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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후보 측에서 갑문 예정지로 지목한 바 있는 서울 잠실 수중보 북측.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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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유령과 싸우고 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급부상하고 있는 경부운하라는 실체 없는 유령 말이다. 불도저식 '독선'과 '오만'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인수위원장까지 나서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 역시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수위에 특별 TF가 구성되고 벌써부터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데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이런 유령을 퇴치하는 방책은 그 형상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일이다. 한나라당 스스로도 자신이 없기 때문에 선거 막판에는 '이명박 공약집'의 구석자리로 밀어낸 경부운하 구상의 허상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운하 전도사' 박석순 교수의 어제와 오늘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경부운하의 전도사로 나선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운하 자문역)는 지난 1일 방송된 M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가의 강변여과수 간접 취수를 함으로써 수도권에서 전부를 거의 1등급 가까운 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거죠, 획기적 대안입니다. (대운하에 대해) '식수 재앙'이란 말을 하지만, 실제로 운하가 식수의 새로운 해법이라는 거죠."
MBC는 이어 "서울의 경우엔 이미 양화, 뚝섬, 구리, 미사리 4개 지역의 강변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돗물로 쓴다는 구체안이 마련됐다"면서 "지하수는 토사층을 거치는 자연 정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판매용 생수 못지않게 물이 깨끗하고 처리 비용도 강물을 직접 취수 하는 것보다 덜 든다는 게 자문팀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MBC의 '검증없는 보도'는 다음 기회에 짚어보기로 하고, 우선 박 교수의 발언의 신빙성부터 검토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이에 대한 답변은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보도했던'이미 결론난 '미사리-토평 지구'가 대안이라고?'(6월29일), '시장 재임 때 '간접 취수' 검토 지시...취수량 부족하고 경제성 없어 '포기''(6월27일) 제하의 기사에 들어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004년 서울시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이하 사업본부)에 강변여과수 등 간접취수 방식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사업본부는 2005년과 2006년 두차례 타당성 조사검토 보고서를 통해 '사업불가' 결론을 내렸다.
혈세만 10억 날린 간접취수 타당성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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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에 따르면 맑고 수심이 얕은 이런 달천에도 배를 띄워야 한다.(자료사진) |
ⓒ 박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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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에 걸친 타당성 조사에 10억원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업본부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간접취수한 원수의 수질은 1급수 수준으로 우수했으나, 1일 취수 가능량이 1만5천-2만2천톤으로 수요량에 비해 매우 적다. 취수량이 적은 이유는 투수계수가 낮은 하상 퇴적층의 영향으로 한강과 대수층의 수리적 연결성이 좋지 않으며 한강 개발사업으로 인한 대수층의 손상 및 막힘 현상이 발생해 다량취수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결국 수질은 좋으나 경제성이 낮고 취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혈세 10억여원만 날린 채 중단됐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이 당선자 뿐만 아니라 박 교수 또한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06년 2차 연구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따라서 박 교수는 미사리와 구리 토평 지구에 대한 상수도사업본부의 1차 조사결과를 파악하고 있다.
당시 1차 조사 대상 지역은 서울시에 포함되는 고수부지 12지역(강서, 난지, 망원, 양화, 선유, 여의, 이촌, 반포, 잠원, 뚝섬, 잠실, 광나루)과 경기도 구리시 토평지구 및 하남시 미사리 지구였다. 1차조사에서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선정된 광나루 지구가 2차 조사지역으로 선정돼 1년여간 연구를 했으나, 그 마저도 수량 부족과 경제성 없음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이 당선자가 직접 지시했던, 자신이 참석했던 연구보고서의 결과조차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부인하는 셈이다. 스스로 폐기처분했던 사업을 획기적 대안인 양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박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한강과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국민 2/3의 식수를 간접취수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인데, 간접취수가 발달한 독일의 경우에도 강변여과수 이용률은 약 7% 밖에 되지 않는다. '비싼 물'이고 입지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교수가 책임있는 학자라면 구체적으로 간접취수 입지 지점과 취수량을 제시해야 한다. 기초조사라도 한번 해보고 이런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식수, 즉 생명과 직결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노선도 정하지 않았는데 특별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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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 낙동강 구간과 남한강 구간을 잇기 위해 경북 문경 조령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어 배를 지나가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 오마이뉴스 이주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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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경부운하의 실체를 인정하려면 적어도 노선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 경부운하의 핵심구간, 즉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구간에 터널을 뚫을지, '스카이라인'(속리산 국립공원의 산과 산사이에 물을 가둬 배를 띄우겠다는 구상)으로 할 지에 대해서도 확정되지 않았다. 배가 산 아래로 가는건지, 산 위로 가는건지에 대한 구상조차 확립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벌써부터 특별법을 만든다고 아우성이다. 100% 추진하겠다고 한다. 노선 도면조차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법부터 만들고 삽부터 뜨고보자는 속셈이다. 토목 건설의 기본조차 허무는 격이다.
이밖에도 경부운하가 '유령'이라는 증거는 많다. 가령 찬성론자들의 주장 중의 하나는 "한강이 바로 운하다"라는 것이다. 한강종합개발 사업을 할 때 심곡수중보와 잠실수중보로 막아놓았지만, '갇힌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뒤엎기 위해 최근 즐겨 사용하는 예다.
하지만 물을 가둬두는 데 썩지 않을 리 있겠는가? 수질 문제는 그간 많이 논의되어 왔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다시 정리하기로 하고, 한강의 형상을 한번 떠올려 보자. 찬성론자들이 '운하'라고 주장하는 한강 양안을 온통 시멘트로 발랐다. 경부운하 구상은 다시말해 한강과 낙동강 553km 구간을 이런 시멘트로 둘러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이 당선인을 포함한 찬성론자들은 "인공구간은 40km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500km구간은 자연형태를 유지한 운하"라고 반론을 편다. 하물며 찬성론자들이 지난해 초청해 방한했던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운하 컨설팅 업체 DHV사도 "(경부운하 양안에 걸쳐) 1000km의 제방공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무조건 '자연형 하천'을 유지할 것이라고 우긴다. 왜일까? 경부운하의 이같은 실체를 인정하면 환경문제가 부각될 것이고, 결정적으로 제방공사를 인정하면 공사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수위 특별 TF 즉각 해체하라
국토 개조사업이라고 일컫는 대 역사.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도 되겠는가. 대선 직전까지만해도 '경부운하라는 이름조차 부담스러워 명칭을 바꾸려고 한다'고 했던 찬성론자들이 대선이 끝난 뒤에는 낯빛을 바꾸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려고 한다. 아직 실체도 없는, 찬성론자들조차도 그 실체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유령 운하'를 말이다.
이제 이명박 당선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유람선이 떠다니는 겉만 번지르르한 조감도로 국민을 현혹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와 설계도면을 제시해야 한다. 인수위원장을 내세워 '국민여론'을 수렴하겠다고 공약(空約)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유령운하 추진을 전제로 한 인수위의 특별 TF는 즉각 해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