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이민투자박람회서 재외선거 홍보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6~27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해외 이민투자박람회에 참가해 이민.어학연수 예정자를 상대로 2012년 4월 총선부터 도입되는 재외국민 선거 홍보를 벌였다. noanoa@yna.co.kr |
<※편집자주 =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시작으로 외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재외국민들은 처음으로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여야 정치권이 선거구도의 주요 변수로 부상한 재외국민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우편 및 전자투표 도입 여부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이에 연합뉴스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재외국민 선거의 현황과 문제점을 비롯해 여야 각 당의 전략, 해외 동포사회의 개선요구와 정치바람의 현주소 등을 8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내년 4월 총선거와 12월 대선에서는 재외국민에게도 참정권이 허용되는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가 개막된다.
지난 2009년 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외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모든 재외국민에 대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와 지역구 선거(일시체류자 및 국내거소 신고자)에서 투표권을 부여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11월14일부터 이틀간 21개국 26개 공관에서 실시한 제1차 모의 재외선거 실시 결과, 당초 예상한 7천500명을 훌쩍 뛰어넘은 1만1천102명이 신청하는 등 예상 외의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09년 5월 기준으로 재외국민 수는 286만9천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재외국민 예상선거인 수는 229만5천여명으로, 재외국민 선거가 당락의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대한 `표밭'이 되고 있다.
모의 재외선거를 실시한 결과, 선거전담 인력 부재로 국외 부재자 신고와 재외 선거인 등록 신청을 혼동하거나 기재내용 입력 누락 등으로 명부 작성 과정에서 오류가 빈발하게 나타났다.
투표용지 발송 배송 과정에서 국외거소 부실 기재로 인한 투표용지 반송, 수취인 부재, 배달 지연.반송이 잦았고, 투표진행 과정에서도 여권과 발송용.회송용 봉투 등 투표 참여시 필수적인 서류를 지참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현재 재외국민 선거에서의 가장 큰 쟁점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방안과 우편.전자투표 도입 여부다.
우선 재외국민 선거의 경우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투표가 실시되는 특수성으로 인해 탈.불법 행위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39만표, 57만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린 1997년과 2002년 대선의 사례에 비춰 재외국민 선거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파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모의 재외선거 개표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인턴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송파구선관위의 모의 재외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2012년 실시되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재외선거에 대비해 재외국민 유권자 총 1만991명을 대상으로 지난 14, 15일 21개국 26개 공관에서 모의투표를 실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선거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sjoonhee@yna.co.kr (자료사진) |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선거법 위반 행위로는 ▲선거운동 기간 외 선전물 배부.첩부(貼附) ▲기부행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집회.강연회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와 트위터를 이용한 지지.반대 의사 표명, 허위사실 유포 등이 꼽히고 있다.
재외국민 선거에서 우편.전자투표의 허용 여부는 난제 중 난제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지난 18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재외국민 선거, 이대로 문제없나' 심포지엄에서는 재외국민 선거의 우편투표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설증혁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미국에서는 재외국민 투표를 12개 공관에서 하는데 애리조나주에서 로스앤젤레스(LA) 공관까지 가려면 1박2일이 걸리고 비용도 700∼800달러가 든다"면서 우편.전자투표 허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미국 변호사인 김재수 전 LA 총영사는 발제문을 통해 "우편이나 인터넷 투표를 활용하면 쉽게 투표할 수 있으나 대리투표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재외국민 선거의 지나친 관심과 과열 분위기가 해외동포 사회에서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해외동포 사회의 참정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과 일본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지역의 경우 국내 정치권의 `배려'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재외국민에게 비례대표 1석이 지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앙선관위는 재외국민 선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제19대 총선 180일 전인 오는 10월14일 각 해외공관에서 투표관리와 감독, 선거범죄 예방.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재외선거관리위'를 설치할 예정이다.
'재외선거 성공할까?'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인턴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송파구선관위의 모의 재외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2012년 실시되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재외선거에 대비해 재외국민 유권자 총 1만991명을 대상으로 지난 14, 15일 21개국 26개 공관에서 모의투표를 실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선거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2010.11.24 sjoonhee@yna.co.kr (자료사진) |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재외선거 사무를 관리.감독할 `재외선거관'이 내달 초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을 비롯한 전 세계 34개국 55개 해외공관에 파견된다.
