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한나라 “취임식도 전에 지지율 8%P나…”(한겨레신문)

말글 2008. 2. 16. 01:27

한나라 “취임식도 전에 지지율 8%P나…”
숭례문 성금모금·지역편중 인사 등 ‘거센 역풍’에 위기감
한겨레 이유주현 기자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오전 방한 중인 모하메드 알샤이바니 두바이 투자공사 사장단 일행을 만나려고 서울 통의동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0석 이상 무난’을 얘기하던 한나라당의 4·9 총선 전망에 불길한 조짐들이 언뜻언뜻 비치기 시작했다. 영어 몰입교육에 이은 숭례문 국민성금 복원 발언, 청와대와 첫 내각 인선내용 등을 지켜보는 한나라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슬슬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당장 한나라당의 자체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14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이 당선인의 지지율이 1주일 만에 65%에서 57%로 8%포인트, 당 지지율은 54%에서 50%로 4%포인트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 취임식 직후 최고의 지지율을 보인 뒤 서서히 하강곡선을 긋던 것에 비하면 너무 일찍 빠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하락의 기울기도 가파르다. 이 당선인의 지지율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빠진 것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출마 선언으로 지지율이 한꺼번에 8~10%포인트 떨어진 때 말곤 없었다.

 

일주일사이 가파른 하락 ‘전례 없던 일’
수도권 출마자들 ‘총선 압승 경고등’
“정치감각 부족·소통통로 없다” 불만도

그 원인을 놓고 당의 한 관계자는 “숭례문 성금 모금 파문이 가장 직격탄이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중진 의원은 “물난리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정부는 언론사나 사회단체 같은 곳에서 모금운동을 벌이도록 조정하지 성금을 걷겠다고 직접 팔을 걷어붙인 적은 없다. 정말 정치적 감각이 떨어지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영남 편중’ 인사도 민심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영남권의 한 3선 의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같은 ‘영남 정권’ 때도 우리나라에선 지역 안배를 하지 않고는 절대 국민화합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총리 같은 ‘높고 큰 자리’는 항상 호남 우대 몫으로 남겨놨다. 이 당선인이 능력 있는 인물을 고른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과 측근들만의 주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다. 당의 의견이나 국민 정서와는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인재 풀에서 인물들을 골라내는 ‘코드 인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수도권 출마 희망자들의 반응은 과민하다. 영남 쏠림 인사가 수도권의 호남표를 결집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어차피 지지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 가능한 한 천천히 떨어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수도권에서 그렇게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불만을 이 당선인에게 전달할 통로와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데 당 쪽의 고민이 있다. 집권 초기인지라 힘이 당선인 쪽에 일방적으로 쏠려 있는데다, 이 당선인의 개성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경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제 ‘200석 확보’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집어치워야 한다. 이 당선인 쪽도 지지도 하락을 겸허하게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내에서도 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밀어붙이기식 관행에 대해 눈치 보지 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