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성역을 두지않는 거침없는 쓴소리로 주변을 놀라게하는 홍준표(사진)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5일 다시한번 거센 입담을 과시했다. 이번엔 한나라당의 양대 축인 친이와 친박을 함께 비판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내일신문 기자와 만나 친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자신이 이틀전 “박근혜 전 대표가 패자의 길을 기야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발언한데 대해 친박 이정현 의원이 “쇄신대상 1호는 홍준표”라고 반박한데 따른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홍 전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경선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정부를 도와 성공시키는 것이 박 전 대표가 성공하는 길이라는 점을 안타까운 심정에서 조언했는데, 이를 수용하기는 커녕 (친박이) 종교집단처럼 달라붙어 비난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회창 총재도 한나라당 시절 성역화되면서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안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홍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옹졸한 공천을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10년전 전과를 문제삼아 김무성 의원을 공천탈락시킨 것은 분명 잘못”이라며 “그런 식으로 공천한다면 공천받을 정치인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마치면서 “친이와 친박을 떠나 통합파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계파에 얽매인 현실을 깨고 당내 대안 리더십으로 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하지만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했다. 그는 “(당내 절반이 넘는) 초선의원들이 아직 덜 깨우친 것 같다”며 “그들이 더 배우면 자연스럽게 통합파의 깃발 아래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지역구에서 ‘제2의 청계천 신화’를 일궈 대안 리더십의 꿈에 한발짝 다가선다는 복안이다.
그의 지역구는 서울 강북의 대표적 서민거주지인 동대문. 18대 총선에서 내건 △장안동 윤락가 폐쇄 △지하경전철 추진 △중랑천 수상공원화 △답십리시장 인증 등 주요공약이 대부분 실현됐다.
그는 “내달 자율형공립학교 1호를 유치하고 2만평이 넘는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며 공약에 없던 계획까지 내비쳤다.
서민거주지 동대문을 ‘서울 1등 거주지’로 만들어 단숨에 대안주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홍 전 원내대표는 드라마 '모래시계’를 탄생시켰던 열혈검사 출신이다.
성역을 두지않는 기질은 검사 때나 중진정치인인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후광을 업은 박 전 대표와 달리 자신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00% 자수성가했다고 큰소리치는 홍 전 원내대표가 또다시 ‘서민의 꿈’을 대변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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