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시장·교육감선거

국민 세금으로 '교육감 후보' 홍보 만화(오마이뉴스)

말글 2008. 5. 14. 22:42

 

국민 세금으로 '교육감 후보' 홍보 만화

남부교육청, 공정택 교육감 등장시킨 만화 1만7000여부 학교 배포
윤근혁 (bulgom)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을 칭송했다는 지적을 받는 만화.
ⓒ 윤근혁
공정택

"만화 속에 공정택 교육감의 젊은 시절 모습이 커다랗게 나와있는 거예요. 내용도 유치했지만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국민세금으로 이런 책자를 왜 만들어 돌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인 오아무개씨는 최근 서울 남부교육청이 이 지역 92개 초중학교에 보낸 한 권의 만화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14일 밝혔다.

 

2700만원 들여 1만7000여권 발간

 

서울시교육청 산하 남부교육청이 모두 52쪽, 총천연색판으로 만든 <엄마, 성적이 올랐어요>란 제목의 만화책을 학교에 배포한 때는 올해 3월 중순께다.

 

이 교육청 자료는 모두 2690만원을 들여 1만7000부를 인쇄했다. 이 교육청이 만화책을 만들어 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 목적은 '기관의 목표와 비전 홍보 및 정보 공유를 통한 교육력 제고'였다.

 

이 만화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녀 교육이 서툰 한 엄마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그는 우연히 '교육감님 강연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게 된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강연을 들은 이 학부모는 박수를 치면서 '느낀 게 많아!'라고 감동한 뒤 개과천선의 모습을 보인다."

 

이 만화책 20쪽에는 공 교육감의 젊은 시절 패기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듯한 얼굴이 1/3 크기 분량으로 커다랗게 실려 있다.

 

만화 속 공 교육감, 공약성 강연... 학부모 "느낀 게 많아!"

 

공 교육감 그림 옆에는 선거 유세에서나 들을 수 있는 공약성 연설문이 적혀 있다. 이 학부모에게 감동을 준 공 교육감의 연설 내용 가운데 일부는 다음과 같다.

 

"…서울교육이 지향하는 학력신장은 세계인과 경쟁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기초 교육에 힘써야 합니다. 세계 일류교육의 꿈을 이뤄 나가기 위해 학교, 교직원 모두가 뜨거운 교육애와 열정으로 배움의 기쁨과 가르치는 보람, 행복이 가득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만화책에는 이야기 흐름과 관련 없이 '교육감님'이란 표현이 4번이나 나온다. 반면 이 책자를 만든 남부교육청 관련 내용은 단 한 건도 없다.

 

"교육감님 강연회?? 그런 게 도움이 될까?"(18쪽)

 

"아까 교육감님도 그러셨잖아. 가장 중요한 건 기초를 닦는 거라고!"(21쪽)

 

"엄마가 오늘 교육감님 강연회에 다녀왔거든. 기초교육이 중요하다더라."(27쪽)

 

"실은 어제 교육감님 강연회에 갔었는데, 수업 중에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더라구요."(32쪽)

 

이처럼 공 교육감 홍보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탓에 올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수업 시간 학생을 불러내 공 교육감과 사진을 찍어 자체 홍보지에 싣는 등의 이유'로 지난 4월 관련자 3명이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는 <서울교육> 3월호에 실린 화보.
ⓒ 윤근혁
공정택

 

남부교육청 "영등포 선관위 사전허락 받은 것" 반박

 

박진보 전교조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만화 전체가 일제고사·꿀맛닷컴·수준별 수업 등 공교육감의 치적을 드러내는 유치한 내용"이라면서 "특히 공 교육감 강연 모습을 형상화한 것은 개인 우상화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 만화책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하는 등 제작 실무책임을 맡은 김아무개 남부교육청 관리과장은 "만화의 독자가 아이와 학부모, 교사이다 보니 남부교육장보다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교육감님을 등장시킨 것"이라면서 "선거를 의식했다면 공 교육감의 발간사와 사진을 넣지 왜 그림을 넣었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과장은 또 "홍보책자 초안을 영등포 선관위에 미리 제출해 허락을 받은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 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는 "경위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한 서울시 선관위 주무관은 "'공정택'이라는 이름을 직접 쓰지 않아 선거 관련 단정은 어렵지만, 얼굴 그림을 실었기 때문에 교육청 관련자를 불러 경위조사를 벌이겠다"면서 "현재로선 교육계 관례상 상급자인 공정택 교육감에게 잘 보이려고 만화를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 선관위 관계자도 "초안을 봤지만, 문제가 된 이상 선거법 위반 내용이 있는지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14 19:09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