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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만 좇는 박” “뒤에 숨는 이”(경향)

말글 2009. 11. 11. 10:04

“표만 좇는 박” “뒤에 숨는 이”(경향)

 김광호·장관순기자
 

입력 : 2009-11-10 17:57:23수정 : 2009-11-11 09:49:42

 

한나라당 친이·친박계의 세종시 갈등이 ‘전면전’의 양상이다. 지금까지 ‘한 지붕 두 가족’의 불안한 동거를 넘어 조직적인 충돌로 치닫고 있다. 특히 서로 상대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해 ‘말의 칼’을 휘두르면서, 충돌의 규모와 수위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지방선거와 멀리 대선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승부수의 기미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친이 결집 ‘박근혜 정조준’
“전형적인 지역주의 정치”
계파 행동으로 낙인 찍기


갈 길은 멀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도중 잠시 발목을 만지고 있다. | 연합뉴스

세종시 수정 총력전에 나선 친이계는 연일 박근혜 전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다. 박 전 대표를 향해 “사익 추구” “지역주의 정치” 등 험한 용어들까지 동원했다. 그간 미디어법 등 이견이 돌출할 때마다 불만이 끓으면서도 직접적 공격은 삼가던 것과는 완연히 다른 흐름이다. 박 전 대표를 어떻게든 ‘세종시’ 논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의도와 함께 이를 통해 친이 결집을 도모하고 박 전 대표에겐 정치적 상처를 안기는 속계산도 엿보인다.

친이계 차명진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신뢰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고육지책으로 동의해준 것에 이해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대못을 뽑으라고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아예 뽑아버리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박 전 대표의 ‘원안추진 약속론’을 비판했다. 전여옥 의원은 “어떻게 중대한 국가적 문제에 대해 특정 계파의 성향에 의해 ‘우리는 일사불란한 행동을 하겠다’고 할 수 있느냐”고 친박계의 ‘수정 반대’를 ‘계파적 행동’으로 낙인찍었다.

앞서 정두언 의원은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과거에 벌어진 일들은 모두 표 때문에 생긴 일 아니냐. 국가지도자라면 표 때문에 벌어진 잘못을 솔직히 시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직공했고, 김용태 의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주의에 기댄 정치사익 추구의 전형적 형태”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친이계의 공세는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가 1차적 배경으로 보인다. 대중적 영향력이 큰 박 전 대표의 반대론이 그대로 굳어질 경우 여론전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원안 고수’ 입장을 ‘정치적 사익’으로 몰아붙여 여론의 반전을 꾀하는 동시에 박 전 대표를 ‘계파 수장’으로 낙인찍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세종시 수정을 놓고 계파 대결로 비치도록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설득”(친이직계 의원)이라고 오히려 세종시 수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 점에서 강경파인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친이 소장파 7인 그룹의 이번주 회동이 단기적 확전 여부를 가름하는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호기자>

친박, 이대통령 직접 겨냥
“박근혜 책임론 적반하장”
‘박-이 구도’ 위상 다지기


친박계 의원들이 친이계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운찬 총리로 대표되는 세종시 수정론자나 친이계 의원 등 ‘주변’을 공격하는 차원을 넘어 이 대통령의 책임론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 친이계가 ‘박근혜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한 맞불 성격이지만, 친이계와 이 대통령에 대한 전면전의 공식화로 읽힌다.

특히 세종시 문제를 두고 ‘박근혜 대 정운찬’이 아닌 ‘박근혜 대 이명박’의 구도를 형성,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과 비중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서전’부터 친이계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헌 의원은 10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국민이 두렵지도 않습니까?’라는 글을 올리고 “(세종시 문제는) 대통령이 당당하게 국민 앞에 나서야 할 문제일 뿐이지 박 전 대표가 약속 파기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아랫사람들을 시켜 어설픈 압박을 가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친이계의 박 전 대표 책임론에 대해 “적반하장이요, 목불인견”이라며 “그들 주장대로 원안 시행이 ‘사익 추구’, 전면 수정이 ‘국익 추구’라면 그동안 공식 당론이 원안이던 사익 추구 정당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었단 얘기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친이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세종시 문제의 책임을 박 전 대표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무슨 양심을 두 개씩 달고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도 이날 ‘표 때문이라고요?’라는 글을 당 홈페이지에 올려 “정치인은 급할 때 국가대사의 문제라도 국민을 속이는 허위공약을 해도 괜찮다는 얘기인가. 그 정치불신이 가져오는 엄청난 정치적 비효율성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라고 이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이 행정부의 행동대 역할로 전락하면서 정당정치나 의회정치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친이계의 수정론을 반박했다. <장관순기자 quansoon@kyunghyang.com>

<김광호·장관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