이어 오는 6월 대대적으로 제2차 모의 재외선거를 개최, 예상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외선거관에 대한 `맞춤식 선거법' 교육 강화, 재외선관위에 단속반 편성.운영, 중앙선관위.재외선관위에 신고.제보 접수센터 설치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법무부도 선거범죄 영사조사제도 도입, 선거법 위반 혐의가 명백한 자 중에서 조사불응자에 대한 여권발급 제한, 외국인 재외선거사범의 입국제한, 국외 선거범죄자에 대한 형의 시효 연장 등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재외국민 선거에서 불법행위 방지를 위해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현직 검사를 주요 영사관에 파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재외국민 선거에서 재외공관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침을 통해 각 정당과 국회의원이 동포간담회를 추진할 때 일정을 주선하거나 차량을 제공해온 관행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재외공관 직원이 국회의원이나 정당 주도 정치적 행사.모임에 참석하지 않도록 했으며, 재외공관이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재외동포들의 연락처.인적사항 등의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당 홍보물을 배포하는 것도 금지했다.
한편 재외국민 선거를 위해서는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있거나 거소신고를 한 사람의 경우 `국외 부재자' 신고를, 주민등록이나 거소신고가 안된 영주권자 등은 `재외 선거인' 등록신청을 해야 한다.
시.군.구 선관위가 선거일 전 25일까지 국제특급우편(EMS)으로 직접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발송하고, 재외선관위가 공관에 재외투표소를 설치하면 선거인은 우송된 투표용지, 발송.회송용 봉투, 여권을 소지하고 재외투표소에서 투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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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도 투표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1회 해외이민.투자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재외국민 투표 홍보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2011.3.27 kane@yna.co.kr |
한나라는 재외국민위원회, 민주는 세계한인민주회의 가동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강병철 기자 = 여야 각 정당이 재외국민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이 229만5천명(2010년 중앙선관위 추정)에 달하는 만큼 재외국민 표심은 선거 구도 및 판세를 뒤흔들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15대(1997년), 16대(2002년) 대선 당시 1,2위의 표차가 각각 39만표, 57만표였다는 점은 재외국민 투표율이 20∼30%에 머물더라도 대선 판세가 뒤집힐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재외국민의 표심이 대체로 보수 성향이지만, 적극 투표층을 놓고 볼 때 보수층의 수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여야의 재외선거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재외선거 관련 조직을 꾸리는 것을 시작으로 정책 홍보활동 강화, 재외교민과의 네트워크 구축, 재외국민 정책 개발 등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중앙당 사무처에 재외국민국을 설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당 지도부와 장관 겸직 위원을 제외한 사실상 소속 의원 전체가 참여하는 재외국민위원회의 가동에 나섰다.
재외국민위원회는 북미, 중남미, 일본, 중국, 아시아, 유럽, 대양주, 중동.아프리카, 여성 등 9개 분과 위원장을 위촉한 상태며, 올 하반기부터 분과별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09년 1월에는 한나라당 정책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미주 한인들의 조직인 `US 한나라포럼'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범, 각 지역에서 유사한 지지조직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재외국민선거에 대비해 정책자문기구인 세계한인민주회의를 출범했다. 손학규 대표가 의장을, 국회의원 16명과 해외 인사 8명이 부의장을 맡는 등 역시 `매머드급'으로 꾸려졌다.
세계한인민주회의는 재외국민 당원을 모집하는 데 이어 총선에 대비해 해외공관 지역별 자발적 당원모임을 만들고, 대선을 앞두고 국가별 당원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 재외동포 조직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민주당은 해외에 정당 자문조직을 둘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도 제출한 상태다.
해외 현지에서의 표밭 다지기도 한창이다. 여야 의원들은 의원외교 활동 중에 틈틈이 현지 교민들과 접촉,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속 정당의 정책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 조진형 재외국민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에 이어 지난 1월 일본 오사카와 2월 중국 베이징 등을 방문했으며, 오는 4월과 5월 호주와 미국을 찾는 등 교민사회와의 교류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조진형 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단을 이끌고 지난 1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에 참석한 것도 중국 교민들에게 한나라당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은 김성곤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을 포함해 당내 각 지역 전문가를 총동원, 미국, 중국, 일본에서 개최된 교민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올초부터 해외 현지활동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 장외투쟁을 시작하면서 의원들에게 `해외출장 금지령'을 내렸지만, 재외국민 표심을 잡기 위한 출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기도 했다.
