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을 통해 134명의 초선의원이 탄생했다. 전체 국회의원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숫자다. 이들은 한국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 <오마이뉴스>는 주목되는 초선의원들을 만나 그들의 정치철학과 의정활동 계획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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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진 한나라당 당선자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행정전문가'로 18대 총선 서울 노원을에서 통합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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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게 '뉴타운'이라는 돌발변수였다.
서울지역 당선자 48명중 절반(24명)이 초선이었는데, 이중 14명이 '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갖가지 구설수에 오른 상태였다. 당선의 기쁨을 미처 누리기도 전에 "유권자를 농락했다"는 비판에 휘말린 당선자들은 잔뜩 움츠러들었고, 설령 인터뷰가 성사되더라도 뉴타운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점철될 게 뻔했다.
그런 점에서 뉴타운을 비교적 잘 알면서도 논란에서 자유로운 당선자가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뉴타운 바람이 불고 간 서울 노원구의 한나라당 당선자 3명 중 권영진(46·서울 노원을)씨는 유일하게 뉴타운 공약을 내걸지 않고 당선된 인물이다.
2004년 민주당 우원식 의원에게 패한 그는 2006년 7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오세훈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으로 일하다가 4년 만의 설욕전에 성공했다.
'뉴타운 사기극' 논란에 휘말린 동료 당선자들과 오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심경은 어떨까? 16일 오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한 권 당선자는 뉴타운 사업의 장단점을 두루 지적했다.
서울 강북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의미있는 정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와 같은 사업 실행에는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 뉴타운이 사실상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그리 긍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부동산값 인상, 지분 쪼개기 등 주거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드는 폐단이 있으니 뉴타운 추진은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뉴타운 하겠다고 일단 터뜨려놓았는데, 5년씩이나 사업도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땅 투기가 횡행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는 "후보들의 뉴타운 요구를 서울시가 안 된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선거 후의 투기 후유증을 끊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라고 '옛 상사' 오세훈 시장을 변호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오 시장의 책임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 오 시장도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뉴타운을 50곳까지 늘리겠다고 했다가 부동산 값이 폭등하니 무기한 유보하지 않았나?
"선거 과정에서 50군데 정도 늘릴 수 있다는 얘기였지, 명시적으로 50곳까지 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야 예를 들다보면 50곳이라고도 100곳이라고도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 문제점을 보완해서 뉴타운을 이어나가겠다는 데 방점을 찍어야지, 후보시절에 예를 든 숫자를 따져묻는 건 행정 집행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 선거에 나온 후보자라면 숫자를 조심해서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뷰 같은 데서 얘기하다보면 그렇게 안 된다. 원론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재미없어 한다.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니 예를 들어야 한다. 나도 총선에서 창동 차량기지를 이전한 자리에 문화상업복합단지를 만들면 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는데, 그게 정확한 숫자가 나올 수 없다. 그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지, 2만개를 만들어놓았는데 3만개에 고리를 걸어서 '왜 그때 3만개 얘기했는데 1만개가 줄었냐'고 따지면 일을 못한다."
권 당선자는 오 시장을 지나치게 팔고 다닌 일부 당선자들에 대해 "만약 서울시장과의 만남이나 시의 검토된 의견 없이 '합의했다'고 얘기하고 다녔다면 옳은 자세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같은 집 식구'라고 무작정 감싸는 온정주의는 탈피한 사람 같으니, 이 문제는 일단 '스톱'.
"열린우리당 386들, 산적한 민생현안 젖혀놓고 권력욕만 채워"
이번 총선의 특징 중 하나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장파들의 '역할 교대'다. 어느 덧 40대가 된 민주당 386 의원들이 대거 물러난 자리에 한나라당 386들이 대거 국회에 들어온 것이다. 1987년 고려대 대학원 초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권 당선자는 89년 공산권의 붕괴를 보며 학생운동 시절의 이념을 버린 경우다.
권 당선자는 "정치권에 편입된 학생운동 주역들은 헌신·봉사·희생의 386 정신 대신 권력욕만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며 17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이라크 파병 반대 등을 주장한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을 비난했다.
"해결해야 할 민생경제 안건들이 수도 없었는데 이런 걸 젖혀놓았다는 게…, 한나라당 386은 학생운동·민주화운동을 정치인의 자산으로 삼지 않았고, 10~20년씩 각자의 위치에서 국정운영 능력을 배우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만 하다."
2003년 <참여정부, 나를 설득시켜라>라는 책에서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던 그는 "지금 돌이켜봐도 그 당시의 걱정이 일리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이 특권층에 대한 편애로 흐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경쟁 사회에서 경쟁이 아니라 평등의 원리를 작동시키면 진보·발전이 아니라 퇴보·정체·멸망으로 간다. 정부는 앞서가는 사람이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하도록 하되 자기 마음껏 하도록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이런 사람들에게 자꾸 개입하면 국가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이 고갈된다. 국가는 뒤처진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것처럼 얘기하면서도 결국 아무도 행복하지 못하게 했다."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의 '투쟁 일변도' 정치를 비판하고 대화와 타협, 양보를 강조하는 그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에 있어서도 "과거처럼 옳은 정책이라고 일단 밀어붙인 뒤 결과로 설득하는 방식은 안 통한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전문가들의 의견까지 들으려면 6개월~1년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런 후에 국민들의 의견을 물은 뒤 첫 삽을 떠도 늦지 않다. 국가백년지대계가 될 대운하를 왜 대통령 임기에 맞춰서 하려고 하겠나? 그런 식으로 하면 나부터 반대할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도 혁신도시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시작되면 중단될 수 있다."
