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2007년 공개 대상 기부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라 12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사람은 명단이 공개된다.
지난해 의원들이 거둔 정치 후원금 중 120만원 이상의 총액은 109억3500만원이다. 이 중 전반기(1~6월)는 39억7000여만원(36.3%)에 불과했지만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며 7~12월에는 69억5900여만원(63.7%)이 몰렸다.
대선이 없는 해에도 보통 고액의 후원금은 하반기에 집중된다. 하지만 편중된 정도가 2006년(전반기 41.7%, 하반기 58.3%)과 비교할 때 더 심했다.
특히 주요 정당 소속의 의원들에겐 대선에 임박해 거액의 기부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0만원 이상의 고액 후원금을 모두 58억5900여만원 거뒀는데 이 중 35.8%(21억여원)를 11월과 12월에 모았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의 전신)도 같은 기간에 전체 43억7100여만원의 29.2%(12억7700여만원)를 거뒀다.
이처럼 이름이 공개되는 120만원 이상의 기부가 11, 12월에 집중된 건 대선에 임박해 유력 후보에게 줄서기를 하려는 의도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중앙선관위 측은 분석했다.
◇정치 ‘실세’에 몰렸다=대선을 앞두고 ‘뭉칫돈’은 승리할 가능성이 컸던 한나라당에 더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0만원 이상의 기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후원금을 거둔 의원은 이해찬(당시 통합신당, 2억2100여만원) 의원이다. 하지만 상위 20위 안에 비(非)한나라당 의원은 이 의원을 포함해 5명뿐이었다. 나머지 15명(75%)이 지지율 1위였던 이명박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운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에게 거액 기부가 집중됐다. 경선 때부터 이 대통령을 도운 박형준·정두언 의원이 각각 1억4500여만원과 1억3500여만원을 거둬 8위와 9위에 올랐다. 정 의원의 경우 2006년에는 138위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밖에 20위 안에 든 이재웅(11위)·공성진(14위) 의원 등도 모두 친이명박계다.
◇경선 결과도 반영돼=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8월 20일) 결과가 120만원 이상 기부금의 향배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집계됐다. 승자 쪽 의원들은 경선 이후 모금액이 크게 늘어난 반면 패자 쪽 의원들은 줄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해 5월 230만원을 거뒀지만 ‘BBK 의혹’이 본격화하며 7~8월에는 한 달에 30만원씩의 기부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리한 8월 말을 기점으로 9월 430만원, 10월 630만원으로 후원금이 껑충 뛰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김무성 의원은 역전시킬 가능성이 점쳐지던 지난해 7월 3600여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경선 직후인 9월에는 320만원으로 급락했다.
남궁욱·임장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