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에 사전문의 문제 될 행동 피해
지나친 위축으로 사업 차질..편법 동원도 여전
(전국종합=연합뉴스) 박기성 기자 =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들이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움직이기 전에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일일이 문의하는 일이 잦아졌고 불씨가 될 소지가 있는 자리는 아예 피하는 등 근신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단체장도 있다.
단체장의 지나친 몸 사리기로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편법을 동원해 사전선거운동에 가까운 활동을 하는 사례가 여전하다.
◇ '공연한 오해 피하고 보자' = 류화선 파주시장은 6일 오전 11시20분 파주읍사무소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갔다가 건배사만 하고는 자리를 떴다.
파주읍 주민들이 보쌈과 떡국을 점심으로 준비했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봐 아예 식사 자리에 동석하지 않고 보좌진들과 따로 밥을 먹었다.
강현석 고양시장은 지난달 여성단체협의회 등 10여개 사회단체로부터 송년회 초청을 받았지만,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동두천시는 최근 시 부동산평가위원에 대한 위촉장 수여 때 시장의 명의가 들어가도 되는지를 시선관위에 문의했다.
동두천시 선관위 관계자는 "사소한 행위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철저히 짚고 넘어가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선거법 저촉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연말연시에 해오던 사회복지시설과 재래시장 방문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골프접대' 논란으로 혼쭐났던 박완수 창원시장은 좋아하는 골프를 완전히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둔 진의장 통영시장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게 안팎의 전언이다.
◇ 몸 사리기 지나쳐 부작용도 = 인천시는 홀몸노인의 자살과 사고 예방을 위해 올해 초부터 시행하려던 '사랑의 안심폰' 사업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했다.
'사랑의 안심폰'은 소외된 홀몸노인과 이들을 돌보는 생활관리사에게 화상전화를 제공하고 전화요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는 둘째 이상 자녀에 대해 출생 후 1년간 매달 5만원씩 지원하는 사업 역시 시행을 미루고 있다.
울산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애초 계획했던 행사나 사업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구는 동 주민센터에서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해오던 평생교육프로그램 발표회를 모두 지방선거 이후로 미뤘고 매달 한 차례 외부 유명인사를 초청해 마련했던 행복아카데미 특강을 중단했다.
충북 옥천군과 보은군은 매월 발행하는 군정 소식지를 자진해서 선관위에 사전검열을 받고 있으며, 옥천군은 매년 말 시상하던 모범군민상도 작년 말 시상하지 않았다.
◇ 여전히 '간 큰' 단체장들 = 호남의 한 단체장은 매달 간부회의를 읍면을 돌며 열고 있다.
본청 간부들을 모아놓고 하는 회의를 읍면을 순회해가며 개최하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산의 일부 지자체의 소식지는 단체장의 치적 홍보 일색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부산 A구는 지난해 구보 11월호를 단체장의 사진과 함께 지난 3년간 치적을 칭송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선거운동 제한일을 앞두고 쏟아부은 것이다.
경기도내 한 기초단체장은 오는 11일까지 구청을 연두순시하고 다음 달까지 각 동사무소를 방문한다.
순시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주민간담회로, 구청에서는 통반장이나 사회단체장을 중심으로 200∼300명의 지역 여론주도층이 초청되며 주민센터에서는 20∼30명이 참석한다.
시는 "행사를 선관위 직원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하지만 "연두순시를 빌미로 지역의 힘있는 사람들을 모두 만나고 얼굴을 알리는 것은 현직 프리미엄 성격의 선거운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충남선관위는 한 기초자치단체장이 연초부터 마을회관을 반복적으로 돌며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자기 치적을 홍보하고 있어 현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선관위는 반복적으로 마을회관을 돌며 주민과 접촉해 치적을 내세우는 것은 사전선거운동 성격이 짙다며 자제를 요청하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발언내용 등을 조사 중이다.
jeansap@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1/10 06: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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