다만 각 정당은 벌써부터 해외 활동을 강화할 경우 선거법 위반 시비를 불러올 수 있고, 교민사회 분열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의식, 현재는 재외국민 정책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우선 `몰라서, 교통이 불편해서 투표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외선거인 등록기간 연장 ▲우편 및 인터넷 등록 ▲추가 투표소 확대 ▲교통편의 제공 의무화 등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는 교민 지도층과 의원들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재외국민 교육.고용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재외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입법.청원 지원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민주당은 그동안 청취한 교민사회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법령.정책.예산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외국민 선거에 있어 정책 대결을 내세운 민주당은 ▲재해.재난 시 재외국민 보호 문제 ▲이중국적 확대 문제 ▲재외국민 교육강화 문제 등과 관련한 법안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 조진형 재외국민위원장은 "재외국민들이 모처럼 주어진 국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기울일 것"이라며 "동시에 재외국민과의 소통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성곤 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은 "재외국민 선거가 우리 동포들의 권익 향상의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로 동포사회가 분열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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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열린 '재외국민 선거, 이대로 문제없나' 심포지움에 참가한 (왼쪽부터)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 한나라당 조진형 재외국민위원장,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설증혁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수석부회장. (자료사진) |
여야, 추가 투표소 설치.우편등록에는 공감대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재외국민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표방식을 두고 각 정당이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편 및 인터넷 투표는 헌법이 규정한 비밀.직접투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비밀투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터넷 투표를 선호했으며, 자유선진당은 우편 및 인터넷 투표 외에도 모바일 투표의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우편 및 인터넷 투표 허용 주장은 투표권을 가진 230만 재외국민이 109개국, 166곳의 재외공관에서만 투표할 수 있게 하면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예컨대 미국 LA에선 20~30만명이 투표를 해야 하는데 현지 총영사관에서 수용이 불가능하다. 재외공관이 너무 멀거나 아예 없어 투표가 불가능한 지역도 있다.
배희철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3분의 2가 우편투표를 허용하고 있고 공관투표와 함께 우편투표도 실시하는 나라는 영국.일본을 포함해 20개국"이라며 인터넷 및 우편투표 허용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비밀.직접투표 원칙에 위배되고 대리투표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당 재외국민위원회 위원장인 조진형 의원은 최근 재외국민선거 토론회에서 "대리투표 가능성이 있고 감독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투표장에서의 비밀유지가 담보되기 어렵다"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는 있지만 바로 시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우편투표는 선거 실무상 용지도착 지연과 배송 문제로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인터넷 투표도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리투표 문제로 우편투표가 어렵다면 인터넷 투표를 하자는 입장이다.
우편투표는 집으로 배송된 투표용지에 다른 가족이 투표를 해서 보낼 수 있고 비밀투표도 보장되기 어렵지만 공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인터넷 투표는 비밀보장이 더 되고 대리투표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견해다.
자유선진당은 우편투표를 허용해야 하며 심지어 투표자의 지문날인이 있는 경우 대리투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선영 대변인은 "인터넷 투표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투표의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외국민선거 투표 방식에 대한 견해가 다른 이유는 투표율이 올라갔을 때 각 정당의 득실계산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국회 제출법안을 보면 각 정당 내에서도 의원별로 시각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과 안경률 의원은 2009년 9월과 12월에 각각 우편투표를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같은 해 3월 재외국민이 공관투표, 우편투표, 인터넷 투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무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우편 및 인터넷 투표 허용 문제에 대해 현행법상 투표권이 없는 이중국적자를 가려 내려면 해외 공관에서 서류를 접수해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선관위도 재외공관이 없는 지역에 사는 교민이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해외파병 군인에 한해서는 우편투표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외공관 외 투표소 확대와 선거인 등록기간 연장, 우편등록 허용 등 다른 투표편의 제공에 대해서는 각 정당의 이견이 없는 상태다.