- 한나라당 내에도 "올해 상반기에 대운하특별법을 만들어야 1년 뒤 첫 삽을 뜰 수 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었다. 18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정부가 시급히 처리할 법안이라며 대운하특별법을 추진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건 분명히 반대한다. 그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총선이 끝난 뒤 정치권에서는 '2년 뒤'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노무현 정부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뒤 정권 재창출의 동력을 완전히 잃었던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도 2010년 지방선거에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 당선자는 "경제라는 게 하루아침에 살아나지 않는데, 국민들도 너무 성급하게 요구하면 정책담당자들은 일관성 없는 대증요법만 쓰게 된다"며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제정책을 안 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당이나 정치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기준에 따라 움직일 것"
권영진 당선자는 누구인가 |
권영진 국회의원 당선자는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권 당선자는 1986년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99년 동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87년 6월 항쟁이 있었던 해에는 고려대 대학원 초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그는 1990~97년 통일원 통일정책보좌관으로 일하다가 99년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으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교육특보와 이회창 대통령후보 보좌역, 한나라당 정책위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잇달아 지냈다.
권 당선자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에게 패했다가 올해 총선에서는 설욕에 성공했다. |
권 당선자는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후원회장을 맡아 밀고 있는 한나라당 당선자 3명 중 한 명이다. 강원도 홍천·횡성의 황영철 당선자와 재선의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이 나머지 두 사람인데, 이들 중 정 의원이 총선 때는 자신의 후원회장에게 불출마를 요구했다는 게 재미있다.
인터뷰 도중 박근혜계의 신동철 전 부대변인이 우연히 권 당선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는 권 당선자를 '이명박계 온건파'라고 지칭했는데, 아무래도 그의 후원회장인 이상득 부의장의 정치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비쳤다.
이제 막 초선의원으로 발돋움하는 권영진 당선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나눔과 배려의 정치'를 많이 얘기했다. 그런 그가 초선의원에게 숙명처럼 따라붙는 멍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16대 국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이뤄졌고, 17대 국회 막판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BBK 특검법안이 통과됐다. 기자는 여야 의원들이 뒤엉킨 몸싸움 현장에서 '돌격대' 역할을 한 초선의원들을 지켜봤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중 상당수가 다음 국회에 들어오지 못했다.
- 17대국회의 당선자들도 4년 전에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더니 정당간의 의견 다툼이 생길 때는 국회에서 몸싸움까지 하더라. 본인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오지 않겠나?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 어떤 길이 국민들을 위한 정치인지를 기준으로 움직일 것이다. 당이나 정치권력이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기준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여당의 입장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야당의 반대가 명분 없고, 이건 숫자를 통해서라도 선택하는 게 국민들의 요구라면 그렇게 가야죠. 그러나 국민들이 좀 더 대화하고 타협하고 인내하라고 하면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권 당선자의 대답은 거침없이 그리고 솔직하게 이어졌다.
"몸싸움 할 때가 되면 해야죠. 국민들을 위해 몸싸움을 해야 한다면 난 몸 사리지 않을 거예요. 다만, 당리당략을 위해 몸싸움하라면 당 대표가 바로 앞에서 시켜도 안 할 겁니다. 나중에 한 번 보세요."
"친박세력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지향의 정치"
그러나 당내 친박과 친이의 갈등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은 약간 복잡하다.
지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세력들의 입장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은 '과거지향의 정치'이고 권력투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지금 친박 세력이 그걸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점은 나도 선거 전이나 지금이나 대통령에게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과 친박연대 복당은 별개의 문제다. 이해할 수 없는 공천 때문에 친박연대 깃발로 당선된 분들이 돌아오는 것은 맞지만, 친박이라고 해서 다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지금 들어오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결국 숫자싸움이 되지 않나? 내 식구, 내 패거리가 당권을 먹겠다는 사고방식이 문제다. 친박이 내 식구이니 이들을 받아서 뭘 해보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표도 권영진 같은 사람이 자신을 돕도록 하는 정치를 해야 하지 않나?"며 박 전 대표에게 '덧셈의 정치'를 주문했다.
권 당선자는 "국회에 들어가면 교육위에 들어가고 싶다, 교육 못 받아서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람들을 위한 법 제도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에 1조~2조원 규모의 맞춤형 국가장학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발표로 살인적인 대학등록금에 시달리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권 당선자는 "지금의 방만한 국가예산을 줄이면 적어도 20% 이상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장학제도의 성공을 확신하는 눈치다.
자녀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만 어느 정도 해소돼도 부동산값이 잡히고 민생이 풀릴 것이라는 얘기들이 많다. 지방선거를 치러야 할 2010년 즈음 그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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