지역 표심만을 자극하는 선동문구를 기사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상상력. 탐방팀이 우리 일행에게 자주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자전거 안장 위에서 그 단어를 연신 떠올렸습니다. 장차 국가의 지도자가 될 인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덕목입니다. 게다가 '인문학적 상상력'까지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런데 저는 자꾸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호남운하가 건설된다면 그 중류쯤에 위치할 사포대교의 밑에서 바라본 영산강. 육안으로 보기에 강폭이 확 줄었고, 수심도 앝아 보였습니다. 나주대교에서 본 강바닥은 '발목 수심'. 실개천에 불과했습니다.
2년반-3년동안 이곳을 폭 200m, 수심 6m로 파내려간다면 어찌될까요? 공사기간 내내 포크레인이 다닥다닥 붙어서 공사를 해야할 것입니다. 그 공사가 끝난 뒤에는 2500톤급 배가 경운기 속도로 느릿느릿 떠다니겠지요. 뱃길이 만들어진 뒤에도 수심을 유지하게 위해 준설선이 계속 강바닥을 파헤쳐야 할 것입니다. 수질이 좋아지겠습니까? 모래 준설로 인해 자신이 살아야 할 집을 잃어버린 물고기들, 등이 휜 물고기조차 잡을 수 있겠습니까?
이게 바로 이 후보측에서 주장하는 '창조적 상상력'의 결론일 것이라는 '비극적 상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준 탐방단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며, 그들과 함께 금강운하를 투어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의 글을 박스 기사로 첨부합니다.
행정도시 물 부족 염려하던 한나라당 의원들 어디에..? |
금강운하 건설시 운하 운영에 필요한 물 공급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운하에 수천 톤의 화물선 한 척을 띄우기 위해서는 하루 수 천만t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정 수준의 수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도 5.8km의 청계천을 흐르게 하기 위해 매일 12만t의 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금강운하 또한 이 후보의 '건설공약'외에 구체적인 노선이나 물 공급 계획 등이 제시된 바 없다.
몇 년 전 행정수도 이전 논란 당시 수도이전에 반대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주된 문제 중 하나가 '물 부족론'이였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행정수도 건설지역인 금강유역이 행정수도를 이전하기 전인 2011년부터 물 부족이 예상되고,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물 부족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은 "금강유역의 경우 2011년부터 1억400만t의 물이 부족하고 수도까지 옮겨갈 경우 연간 1억t이 더 필요해 모두 2억여t의 물이 모자라게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건교부를 비롯 수자원공사까지 나서 '용수 여유량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답했으나 "물 대책 없는 수도이전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행정수도보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금강운하'의 물 부족을 염려하는 의원들은 없다.
건교부가 지난 2004년 밝힌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행정도시 계획인구 50만 명을 기준으로 1일 생활용수는 20만t(연간 0.8억톤)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강권역 용수여유는 2011년 하루 94만t, 2016년에는 하루 54만t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른다면 금강권역 용수 여유분을 금강운하 운영에 쏟아 부어도 물 부족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금강 상류에 위치한 용담댐은 전북 지역의 물 공급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댐이다. 누가 봐도 운하 운영에 쓸 물까지 공급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용담댐 담수이후 금강 중하류 지역의 물 오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열린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국정감사장에서도 금강운하로 인한 물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때 금강유역 주민들의 물 부족을 염려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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