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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해 ‘재테크의 덫’을 피하라 (조선일보)

말글 2008. 1. 2. 09:33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8.01.01 22:3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01/2008010100471.html
쥐의 해 ‘재테크의 덫’을 피하라

2008년 새해에도 우리 국민 생활경제의 화두는 역시 ‘재테크’다. 2007년 국민적인 펀드 열풍 속에 20~30%씩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속출했고, 반면 우물쭈물하다 높은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새 정부는 ‘국민 성공시대’를 모토로 내세워 국민들의 ‘부자 되고 싶은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과잉 유동성 거품이 꺼질 조짐을 보이면서 안심하고 투자하기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 국내외 변수를 감안할 때, 어렵게 모은 종자돈을 굴려야 할 개인·소액 투자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이드 라인’을 알아 봤다.



◆함부로 빚내지 마라… 금리 더 오른다

새해에도 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예금이 급속히 줄면서 자금난에 빠진 은행들이 작년 내내 CD(양도성예금증서)와 은행채(銀行債) 발행을 늘리는 바람에, 올해 상반기 중 은행들이 다시 사들여야 할 은행채와 CD 규모가 100조원이 넘는다.

A은행 자금담당임원은 “내년 상반기 중에 자금사정이 대폭 나아지지 않는 한 더 높은 금리의 은행채와 CD를 발행해 (돌아오는 은행채와 CD를) 막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아파트 기준) 금리는 이미 연 7%를 넘어섰고, 신용대출 금리는 소위 ‘우량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연 8%대다. 게다가 은행에서 시작된 자금난이 캐피털, 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은행 대출뿐만 아니라 카드 현금서비스나 할부 금융 금리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돈을 빌려 펀드나 주식에 투자한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부동산 투자를 할 때도 자신의 부채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격 상승 기대만으로 무리한 빚을 내는 일은 삼가야 한다.

◆펀드·주식은 줄이고 예금은 늘려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주식과 펀드 투자액은 조금 줄이고, 예금 투자 비중은 높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만큼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부동산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탓도 있다.

다만 돈을 오랫동안 묶어 놓아야 하는 장기 예금보다 짧은 기간에 높은 확정적인 수익을 주는 CMA(자산관리계좌)나 고금리 수시입출금 예금에 돈을 넣어 두고, 정기 예금을 들더라도 1년 이하로 굴리라는 조언이 많다.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는 불안 요인들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다 때가 오면 다시 뛰어들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CMA의 경우 요즘 연 5%를 넘나드는 수익을 내고 있어 1년 이상 돈을 묵혀야 하는 정기예금(6~7%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은행의 ‘회전식 정기예금’은 1·3·6개월 단위로 돈을 굴리면서 연 5.2~5.7%대의 수익을 낼 수 있으므로 단기 자금을 굴리기에 좋은 수단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라

올해 재테크의 핵심 포인트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할 때는 화폐가치가 떨어지므로 금융 자산보다 실물(實物)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정석. 우선 부동산이 가까운 대안이다.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내용과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다”거나 “재개발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자제하라”며 ‘신중론’을 펼친다. 오히려 새 정부의 공급 우위 정책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예상도 있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위험회피 수단인 금(金) 투자가 유망하다는 전망도 있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가 맞물려 장기적으로 금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실물 금을 보유하지 않아도 은행 통장을 통해 금을 사서 적립할 수 있는 금 투자 상품이 나와 있기 때문에 주식 거래하듯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금은 가격 변동폭이 주식 못지않게 높고, 정보가 부족해 사고 팔 ‘때’를 놓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국제 정세에 눈과 귀를 기울여라

올해는 국제 뉴스에 따른 금융시장의 출렁임이 어느 때보다 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우선 지난해 금융 시장을 망령처럼 떠돌았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가 올 상반기까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금융기관의 추가 손실 보고, 지분 매각 소식 등은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 올림픽을 앞둔 중국 경제의 동향도 꼭 챙겨야 한다. 특히 중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경계해야 할 뉴스다. 또 핵 보유국 파키스탄의 불안한 정세가 ‘이슬람 대(對) 외세(外勢)’의 대결 국면으로 꼬이면 중동의 정치적 갈등을 촉발시켜 국제 유가 폭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