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측 “삼성의 불의를 알리려는 양심 고백”
-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49)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배경은 뭘까?
김 변호사는 5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속죄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삼성의 진실한 참회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조직과 동료를 배신한 사람이라고 욕해도 좋다”며 “하지만 재벌(삼성)이 더 이상 우리 사법체계를, 사회를, 국가를 어지럽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7년간 삼성그룹의 핵심 부서인 재무팀과 법무팀의 임원으로 재직했던 김 변호사가 3년 뒤 돌연 ‘삼성 내부 고발자’로 변신한 것이다. 사제단은 이날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비리와 구조적 부패상 등 불의를 알리는 양심 고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나 사제단 모두 김 변호사가 ‘양심 고백’에까지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해 명시적 설명은 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본사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김 변호사나 사제단의 입장과 팽팽하게 맞서 있다. 김 변호사가 ‘삼성=거악(巨惡)’이라는 등식 아래 자신은 이에 맞서는 ‘양심적 고발자’라는 명분을 내세운 반면, 삼성은 ‘사적(私的) 이익과 사적 감정에 따른 원한 풀이’에서 빚어진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은 “‘양심의 발로’였다면 퇴사한 뒤 3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삼성은 이날 해명 자료에서 “97년부터 7년간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거액(100억여원)을 받고, 이후 (올해 9월까지) 3년간 고문료(매월 2200만원씩)를 받아오는 동안엔 아무 말이 없다가 고문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근거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 양심의 움직임이냐”고 반박했다. 삼성에서 그동안 누리던 혜택을 박탈당하자 이번 폭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삼성측 시각이다. 삼성은 그 근거로 이날 “김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직전에 김 변호사 부인이 3차례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며 편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삼성은 또 “상관이었던 모씨가 아내를 농락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도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가 몸담았던 서정 법무법인측도 김 변호사와 입장이 상반된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신문에 쓴 한 대기업 관련 칼럼을 문제 삼아, 삼성과 중앙일보 간부가 서정 퇴사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서정측은 “삼성 계열사와 관련한 소송 사건을 맡은 게 없어 삼성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삼성측 해명에 대해 김 변호사와 사제단측은 ‘폭로 배경’이 핵심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내 아내가 보낸 편지를 빌미로 돈을 바라는 부부공갈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이 구조적 비리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신 공격’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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