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김태호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무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한 뒤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0.8.29 leesh@yna.co.kr |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끝내 낙마했다.
지난 8일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불과 21일 만이다. 후보자 지명 당시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겠다"면서 화려하게 정치 전면에 부상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말바꾸기에 따른 사퇴압박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김 후보자측은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등 야당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청문회에서 명쾌하게 해명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동안 수세적으로 이뤄졌던 전임 총리 후보자들의 청문회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임하겠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는 달리 청문회는 오히려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결국에는 21일 만에 물러나는 단명 총리 후보자라는 오명으로 이어졌다.
결정적인 것은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과의 인연이었다. 그는 24일 청문회에서는 2007년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다음날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2006년 가을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정치자금 대출과 복잡한 채무관계 등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점증되는 상황에서 이런 말바꾸기는 치명적인 악재였다.
여기에 청문회 이후인 지난 27일 공개된 2006년 2월 박연차 전 회장과 나란히 찍은 출판기념회 사진은 결정타였다. '양파 총리'라면서 사퇴를 요구했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했다.
사퇴 발표하는 김태호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무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2010.8.29 leesh@yna.co.kr |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측은 일단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사퇴 불가론을 고수했고, 김 후보자도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거취 표명을 유보했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오는 30~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당내 충돌까지 예상되면서 김 후보자측은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이 되면서 여권 핵심부에서는 김 후보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만큼 자진사퇴 이외의 대안이 없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여기에 김 후보자를 안고 갈 경우엔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면서 김 후보자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이날 광화문 개인사무실 건물 현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더 이상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아울러 김 후보자의 향후 입지와 관련해서도 이런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 추이 등을 볼 때 별다른 타개책이 없는 상황에서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상처만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격적인 총리 후보직 사퇴를 통해 상처를 최소화하며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후보자측은 향후 계획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명예회복'을 내걸고 차기 총선 행보에 들어갈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choina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8/29 11:38 송고
청문회 도입후 사퇴한 첫 총리..지명 21일만에 낙마
李대통령, 사퇴의사 즉각 수용..여야대치 소강 국면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최이락 기자 =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 등으로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을 받았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오전 지명 21일만에 전격적으로 자진사퇴했다.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총리 후보자는 국민의 정부 당시 장 상, 장대환 후보자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이며, 청문회를 마친 후 인준표결 전에 사퇴한 것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40대 젊은 총리'를 앞세워 소통과 통합을 강화하고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을 힘 있게 추진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도 다소 차질을 빚게 됐고, 7.28 재보선 승리로 한때 주도권을 잡은 듯했던 여권의 기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 후보자의 사퇴발표 직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도 자진사퇴해 그동안 총리 및 장.차관 인사검증을 놓고 정점으로 치닫던 여야간 대치국면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등 일부 내정자들에 대해서도 사퇴를 압박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어 여야 대립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광화문의 개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사의를 공식 전달받고 "인사 내정후 8.15 경축사에서 '함께가는 국민, 공정한 사회'를 국정기조로 제시하고 개각 내용에 대해 그간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는 점을 고려, 이번에 내정자들의 사퇴 의사 발표는 국민의 뜻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심기일전해서 국정을 바로 펴는데 가일층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의 원칙이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뿌리내리도록 힘쏟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 발표 직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김 후보자는 27일 밤 임 실장을 만나 사실상 사퇴의사를 전달했으며 임 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은 김 후보자와 신 문화장관, 이 지경장관 내정자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당내외 여론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주말 고심 끝에 이들의 거취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곧바로 후임 총리 후보자와 문화, 지경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선 작업에 착수했으며 추석 이전인 내달 중순 전에는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후임 총리 후보자 인선은 가급적 빨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 등 3명의 사퇴에 대해 한나라당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으며 인사검증 시스템이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고심 어린 결단으로 평가한다"며 "한나라당은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소통의 국정운영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권은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chu@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8/29 15:5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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