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애는 가라앉지 않았다(한겨레) | |
해군이 전한 침몰 당시의 ‘사투’ 실종자 위해 구명정 남기고…구명조끼·안경 양보 |
|
|||||
몸으로 계단 만들어 동료 구출
남겨진 장병없나 끝까지 살펴
3월26일 밤 9시22분.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전투상황실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김현용 중사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배가 갑자기 90도 기우는 바람에 출입문이 천장으로 바뀌었다. 정전. 천안함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천지가 됐다.
김 중사는 출입문이 있던 천장에 매달린 채 고통을 호소하는 신은총 하사를 전투상황실 바닥으로 내렸다. 한쪽 다리가 마비돼 움직일 수 없던 신 하사는 쓰고 있던 안경이 부서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정전으로 깜깜해진 배 안에서 안경마저 없다면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 중사는 주저하지 않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신 하사 눈에 씌워줬다. 구조 뒤 신 하사는 이때를 기억하며 “선배님(김 중사)이 자기 안경을 벗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생존자 58명은 생사를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다친 동료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는 등 전우애를 발휘해 질서정연하게 탈출했다고 해군이 9일 전했다.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다친 오성탁 상사에게 입히고 구조와 탈출을 지휘했다. 경험이 많은 상사·원사 등 고참 부사관들은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으니 절대로 물에 뛰어내리지 마라”고 뱃머리(함수) 갑판으로 피신한 후배들에게 지시했다.
생존자들이 급한 마음에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막으려는 명령이자 절박한 조언이었다. 사고가 난 백령도 인근 바다처럼 수온 3~4도 가량이면 특수 훈련을 받은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이 잠수복을 입더라도 20분 넘게 잠수하면 의식을 잃을 위험이 높다.
선배들은 후배를 구하려고 자신의 몸을 던졌다. 함교 부직사관 이광희 중사는 배가 기울며 함교 우현에 매달린 공창표 하사를 끌어올려 좌현 격벽 쪽으로 옮겼다. 선체가 뒤틀려 틈이 크게 벌어지자, 이 중사는 자기 몸으로 계단을 만들어 함교 출입문을 통해 공 하사를 외부로 탈출시켰다.
1층 상비탄약고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안재근 상병은 꽝하는 순간 몸이 튕겨져 나갔지만, 다친 데가 없음을 확인하고 동료를 찾아 나섰다. 컴컴한 복도를 지날 때, 사방에서 신음소리와 뒤엉켜진 물건들로 혼란스러웠지만, 안 상병은 “몸이 온전하고 손전등을 지닌 내가 구조에 필요한 물품들을 꼭 챙겨야 한다”고 되뇌며 침실을 뒤져 옷·신발·구명조끼·구급상자 등을 닥치는대로 챙겼다.
밤 11시13분 생존자 58명 모두가 해경 경비정에 옮겨타며 구조 작업이 끝났다. 김덕원 소령은 천안함에서 이탈하기 전 구명정과 구명볼을 현장에 남겼다. 물속에서 탈출할 수도 있는 승조원들을 위한 조처였다. 백령도 찬 바다 위로 천안함 장병들의 뜨거운 눈물이 흩날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기사등록 : 2010-04-09 오후 07:56:26 기사수정 : 2010-04-09 오후 10:03:02 |
'자유게시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시의회 김기성 의장, '강북구청장 출마 위해 의원직 사퇴' (0) | 2010.04.16 |
---|---|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 '569명 모집에 89,364명 접수(평균 157:1)' (0) | 2010.04.13 |
한나라 ‘돈봉투 시의원’ 몸살(경향) (0) | 2010.04.09 |
지방선거 과열…선거법 위반 1천387명 적발(연합) (0) | 2010.04.09 |
6.2지방선거 '입후보 안내 설명회' 개최 (0) | 2010.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