한나라당은 `투표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표소를 확대해야 하고 선거일 150일 전부터 60일 전 사이에 하게 돼 있는 선거인 등록기간을 선거일 1년 전부터 60일 전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선거인 등록 때 우편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선관위에서 재외선거관리정보시스템 구축계획을 밝힌 만큼 인터넷 등록도 가능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지난해 3월 특정 지역을 순회하는 사무원을 통해 재외선거인 등록 접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순회 투표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선관위도 재외국민의 투표 편의를 위해 유권자가 2만명 이상이면서 공관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는 추가 투표소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hoju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3/28 06:15 송고
한인학교 애로사항을 듣고 있는 이재오(자료사진)
한인학교 애로사항을 듣고 있는 이재오 (서울=연합뉴스) 부패방지 국제공조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중인 국민권익위원회 이재오 위원장 24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한인동포들의 직업교육기관인 한사랑종합학교를 방문, 육종호 학교장(맨오른쪽)으로부터 학교 운영 및 시설에 대한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2010.5.25 << 국민권익위원회 >> photo@yna.co.kr |
대권주자 사조직 등 정치단체 `우후죽순'..동포사회 분열 우려
한인 적은 유럽.남미.아프리카 등은 관심 저조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헌정사상 최초로 실시되는 재외국민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의 정치바람이 해외 한인사회로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사는 미국 등 일부 지역은 국회의원 등 한국 정치인들의 발길이 잇따르면서 차기 대권 주자들을 지원하는 사조직 등 정치관련 단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조직되고 있다.
정치성 짙은 단체들이 대거 발족해 동포사회에 정치바람이 일면서 과열 양상 조짐도 보이고, 일부 인사들은 사조직 가입을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 상당한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동포사회 중 정치바람이 가장 활발하게 부는 지역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 한인 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의 외곽조직이 작년부터 결성되고 있고, 차기 대권 주자들의 후원회 조직도 속속 구성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과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뉴 한국의 힘'이 작년 중반부터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등에서 발대식을 갖고 세 구축에 나선 상태이며, 민주당도 `세계 한인민주회의'의 미주 지부를 잇따라 결성하며 맞서고 있다.
정치단체가 아닌 통일운동 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도 지난 2월 애틀랜타,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주지역에서 잇따라 해외본부 결성식을 갖고 한인들을 상대로 통일운동 확산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당 차원의 조직뿐 아니라 차기 대선주자들의 후원회 조직도 잇따라 구성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후원회 조직이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구성돼 이미 활동에 들어간 상태.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조국사랑 미주연합' `정수회' `박사모' 등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 장관과 관련해서는 인터넷 팬카페인 '재오 사랑'의 미주판이 개설돼 활동 중이다.
손학규 대표와 관련해서는 '자유광장'이라는 외곽 후원조직이 결성돼 있고, 정동영 최고위원도 `한민족 경제비전연구소'가 가동되고 있다.
이밖에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 등 다른 대선주자들의 후원조직도 금년내에 구성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동포사회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주지역은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동해와 서해를 건너온 서울의 정치바람으로 동포사회가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등 재일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관련 단체들이 대거 생겨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北京) 등 중국에서는 정치적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과는 달리 공식적인 간판을 내건 특정 정치인 지원단체나 정당 외곽조직이 출현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다만 국내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지면서 지역 인맥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갖춘 한인회 간부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중국지역 한 외교관은 "최근 지방의 한 행사장에 나갔는데 사회자가 상석에 앉은 부녀회장을 가리키며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분'이라고 소개하는 걸 보면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하이(上海)에서도 최근 한 인사가 민주노동당 상하이 지부장을 맡았고, 종전까지 동포들을 위한 봉사의 자리로 여겨지던 한인회장직이 한국 정치권에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자리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박근혜 교민환영 속 美 안착(자료사진)
박근혜 교민환영 속 美 안착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초청 강연 등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5일(현지시간) 오전 대한한공 023편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 환영나온 교민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09.5.6 ksy@yna.co.kr |
미 애틀랜타 한인회 관계자는 미주지역에 대선주자의 사조직 등이 활발하게 구성되는 배경에 대해 "원래부터 미국사회에 정착하기보다는 한국의 정치권에 관심을 둬온 인사들이 있는데다, 지난 대선에서 공을 세운 한인대표가 총영사로 임명되는 등 논공행상을 받은 점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동포사회가 분열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모 정당의 미주 외곽조직 단체는 작년 말 북미주 지부장이 해외조직 간부 임명 때 금품을 요구하고, 직권을 남용한 의혹 등이 제기돼 지부장을 제명하기도 했다.
또 일부 미주 한인관련 단체 대표는 서울에서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열며 동포 사회보다는 한국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고, 또 다른 인사는 유명무실한 재외동포 관련 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위세를 떨치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치바람이 거세게 부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한 듯 오는 5월 실시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한국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총련 회장 선거에 출마한 유진철 전 동남부한인회연합회장은 "개인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 총련 회장직을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총련 회장이 되어 한국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라 미주의 소수 인종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통해 소수민족으로서 한인사회의 권익을 신장해 나가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함께 출마한 김재권 전 미주총련 이사장도 "당선되면 오로지 250만 미주동포들의 대변인으로 활동할 것이며, 한국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약하고 있다.
