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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20년> ①현장을 가다..`완전한 통합' 지향(연합

말글 2010. 10. 11. 09:46

"독일 통일 20년을 기념하며..."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일 독일 북부 브레멘에서 열린 동서독 통일 20주년 공식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주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20년 전 자유를 향해 싸운 동독인들의 용기, 그리고 서독인들의 지원과 동조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German chancellor Angela Merkel arrives for celebrations marking the 20th anniversary of Germany's reunification in Bremen, northern Germany, Sunday Oct. 3, 2010. (AP Photo/dapd/Markus Hibbeler)

자신감 넘치는 독일.."통일은 옳았다"
내적통합 가속..실업.사회통합 등 분단흔적 여전


(베를린.드레스덴=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지난 3일 밤 통독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베를린 시내 연방하원 광장.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2천명에 가까운 독일인들의 기립박수가 수 분간 이어졌다.

   1982년부터 16년간 총리로 재임하며 통일을 완성한 `통일 재상' 헬무트 콜 전 총리에 대한 독일인들의 경의와 존경의 표시였다.

   기념식장 무대 건너편 한쪽에 자리 잡은 콜 전 총리는 아무 말 없이 꽃다발을 받아들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과 눈물로 `험난했던' 통독 20년을 회고했다.

   메르켈 총리와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 로타르 드 메지에르 동독 마지막 총리, 노버트 라머트 연방하원의장을 비롯해 일반 독일 시민의 표정에도 무혈혁명을 이뤄냈다는 긍지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 희망이 묻어났다.

   통일독일은 패전국의 이미지를 털고 정치,외교,군사적으로 강력한 주권국가가 됐고,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이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연방하원 청사 정면에 내걸린 검정(근면).빨강(정열).노랑(명예) 3색 연방기(Bundesflagge)도 힘찬 `몸짓'으로 통일 독일의 자신감을 노래했다.

   베를린 시내도 활기가 넘쳤다.

   1990년 10월3일 통일 이전 옛 동독지역이었던 베를린 시내 프리드리히 슈트라세가(街)와 프렌츠라우어 베르크 지역은 각각 명품가와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베를린에서 깔끔히 단장된 아우토반을 타고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작센주의 주도 드레스덴.

   드레스덴은 1945년 연합군의 융단폭격으로 시의 90%가 파괴됐지만 구 동독시절 산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통일 후에는 재건 프로그램에 따라 독일은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산업 기지로 완전히 모습을 바꿨다.

   중심가에 들어선 폴크스바겐의 `유리로 된 투명한 공장'도 최고급 사양의 페이톤을 생산하며 통독 이후 날개를 펴고 있는 드레스덴을 상징하고 있다.

   2차대전 때 폭격으로 파괴돼 방치됐던 프라우엔 교회도 2007년 원형 그대로 복원돼 동독 재건의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 같은 구 동독지역 재건을 위해 198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통일연대세, 연대협정 등의 형태로 지원한 총 2조유로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구 서독과 동독 지역의 경제격차가 상당히 줄었고, 독일은 물리적 통합에 이어 내적 통합을 다지고 있다. 동독지역 주민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유를 얻었다.

   1991년에서 지난해 사이 구 동독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서독 지역의 43%에서 73%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는 유럽의 `작은 경제 기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동·서독 주민 간의 소득 격차가 여전함을 의미한다.

   동독 주민의 대규모 서독지역 이주나 상대적으로 높은 동독 지역의 실업률 등도 통합 후유증에 따른 `그늘'이다.

   1991년 이후 현재까지 110만명이 구 동독지역에서 서독으로 이주했고, 8월 현재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11.5%로 서독지역의 6.6%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사회적 통합은 더욱 험난하다.

   통일비용을 부담했던 서독지역 주민들은 동독지역 주민을 `게으르고 돈을 축내는 부류'를 뜻하는 `Ossie(오씨)'라고 비하하고, 동독지역 주민들 역시 서독지역 주민을 `돈은 있지만 거만한 부류'를 뜻하는 `Wessie(베씨)'라고 부르는 관행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가 최근 2천90명의 독일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1%는 베를린 장벽이 다시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구 동독지역인 작센주가 지난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통일 후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23%에 불과했고, 부정적 면이 더 많다고 응답한 주민도 12%에 달했다. 62%는 긍정적, 부정적 면이 모두 있다고 답변했다.

   동서독 주민의 생활수준이 앞으로 몇 년 내에 같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27%가 20년 이상, 24%가 20년, 35%가 10년내로 응답해 앞으로도 동서독의 완전통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통합의 `그늘'에도 대부분의 시민은 "통일은 옳았다"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드레스덴 중심가 알트마크트 광장에서 만난 서독 함부르크 출신의 벤텔스 요한나(78.여)씨는 "여기 동독지역의 재건된 모습을 보면 통일은 당연히 옳은 것이었다"며 "이 때문에 통일세를 기꺼이 내고 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통일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독 드레스덴 출신인 헬프리트 리버스(62)씨는 통일 후 실업의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통일이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라며 "통일은 옳은 결정이었고,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 세대에서는 구 동·서독 주민 간에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며 "자녀들 세대에나 가서야 완전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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