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추진 계획이 담긴 국토해양부의 내부문서가 폭로된 데 이어, 경기도 고양시도 지역 차원에서 터미널 예정부지 등에 대한 계획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만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간 정부 여당은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해왔고, 한나라당조차도 총선 공약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조차도 사업추진을 기정사실화해서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잇달아 드러난 것이다.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에서는 뺐지만, 선거 직후 무조건 밀어붙일 정권의 계획이 드러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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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시 대외비 문건 내용 중 일부. |
ⓒ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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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는 8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따른 고양시 터미널 개발 방안'이라는 제목의 A4용지 10여쪽 짜리 문건을 확보해 보도했다. 고양시가 인수위 시절인 지난 1월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의 표지의 상단에는 '대외비'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이 문건에는 운하 건설의 필요성과 주요 효과, 고양시 터미널 유치계획 및 여건 분석, 고양시 터미널 개발구상 등이 담겨있다. 이 문건에 적시된 검토 배경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계획중인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 노선계획 중 우리시 지역에 행주터미널(화물), 이산포터미널(여객)이 유력하여 이를 활용한 물류유통단지 및 한강변에 관광 레저산업 육성을 위한 연계사업 등을 검토하고자 함."
이처럼 이 문건은 운하건설을 가정해 작성한 보고서다. 두 개의 터미널의 위치와 개략적인 입지 조건을 분석한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CBS는 "강현석 고양시장은 이날 비밀문건의 존재여부와 관련, '자신에게 보고된 것도 없고 자신이 직접 작성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면서도 "그러나 고양시의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호응해 우리가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보고가 내부회의에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8일 성명을 내고 "대운하 건설의 시발점을 경인운하로 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상황이 이러함에도 의견수렴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국민행동은 또 "고양시의 계획안이 대구·경북 등의 지자체에서 발주한 운하 건설 용역과는 성격이 다른 심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시와 정부의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점 ▲비밀리에 작성됐다는 점 ▲고양 터미널이 경인·경부운하와 연계되어 있고, 올해 경인운하를 강행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보면 운하 추진의 '치밀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는 것.
총선 후 여론수렴은 거짓말이었나
고양시 덕양갑 지역에 출마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는 "오늘 언론에 공개된 '고양시의 대운하 터미널 비밀 문건'은 우리 덕양구를 대운하의 화물 하치장으로 만들겠다는 비밀 계획이 담겨있다"며 "고양시가 우리 덕양구 주민들에게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밀실에서 비밀리에 대운하 화물 터미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 후보는 "덕양구 주민은 대운하 화물터미널 추진 계획의 실체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강현석 시장에게 즉각 대운하 추진 비밀 계획의 실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총선이 끝나면 국회 다수의 힘을 빌려 바로 착공하겠다는 정권의 계획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통령 지시만 떨어지기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사회당도 논평을 내고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지형을 바꾸고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파괴할 '한반도 대운하'를 국민 몰래 건설하려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음이 명백해졌다"며 "고양시는 '한반도 대운하' 관련 세부 계획을 수립한 대외비 문건을 작성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