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주민소환

안철수 “기초선거 공천 않겠다” 혁신 승부수(경향신문)

말글 2014. 2. 24. 23:35

안철수 “기초선거 공천 않겠다” 혁신 승부수(경향신문)

김진우·심혜리 기자 jwkim@kyunghyang.com

 

입력 : 2014-02-24 22:04:38수정 : 2014-02-24 22:04:38

 

ㆍ민주당과 선거공조 균열… 연대 가능성 더 멀어져
ㆍ새누리·민주 상향공천 추진에 “그 약속은 지키겠나”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이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24일 선언했다.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이 기초선거 공천유지 쪽으로 기울자 ‘무공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 대선 공통 공약이던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둘러싼 3당의 지방선거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국가기관 선거개입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도입과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2인3각으로 공조해온 민주당과 안 의원 측 간에 균열이 생기면서 양측의 ‘연대’ 가능성은 한 발짝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 박민규 기자


■ 신당 승부수에 곤혹스러운 민주당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어떤 다른 상황이 발생했는가. 더 이상 이런 정치는 계속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대선 공약을 뒤집고 공천 유지로 돌아선 데 이어 민주당도 ‘현실론’을 이유로 유지 쪽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선공을 통해 ‘공천 폐지’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안 의원으로선 ‘새정치’를 표방한 신생 정당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을 선택한 셈이다. 안 의원은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저희들은 새정치를 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이 기성 정당과 대립각을 세워 지방선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민주당과의 ‘혁신경쟁’에서 앞서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각에선 기초단체장·기초의원 후보 영입이 쉽지 않은 현실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깨기 힘들어지자 역으로 기득권 구조를 공격해 활로를 열어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새누리당의 ‘공천 유지’와 안 의원 측의 ‘공천 폐지’ 사이에 낀 모습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적 부담을 이유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구정치 세력으로 낙인찍히는 게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안 의원 측의 ‘기습공격’에 허를 찔리면서 새정치 경쟁에서도 밀리게 됐다. 김한길 대표가 3차례에 걸쳐 발표한 혁신안도 빛이 바랠 수 있다.

■ 야권연대 물 건너가나

특검과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놓고 공조의 가닥을 이어온 민주당과의 균열은 불가피하게 됐다. 지방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하면 이 문제를 두고 양측이 대립할 가능성도 커졌다. 양측 간 연대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안 의원 측이 야권연대에 누차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데다 이번 사안을 통해 민주당과는 서로 등을 돌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이 무공천을 선언하면서 최소한 기초선거 차원에서의 ‘야권연대’는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책임정치’, 민주당은 ‘현실론’을 내세워 기초선거 공천을 실시할 방침이다. 대신 양당은 상향식 공천제로 공약 파기 논란을 피해간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참여경선제를 원칙으로 공직후보자를 선출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이 공천 폐지 대신 상향식 공천제 전면도입을 내건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양당 모두 정치쇄신안으로 공약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파기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24일 “가장 중요한 대선 공약조차 지키지 않았는데, 중앙당이나 지역구 의원의 영향력 없이 정말 진정한 상향식 공천을 이룬다는 약속은 지킬 것이라고 보느냐”며 아픈 곳을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