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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문제인데 왜 한국기자 안보이나?”(한겨레신문)

말글 2007. 8. 7. 10:18
“한국사람 문제인데 왜 한국기자 안보이나?”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현지 통신원 의존 외신들 ‘엇갈린 보도’ 혼선
‘아마디’ 한마디에 휘둘리는 것도 안타까워
한겨레
“한국은, 특히 한국 언론 매체들은 아프간 사태에 대해 너무 모른다.” 한국 유력 일간지의 현지 통신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아프간 언론인의 이야기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매일 정보를 보내고 있지만 그들이 현재의 인질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왜 한국 사람 문제인데 한국 기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가?” 이어지는 그의 질문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한국인 기자가 한 명도 없는 이곳에서 한국인 피랍 사태 보도는 온통 외신들 차지다. 그렇지만 주로 수도 카불에 사무실을 둔 외신들 역시 현지 통신원들에게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현지 통신원들은 대부분 칸다하르나 가즈니에서 일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탈레반 정보원과 지역 원로들에게서 얻은 정보가 주요 외신 보도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탈레반 사정에 밝은 일부 현지 통신원들은 기존에 일하던 서구 언론에 더해, 한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언론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를 직접 접촉하거나 현장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보도 경쟁은 통신원들의 정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한국인 인질들을 잡고 있는 탈레반 세력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보의 정확도가 결정된다.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인질의 일부를 만났다’는 지난 1일 정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한 일본 언론은 “1일 저녁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인질을 만났던 것이 확실하다. 관련 탈레반과 지역 주민들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파키스탄 언론인은 자신이 한국인 인질 납치의 주범으로 알려진 압둘라 잔(아부 만수르)과 통화를 했다며, 그가 “인질 면담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대변인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의 한마디에 한국 언론과 정부가 마구 휘둘리는 것도 안타깝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외신 기자들에게 전화해 “오늘 탈레반이 어떤 지역을 공격했는데 나토군 사망자는 몇 명이고 탈레반 쪽 희생자는 몇 명이고…”라는 식으로 당일 탈레반의 활동을 알려오던 하위 실무자다.

또한 아마디는 한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시로 그의 전화를 받는 현지 저널리스트들은 한 명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두세 명이 아마디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화번호도 수시로 바꾼다. 기본적으로 5~6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1시간 사이에 전화번호가 세 번씩이나 바뀐 적도 있다.

이번 한국인 인질 사태는 언론에게 결국 지속적인 취재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절감케 한다. 이번 사건을 비교적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해 주목을 받는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은 탈레반 내부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에 본부를 둔 이 통신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가즈니에 있는 탈레반의 움직임을 아프간 안에서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한다. 언론 보도도 이제 전선 없는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칸다하르/강경란 분쟁 취재 전문 프리랜서 피디(FNS 대표)

기사등록 : 2007-08-07 오전 07:4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