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무상급식 운동 금지(한겨레) | |
“학생 교육기본권 확보 활동 족쇄” 반발 “시민단체 홍보·서명, 선거법 위반” 통고 논란 |
기사등록 : 2010-03-19 오전 08:22:09
‘차별 없는 무상급식’ 실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금지를 통고했다. 무상급식 서명운동은 지역의 시민·교육단체들이 학생들의 교육기본권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벌여온 풀뿌리 활동이다.
권명애 고양시민회 대표는 18일 “최근 고양시 덕양구 선관위가 ‘무상급식 서명운동과 홍보물 배부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는 행위이니 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고양급식연대’와 ‘고양시민단체연대회의’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덕양구 선관위는 이 공문에서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에 찬성·반대하는 홍보물을 배부하거나, 거리에서 서명을 받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무상급식운동 금지에 대한 근거로 선거법 제93조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제107조 ‘서명·날인운동의 금지’ 조항을 들었다.
선관위는 ‘비슷한 사례’로 ‘한반도대운하 건설 찬성·반대 운동’을 언급했다. 선관위는 별도의 자료에서 이미 결성된 대운하 찬성·반대 단체는 예외로 하지만, 이를 선거공약으로 채택한 정당이나 후보자와 공동으로 단체 등을 결성하거나, 찬성·반대 활동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권자의 일상적인 의사 표현에 대한 과잉 규제로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는 “선관위가 선거법을 문구 그대로 해석해서 이런 결정을 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선거법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를 막는 시대착오적인 규정들이 많다”며 “그런 규정들을 갖고 포괄적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동욱 두레생협 이사는 “무상급식 이슈는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정당들이 뒤늦게 선거공약으로 채택한 것”이라며 “선거와 관계없는 활동을 마치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운동인 것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고양급식연대는 한살림, 두레, 민우회 등 5개 생협과 고양시민회, 참교육학부모회 등 6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엔 무상급식 확대를 요구하는 5000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지난 8일에도 일산서구 주엽역 앞 거리에서 5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전국 2100개 시민단체가 모여 최근 발족한 ‘친환경 무상급식연대’의 김선희 사무처장은 “선관위가 주권자의 요구를 정부의 정책에 반영시키려는 시민단체의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선거 시기이니 시민의 기본권에 대한 요구를 하지 말라는 말은 민주주의의 마당인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고양시 덕양구 선관위가 급식운동 단체에 이런 안내문을 보낸 것은 급식운동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명운동의 형식은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이유주현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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