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마음대로' 서울, 삽질은 계속된다(프레시안)
지방선거 앞두고 서울은 '공사 중' ①
기사입력 2009-05-15 오후 5:18:35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P)·노들섬·상암DMC·고척돔구장·서울역컨벤션센터·월드컵대교·서울시청사…. 근래 들어 서울시가 확정한 개발 정책이다. 몇몇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당시 결정된 사안이고 일부는 오 시장이 취임한 후 계획한 사업이다.
재개발도 활발하다. 청량리 588번지에는 54층 빌딩이 들어서고 용산은 강남권을 잇는 고급도시로 재탄생한다. 뉴타운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디자인서울' 브랜드 아래 도로는 새로 깔리고, 가로등은 교체되고, 보도블럭은 다시 뜯어지며, 자전거도로가 생긴다.
서울 곳곳에서 24시간 내내 '삽질'이 이어진다. 많은 사람이 문제점을 얘기한다. 공교롭게도 지방선거가 1년 남은 시기이다. 오 시장은 재선 도전을 천명하고 있다. 서울의 미래 모습을 바꿀 대규모 사업을 둘러싼 목소리들을 들어봤다. 서울시의 개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2회에 걸쳐 싣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공사현장. 멀리 동대문야구장 전광판이 보인다. 서울시는 과거 흔적을 남기기 위해 전광판은 철거하지 않기로 했다. ⓒ프레시안 |
이젠 한강도 '있는 사람'만 즐겨라?
서울시의 개발 계획은 올해 들어 특히 가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다.
오 시장이 서울의 문화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밀어붙인 이 사업 첫 단계로 반포 한강공원이 4월 27일 개장되면서 '오세훈표 불도저'에 시동이 걸렸다. 한강 르네상스는 단순히 한강변 재정비로 끝내는 사업이 아니다. 내년 4월 개장 예정된 여의도 요트마리나를 비롯해 난지·마곡·잠실 등 한강변 곳곳에 요트선착장이 개발된다. 시 측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요트운항을 즐길지는 미지수다.
한강 운하가 스리슬쩍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1일 서울시의회는 한강운하 기반 조성을 위해 추경예산 152억 원을 통과시켰다. 서울시 계획대로 운하가 건설되면 경인운하와 맞물려 중국에서 출발한 배가 교각 조정작업을 거친 양화대교를 지나 한강을 오가게 된다.
경인운하 완공에 맞춰 급하게 일을 추진하다보니 일정이 뒤틀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수정 민노당 시의원은 의회 5분 발언에서 "환경영향평가는 올해 12월까지 치뤄지는데 평가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10월부터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경제성 평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와 일부 의원의 반응이다.
한강르네상스의 진짜 핵심 사업 대상은 한강이 아니다. '한강 조망권 사유화'가 맞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등이 개발되면 결국 초고층 아파트에 입주할 능력을 가진 사람만 한강 조망권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는 건물 간 이격도를 넓혀 조망권을 확보하겠다고 했으나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관계자는 "서울시가 용적률 완화 등 당근을 내걸었다. 결국 초고층 빌딩이 강변을 따라 죽 늘어서는 기상천외한 광경이 벌어질 것"이라며 "아파트 입주자를 제외한 대부분 시민의 조망권은 전혀 보호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누구를 위해 디자인하나
시가 바꾸려는 것은 한강변만이 아니다.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완료하고 그 자리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총 공사비 3755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 설계도는 미처 철근이 땅에 박히기도 전에 변경됐다. 당초 호수가 들어설 계획이던 현장에서 유구(遺構) 등 옛 성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간수문(二間水門)을 비롯해 성곽과 우물, 심지어 사람이 살던 터전 다섯 곳이 나왔다. 문화재청은 성곽은 그 자리에 그대로 복원하고 발굴 유물과 관아 터는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시가 30여억 원을 들여 만든 DDPP 홍보관에서 만난 관계자는 "새로 생겨나는 성곽에서는 패션쇼 등을 열어 디자인 서울의 모습을 홍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는 이미 디자인플라자(작품명 '환유의 풍경') 설계를 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 씨에게 설계비를 더 지급했으며, 예산 역시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해졌음을 인정한다.
▲공사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DDPP홍보관에는 성곽을 감안한 새 조형도가 설치돼 있다. 노란 점선 부분이 복원되는 성곽. ⓒ프레시안 |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발굴을 먼저 한 다음 설계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시는 수용하지 않았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제 와서 기존 설계도에 맞추느라 성곽과 유적지를 따로 두는 것은 문화적 가치를 말살하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개장연도는 당초 목표였던 2010년에서 1년 뒤로 미뤄졌다. 서울시가 설계도 변경을 예상했으면서도 이 사업을 밀어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규상 동대문디자인파크담당관은 "'2010 디자인 서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떠도는 얘기는 다르다. 지방선거를 앞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뻔한 것 아니냐. 당내 입지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재선에 성공해야 하는 오 시장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다. 뚜렷이 보여준 게 없으니 '뭐라도 일단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개발현장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지도 전체가 동그란 점으로 가득 차 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 서울숲 사업 등은 집어넣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이같은 의혹에 대해 류경기 디자인서울총괄본부 부본부장(본부장 대행)은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서울시가 행정을 급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서울 역시 오 시장이 취임식 때부터 얘기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성과가 나타나는 시기만 보고 정치적 해석을 하지 말아달라고 그는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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