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한미FTA 입장 '180도 바뀐' 이유?(대자보) | |||||||||
적극 찬성->'전면 재검토'로 돌변‥'야권연대 왕따' 모면·정동영 견제 | |||||||||
孫의 한미FTA, '비교체험 극과 극'? "민주당은 한미FTA를 비준하지 못한 데 대해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손학규,2008.5.26) "한미FTA 비준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손학규,2010.11.9) 국가 중대사를 놓고 한 정치인의 입장이 이처럼 극과 극으로 뒤바뀐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번 G20 정상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자타가 공인하는 한미FTA 적극 찬성파였다. 신자유주의 맹신자란 소리까지 들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앞두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다소 비판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한미FTA 찬성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손 대표는 2008년 5월 26일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17대 국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하지 못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을 망쳐놨기 때문이지만, 나중에 정국이 바뀌고 새로운 국면이 들어섰을 때 국민이 우리 민주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FTA 협상을 민주당이 비준하지 못한 데 대해 과연 우리는 어떤 책임있는 자세를 취했는지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며 "국민은 당장 정부·여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야당을 지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퍼주기 협상과 한미FTA 비준은 별개라는 것으로 당장의 국민적 반대 여론에 구애받지 말고 민주당이 한미FTA 비준에 앞장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가히 이명박 청와대 대변인과 한나라당 대변인도 감동해서 울고 갈 만한 주장이었다. "한미FTA는 살기 위한 몸부림, 무서워할 이유 없다"고 했는데… 손 대표는 또 2008년 4월 18일 KBS 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FTA를 가지고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이야 말로 정말 낡은, 참 한심한 발상"이라며 "한미FTA는 국제적인 경쟁사회에서 우리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그 필요성을 적극 설파했다. 2008년 4월 16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는 "아직도 한미FTA 찬성이 민주당 정체성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한미FTA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의 통상력을 높이고 세계와 경쟁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지난 10.3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경쟁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TV토론회 때마다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질문 공세를 펼쳤지만, 손 대표는 시종일관 애매모호한 태도로 답변을 피해갔다. "한미FTA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을 좀 더 강구하고, FTA 영향 하에 사회적인 양극화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한미FTA 자체에 대한 문제점보다는 '선대책' 문제로 접근하면서 한미FTA 찬성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특히 한미FTA '독소조항'에 관해서는 끝까지 답변을 회피했다. 한미FTA 찬성파 입장에서 국익과 주권 침해 소지가 많은 독소조항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더 이상 찬성 입장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완용이 매국노인줄 알지만, 한일한방조약은 찬성한다"는 말과 똑같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손학규, 발빠른 정동영 전당대회 이후에도 정동영 최고위원은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당의 한미FTA 당론을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전면 재검토·재협상'으로 전환해 이명박 정부의 밀실·퍼주기 재협상 움직임에 맞서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손 대표는 한미FTA 특위를 가동해서 당론을 정하자며 뒤로 빠져버렸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밀실·퍼주기 재협상을 한창 진행 중임에도 제1야당이 그에 대응하는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말았다. 일각에서 '무능·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그러는 사이 전당대회 꽃가루 효과로 치솟던 손 대표의 지지율도 반토막 나며 제자리로 돌아가버렸다.
당의 무기력한 대응과 달리 정동영 최고위원은 진보진영과 연대를 통해 한미FTA 반대 전선 구축에 발 벗고 나섰다. 그는 당내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과 함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을 규합해 독소조항 제거·한미FTA 전면 재협상 촉구를 위한 한·미 의원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오바마·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공동서한을 보내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3일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사회당 등 국민참여당을 제외한 개혁·진보 야5당과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교협, 민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노동단체의 대표급 인사들이 국회 앞에 총집결해 '한미FTA 전면 재검토 촉구 비상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손 대표는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이 한미FTA를 고리로 야권연대를 주도하는 광경을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런데 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이명박 정권이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미국 측에 일방적인 추가 양보를 하는 한미FTA 밀실 재협상의 타결이 임박하면서 야권 진영에 한미FTA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손 대표는 기존의 입장을 180도 바꿔버렸다. 바로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한미FTA 전면 재검토'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손 대표, '독소조항' 인정하는 순간 '한미FTA 원안'도 찬성 불가 손학규 대표는 지난 9일 한미FTA 관련 민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10일 야5당 대표 회담, 11일 민주당 의원총회와 야5당 한미FTA 재협상 규탄대회에서 잇따라 '한미FTA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한미FTA 비준 반대'의 차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손 대표는 3일 연속 "기왕에 재협상을 할 것이면,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한미FTA 독소조항 즉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역진불가 조항·서비스산업 개방의 네거티브 리스트 등에 대해서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미국 측에 분명하게 문제제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것이 지금 협상의 모습"이라며 "민주당은 일방적인 양보에 그치고 있는 한미FTA 밀실 재협상를 결단코 반대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한미FTA 비준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한미FTA에 대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손 대표가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한미FTA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미FTA에 관한 중대한 입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독소조항을 지적했다는 것은 노무현 정권이 체결한 한미FTA 원안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이명박 정권이 재협상한 한미FTA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독소조항이란 한미FTA 협정문에 있는 투자자-국가 제소제(ISD), 래칫 조항(ratchet,역진방지 시스템), 네거티브 리스트(Negative list,제외품목 열거 방식)의 서비스 개방 조항, 비위반 제소,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무단 복제∙ 배포시 인터넷사이트 폐쇄 조치 인정 등 국익 훼손과 국가 정책주권 침해 소지가 많은 조항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같은 독조소항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한미FTA를 원점에서 전면 재협상하거나 아예 전면적으로 재검토를 해야만 한다. 