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살림은 어려운데 여당은 권력 싸움에 올인?(뉴시스) |
기사등록 일시 [2010-08-06 06:57:48] |
요즘 한나라당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가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유세전을 펼치듯 여기저기서 싸움을 그치지 않고 있다.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최고위원 간의 공방은 마치 봉숭아학당을 보는 거 같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한쪽은 사사건건 치받고 맘에 안 든다고 출석도 안하고, 한쪽은 못들은 척 무시하면서 일단 저질러 놓고 본다는 형상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7.14 전당대회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부가 엇갈리면서 시작됐다. “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했다”는 자탄에서 나타나듯 홍 최고위원은 일반시민들 여론조사에서는 이겼으나 대의원 투표에서 뒤져 결국 역전패 했다. 홍 최고위원은 다음 날 신임 최고위원들의 현충원 참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후 최근의 당직인선 문제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본인들은 서로 상대방 보다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도토리 키 재기다. 서민들은 살림살이가 어렵고, 일자리가 없어 먹고 살기도 힘겨운 판에 “한나라당이 뭘 잘했다고 쌈질이나 하고 있나”라고 싸잡아서 원망한다.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고 나서 좀 반성하는 듯싶더니, 7.28 재보궐선거에서 예상 외로 압승하고는 다시 고질병처럼 내부 권력투쟁에 몰입하고 있는 인상이다.
오히려 지방선거 전보다 사분오열 더 다양한 방향으로 찢어지고 있다. 친박, 친이, 당권파, 비주류, 쇄신모임, 소장파, 구친박, SD(이상득)계, JO(이재오)계 등 헤아리기도 어렵다. ‘민주주의 정당의 참 모습은 이렇게 자유롭고 맘껏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칭찬받을 만한 지 모르겠으나, 한나라당을 찍어준 국민들은 불볕 더위에 괜히 더 열을 받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분열은 뭐니뭐니 해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이다. “너는 절대로 안돼”라는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차기 정권이 야당에 넘어가는 건 불문가지다. 예전에 YS가 이회창이 마음에 안 들어 하면서 뒤에서 이인제를 밀어주는 바람에 DJ가 대통령이 됐던 사례가 증명한다.
한나라당은 재보궐선거의 작은 승리에 도취해서는 희망이 없다. 이번에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정권심판론을 극복하고 어떻게 해서 당선됐는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중앙당의 거물들은 지역구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절대 마이크 잡지 않고, 나홀로 뛴 이유가 뭔가를. 겸손한 자세,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자세가 불과 2개월 전 참패했던 한나라당의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앞으로도 서민의 마음을 보듬어주려는 마음자세가 절대 필요하다. 서민들의 삶을 들여다 보지 않고 거들먹거리는 자세, 파벌싸움에 몰두하는 무개념한 의식으로는 냉혹한 심판을 면치 못한다. 국민들을 우습게 봤다가는 10년 만에 찾은 정권 5년 만에 잃어버린다. 무역흑자가 얼마이고, 대기업이 몇 조원 순익이 냈느니 하는 소식은 오히려 서민들의 상대적 빈곤감만 더해 준다. 내 배가 부르다고 남도 배 부른 줄 알면 큰 일 난다.
지도부가 차기 집권을 위한 표 계산이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것도 착각이다. 계산만 하고 있으면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 그 보다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일들을 과감하게 해치우는 게 정석이다. 불법사찰에 연루된 혐의가 확실한데도, 성 폭력 발언 혐의를 부인하기 어려운 데도 이런 저런 이유로 처리를 미룬다.
국민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기나 하는지. “같이 놀아난 친구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니 감싸주기 바쁜 거야”라고 손가락질 한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야 한다. 숫자만 많으면 다 해결되나? 과감하게 자를 건 잘라야 한다. 그 정도 결단도 못하는 새 가슴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단 말인가?
또 대통령은 “우리는 왜 이광재 안희정 같은 인물이 없느냐”고 한탄하기에 앞서 믿을 만한 부하에게는 지극한 신뢰를 실어주고, 걷어내야 할 참모는 과감하게 걷어내는 주군의 칼날 같은 의지를 보여주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맘이 약해서 이 자리에서 문제가 생기면 저 자리에 옮겨주고, 끝내 내치지 못하는 유약함을 반성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는 몸을 던져 주군을 보호하겠다는 충신을 얻기 힘들다. 내칠 땐 내쳐야 한다. 그런 후에도 얼마든지 돌봐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큰 가슴으로 상대방을 포용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사실은 가장 빠른 때이다. 맘에 안들기 때문에 너한테 만큼은 절대 넘겨주지 못하겠다는 감정은 모든 걸 망치는 첩경이며, 상대방을 더욱 멀어지게 한다. / 이득수 정치부장
leed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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