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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계 80명, '이면합의'로 기사회생 하나(오마이뉴스)

말글 2008. 1. 25. 18:41

박근혜계 80명, '이면합의'로 기사회생 하나
'현역 의원 38명, 원외 당협위원장 42명' 명단 입수
손병관 (patrick21)
   
지난 12월 29일, 당선인 집무실에서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의 회동 모습.
ⓒ 한나라당 제공
박근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이하 공심위) 구성을 둘러싼 이명박·박근혜 양대 계파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가운데 이른바 '이면합의설'이 확산되고 있다.

 

친박 성향 의원의 공심위 참여를 고집했던 박근혜 전 대표가 하루 만에 '원칙'을 접고 입장을 바꾼 정황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측과의 협상을 맡았던 김무성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대화하면서 많이 쌓였던 오해를 풀게 됐고, 서로 이해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친박 진영에서조차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평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박 전 대표 지지한 의원 38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42명 명단 입수

 

그런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한 국회의원(38명)과 원외 당협위원장(42명)의 명단(총 80명)을 입수했다(명단은 아래 상자기사 참조). 이들 가운데 공천에서 탈락할 20% 정도를 제외한 인사들이 기사회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 22일 "박 전 대표 측이 이 당선인 측에 공천보장 희망자 명단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이 보도를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이는 공심위 구성을 위한 줄다리기 와중에 이 당선인 측이 지난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위해 뛴 사람들의 '기득권'을 존중해주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로 굳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그동안 "이명박 측의 '박근혜 제거 플랜'이 진행 중이다", "박근혜를 포함해 공천 심사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10명이 안 된다"는 흉흉한 괴담이 떠돌았다. 이면합의설이 맞다면 친박 진영으로서는 '공천 대학살'의 희생양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셈이다.

 

"공천이 양대 계파가 타협해서 될 일이 아니다"는 식의 반론은 현실과 거리가 먼 얘기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25일 공심위 첫 회의에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계파간 알력이 많았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남아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기 계신 (공심위원)분들은 계파니 뭐니하는 것은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훌륭한 인재를 뽑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또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쪽이 갈등을 빚는 일은 없어야 한다, 쓸데없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안정을 위해 계파 안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공천심사위원장 스스로가 자인한 셈이다.

 

"우리 요구는 소박하다... 원내 40, 원외 40, 딱 80명만 해 달라는 것"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김용갑 의원 정계 은퇴 위로 만찬에 참석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유성호
박근혜

그렇다면, 한나라당 공천을 보장받을 만한 친박 인사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동아>는 "85∼90명의 이름이 적힌 (친박인사) 명단이 이명박 측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가 이튿날 신문에는 그 숫자를 '88명'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박근혜 캠프측 인사로부터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지난해 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한 국회의원(38명)과 원외 당협위원장(42명)의 수는 총 8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뷰스앤뉴스>는 24일 "이 당선인 측에 명단을 전달한 중진 A 의원이 23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우리쪽 요구는 정말 소박하다. 원내 40, 원외 40, 딱 80명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 공교롭게도 A 의원이 언급한 숫자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오마이뉴스>에 명단을 제공한 인사는 "우리 측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80명을 넘어서지 않는다"며 "88명의 명단이 건네졌다는 얘기가 있지만, 만약 그랬다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다가 나중에 변심한 사람들도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 진영에서도 약 20%의 공천 탈락은 불가피하고, 특히 비례대표 의원 5명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역구 공천을 받기가 수월치 않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평가다. 여기에 공천 경쟁이 거의 없는 호남권의 친박 원외위원장 9명이 모두 구제된다고 가정하면, 친박 의원 의 절대 다수(약 30명)와 비호남권 원외위원장의 절반 이상(약 20명)이 공천을 보장받는 결과가 나온다.

 

친박계 공천 보장설에 힘 실리자 다급해진 쪽은 이명박계

 

이들 중 상당수가 18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박근혜계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계보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로서는 4년 뒤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박근혜계에 대한 공천 보장설에 힘이 실리자 다급해진 쪽은 이명박계다.

 

특히 박근혜계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구에서 공천을 노리던 이명박 측근들의 반발이 거세다. 친박 인사들의 탈락을 염두에 두고 공천을 신청했던 전직 판사·검사·대학교수·방송인 등 거물급 인사들도 '역차별'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수도권 공천을 신청한 친이 성향의 한 변호사는 "박근혜측 사람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현역의원·당협위원장의 기득권이나 계파 안배 같은 걸 자꾸 따지다보면 새 인물이 당내에 들어오는 게 그만큼 어렵게 된다"며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이 이번에도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명박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이 러시아에 나가있는 동안 양 계파의 협상이 이뤄진 것도 짚어볼 대목이다. 한 당직자는 "이명박계 내부에서도 공천 물갈이를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가 대립했는데, 박근혜 측과의 타협을 원하는 온건론의 입지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명단 (80명)

 

▲ 국회의원 (38명) : 서울 - 이혜훈(서초을)·진영(용산), 부산 - 김무성(남을)·서병수(해운대·기장갑)·엄호성(사하갑)·유기준(서구)·허태열(북·강서을), 대구 - 주성영(동갑)·유승민(동을)·박종근(달서갑)·이해봉(달서을)·박근혜(달성군), 인천 - 이경재(서·강화을), 울산 - 정갑윤(중구), 경기 - 김영선(고양 일산을)·유정복(김포)·이규택(여주·이천)·한선교(용인을), 강원 - 이계진(원주)·심재엽(강릉)·박세환(철원·화천·양구·인제), 충남 - 김학원(부여·청양)·이진구(아산), 경북 - 김성조(구미갑)·김태환(구미을)·김재원(군의·의성·청송)·이인기(고령·성주·칠곡)·정희수(영천)·최경환(경산·청도), 경남 - 김기춘(거제)·김학송(진해)·안홍준(마산을)·이강두(산청·함양·거창), 비례대표(공천희망 지역) - 문희(서울 금천)·서상기(대구 북갑)·송영선(경기 안양 동안갑)·안명옥(인천 남갑)·황진하(경기 파주).

 

▲ 당협위원장 (42명) : 서울 - 강인섭(은평갑)·구상찬(강서갑)·김선동(도봉을)·김성호(광진갑)·서장은(동작갑)·안홍렬(강북을)·이성헌(서대문갑), 인천 - 윤상현(남을)·이상권(계양을), 대전 - 강창희(중구)·이영규(서갑)·이재선(서을)·이창섭(대덕), 경기 - 임종훈(수원 영통)·손범규(고양 덕양갑)·김태원(고양 덕양을)·김형진(고양 일산갑)·홍장표(안산 상록을)·유영하(군포)·이재영(평택을)·이충범(하남)·전용원(구리)·조현근(남양주을)김성수(동두천·양주)·김왕규(시흥을), 충북 - 윤경식(청주 흥덕갑)·김준환(청주 흥덕을)·송광호(제천·단양)·허세욱(충주), 충남 - 박동인(천안을)·박우석(논산·계룡·금산), 경북 - 신영국(문경·예천), 제주 - 현경대(제주시·북제주군갑), 광주 - 이정현(서을), 전북 - 김경안(전주 완산갑)·이영국(전주 완산을)·김태구(남원·순창), 전남 - 문병률(목포)·심정우(여수을)·김연식(강진·완도)·설철호(해남·진도)·안희석(무안·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