이처럼 한미FTA 전면 재검토 주장은 단순히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해서 이익의 균형을 깼기 때문에 한미FTA 비준을 반대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孫의 한미FTA 변심, '진보진영에 다가서고 친노와 멀어져' 민주당 내 정세균계와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의원 등 친노세력이 한사코 한미FTA '독소조항'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체결한 한미FTA 원안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친노세력은 현재 대체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체결한 한미FTA 원안에는 찬성,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한 한미FTA는 반대'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하는 한미FTA 재협상에 반대한다는 것이지, 한미FTA 자체는 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FTA에 관한 한, 친노세력은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현재 한미FTA 재협상을 주도하며 야권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비판과 해임 압박을 받고 있는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다름 아닌 노 전 대통령이 발탁한 대표적인 통상관료이다. 손 대표의 한미FTA 독소조항 거론과 전면 재검토 주장도 당연히 친노세력과는 결이 다른 관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손 대표 측이 알고서 입장을 바꿨다면 진보진영과 연대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며, 모르고서 주장한 것이라면 한미FTA 자체에 대한 '몰상식 또는 무개념'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정동영, 한미FTA 입장 관철‥'막강 2인자' 과시 특히 손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 전당대회 때부터 손 대표를 향해 집요하게 한미FTA에 대한 입장 변화를 요구했던 정동영 최고위원의 주장과 100% 일치하게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손 대표의 입장 변화는 결과적으로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 한미FTA 전면 재검토파의 주장을 100% 수용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으로선 자신이 줄기차게 당론 변경을 요구하며 몰아세웠던 사안을 손 대표가 상황에 떠밀려 수용한 모양새가 됨으로써 여전히 무시 못할 '존재감'을 다시 한번 과시하게 됐다. 특히 당내 한미FTA 논란이 손 대표의 취임 이후 첫 시험대로 여겨져왔던 점을 감안하면, 정 최고위원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면서 일단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정 최고위원이 향후 부유세 등 자신의 담대한 진보 노선을 밀고나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큰 수확이다. 자리 다툼이 아닌, 정책과 노선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 정 최고위원을 더욱 고무시킬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등 쇄신연대와 이인영 최고의원 등 당내 진보파들의 입지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미FTA 전면 재검토, '2012년 야권연대' 중대 발판
그러나 이번 한미FTA 재협상 국면에서 야권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2012년 야권연대'의 중대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손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의 양대 세력이 독소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미FTA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진보정당과 개혁적 시민사회단체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선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야 말로 '우리 편'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최대 기준점이자 바로미터로 여겨왔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5당의 정책연합이 최종적으로 무산된 핵심 요인도 한미FTA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손학규, 정동영 등 민주당 주류 세력이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한미FTA 전면 재검토'로 입장을 정리하고, 지난 11일 야5당이 공동으로 '한미FTA 비준 저지와 전면 재검토'를 내걸고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연 것은 2012년 야권 연대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향후 야권연대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야권연대를 도왔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온다. 정세균·유시민·친노만 '한미FTA 원안' 찬성‥'고립' 가능성 반면, 민주당 내 정세균계와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의원 등 친노세력은 한미FTA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업적에 흠집이 났고, 이명박 정권의 굴욕적인 밀실 재협상이 이어지면서 '원인 제공자'란 눈총까지 받게 됐다. 한미FTA 논란이 계속될수록 이를 추진한 '원죄'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이명박 정권의 추가 협상, 밀실 재협상, 굴욕적인 퍼주기, 거짓말, 협정문 수정 및 국회 재비준 논란 등이 계속되고, 이에 대해 민주당 주류세력과 진보진영 및 시민사회가 한미FTA 전면 재검토 등을 내걸고 공동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미FTA는 2012년 총선 때까지 야권연대의 최대 연결고리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정세균·유시민 등 친노세력이 지금처럼 한미FTA 원안 찬성 입장을 유지하면 할수록, 야권연대 국면에서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정동영 최고위원이 제기할 것으로 보이는 부유세 논쟁 등에서도 유시민·정세균 등 친노세력은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어 향후 진보 정책과 노선 싸움에서 친노세력이 자칫 보수·우파 또는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의 정책이 과연 지금의 시대정신에 맞느냐도 자연스럽게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란 책을 내면서 노무현 정권의 정책과 유시민 전 의원의 사회투자국자 이론에 대해 '신자유주의 좌파', '비현실적'이라며 비판한 것이 그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리틀 아메리카'(미국식 신자유주의)냐 '빅 스웨덴'(북유럽식 복지국가)이냐, '기회의 평등'이냐 '결과의 평등도 필요하냐'의 논쟁은 여전히 진로를 놓고 갑론을박 중인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기 때문이다. | |||||||||
기사입력: 2010/11/14 [16:36] 최종편집: ⓒ 대자보 |
'국회★정당★민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행거듭...예산국회 먹구름(YTN) (0) | 2010.11.20 |
---|---|
여야원내대표, 난항 예산국회 타개책 절충 실패(연합) (0) | 2010.11.20 |
국감 후(YTN) (0) | 2010.11.12 |
박지원, "영부인 의혹관련, 상당한 자료 있어"(뉴시스) (0) | 2010.11.12 |
한나라, '서민예산 8대과제' 논의(연합) (0) | 201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