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토의종군 한다더니 ‘운하 사령관’…시침떼듯 복귀 | |||
입력: 2008년 01월 04일 01:09:02 | |||
“노 코멘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은 3일 어렵게 이뤄진 통화에서 대뜸 “할 말이 없다.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했다.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내 논란 때문에 전화한 것으로 지레 짐작한 것이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때문이라고 ‘용건’을 밝히자 묻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명색이 대운하 상임고문인데 운하를 한다 캐야지, 못한다 카면 되나.” 이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직인수위 ‘한반도 대운하 태스크포스(TF)’ 상임고문임을 상기시킨 뒤 대운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당선인의 국정과제를 요약하면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다. 이 둘을 충족시킬 프로젝트가 바로 대운하다. 물길로 동서남북의 사람을 연결하고 물류, 관광, 치수 등을 통해 경제를 일으키는 데도 기여하자는 거다. 국운 융성의 계기가 될 거다.” ‘대운하 전도사’였다. 대운하 밀어붙이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나 재검토론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인수위원장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이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하면 사실 대운하 TF 상임고문은 ‘격’이 낮다. 상임고문이 별도 사무실이나 월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일’이 정해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식 직제도 아니다. 실제 이의원은 인수위에도 출근하지 않는다. 그는 “왜 안나가느냐”는 질문에 “거기 가면 또 뭐라고 그러지 않겠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인수위 출입에 따른 정치적 해석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자신의 상임고문 임명사실이 알려졌을 때 “있는 그대로 봐달라. 대운하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산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여기저기서 “몸을 낮춰 대선 승리를 위해 싸우겠다며 ‘토의종군(土依從軍)’을 선언한 이의원이 결국 인수위에도 손을 뻗치는구나”라는 말이 나왔던 터다. 이의원은 상임고문을 하게 된 경위를 “정확히는 모른다”고 말했다. “대운하를 열심히 하니까 당선인이 맡기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고문이라니까 내가 뭐 감독하고 그럴거라 보는데 그게 아니다. 반대여론이 있으니까 설득하고, 그리고 국회에서 관련법도 만들어져 하니까 그런 일 하는 것”이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의원에게 상임고문을 맡긴 것은 당선인 나름의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며 “대운하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사람들을 설득하는 한편 국회와 당에서 대운하 사업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는 등 이의원이 일종의 ‘대운하 정무위원’을 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이의원의 추진력과 돌파력을 평가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그의 ‘대운하 사랑’은 남다르다. 자전거로 경부운하 예정지 568㎞를 다녀올 정도다. 요즘 열심히 돌리고 있는 의정보고서에도 대운하 부분이 2쪽을 차지하고 있다. 이의원은 5일 문경새재의 조령관에서 등산을 겸해 ‘물길 따라 가는 대한민국 자전거 여행’ 등 2권의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명박 당선인의 계획대로라면 한반도 대운하 강행시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조령터널이 뚫릴 곳이 문경인지라 그곳을 새해 첫 등반지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의원은 대선 때 “운하 실현이 애국이고,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게 애국”이라고 말해왔다. 이 말대로라면 ‘이재오=대운하=이명박’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정치인 이재오’의 앞날이 이제 한반도 대운하의 성패에 걸린 모양새다. 〈최재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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