은종국 애틀랜타 한인회장은 "미주지역의 170여 개 한인회는 한국선거와 관련해 절대적으로 중립을 지킬 것"이라며 "동포들의 참정권 행사는 바람직하지만, 정치바람이 너무 과열돼 한인사회를 분열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김진만 한인회장도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이 철저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한인회, 한인상공인회 등 한인단체들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면서 "연말에 한인회장단 회의를 열어 임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하거나 결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의 미국 이민정착을 돕는 인터넷 매체인 `케이아메리칸 포스트'(www.KAmericans.com) 발행인인 박선근(미국명 서니 박) 씨는 최근 한국 정치권과 한인 지도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이란 친정을 떠나 미국에 시집을 온 한인들이 조용하게 살아가는데 한국 정치인들이 와서 한인사회 지도자라는 사람들에게 바람을 불어넣고는 떠나간다"면서 "한국 정치인들은 한인사회가 미국에 뿌리는 데 장애가 될 어떠한 행위도 일절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인사회는 더이상 한국 정치인들의 희롱 대상에서 벗어나야 하며 명실상부한 미국민으로 독립해야 한다"면서 "한인사회 지도자들이 `시집'의 일을 외면하고 `친정'에만 관심을 둔다면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누가 이뤄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유럽과 남미 등 한인들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파리, 런던, 제네바 등 유럽 지역은 한인 수가 많지 않고, 주재원이나 유학생들이 많은 탓인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에 속한다.
파리지역 한인회의 한 간부는 "아직까진 과열 조짐이 없다"면서 "프랑스는 유학생 위주 사회여서 선거운동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미와 아프리카 등 한인들의 진출이 적은 곳은 관심도가 매우 낮은 실정이라는 게 현지 동포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향후 1년간 과열 조짐을 보이는 미주 지역의 열기를 식히는 대신 관심도가 저조한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 지역에 대한 선거 홍보를 강화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ash@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3/28 06:15 송고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송파구선관위의 모의 재외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
원거리 유권자, 시간.비용 막대해 투표 사실상 불가능
후보자 정보도 얻기 어려워..`선거 무용론' 대두 우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 1997년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은 어엿한 한 주립대 의대 교수로 성공한 동포 노승일(45) 씨. 그는 미국에서 살지만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만큼 재외국민 참정권 행사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시행된 모의 재외국민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네바다 주 리노에서 9시간 30분을 운전해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현재 리노한인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노 씨는 그러나 "지금 제도 그대로 내년에 재외국민선거가 시행된다면 투표를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면 우선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 선거인 등록신청서부터 제출해야 한다.
노 씨가 사는 리노에서 LA까지의 자동차 운전거리는 약 511마일(822㎞)이다. 교통체증이 없다는 가정하에 쉬지 않고 달려도 8시간37분 가량이 걸린다. 하지만 휴식시간을 고려하면 약 10시간이 소요된다.
노 씨는 "공관 업무 마감시간인 오후 5시 이전에 도착하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고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치면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반 승용차는 휘발유를 가득 넣고 쉬지 않고 달려야 보통 370마일(약 500㎞) 정도 달릴 수 있고, 휘발유를 꽉 채워 넣으려면 요즘 한 번에 60달러 정도 든다.
하루 5편 있는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더 든다. 항공료에다 공항에서 공관까지 이동하려면 자동차를 빌리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누가 그 돈을 부담하면서 선거인 등록을 하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선거인 등록을 한 재외국민에게는 선관위에서 재외투표용지와 선거안내문 등을 우편으로 전달한다. 재외국민은 이 투표용지를 지참하고 국내 선거일 14일 전부터 6일간 시행되는 재외선거 기간에 다시 재외공관을 찾아가 투표를 해야 한다.
두 번이나 재외공관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 원거리 거주자는 투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 씨는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이틀 동안이나 생업을 포기하고 투표를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노에는 있는 동포 약 4천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영주권자나 비자 체류자로 재외선거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들의 참정권은 현실적으로 봉쇄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모의선거에서 LA총영사관이 담당하는 남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주에서는 모의선거 등록자 835명 중 173명(20.7%)이 실제 투표했다. 투표자 중에 원거리에서 온 사람은 `정말 큰 마음 먹고' 리노에서 온 노 씨밖에 없었다.
LA에서 자동차로 13시간이 걸리는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에 사는 김두남 한인회장은 "버스를 대절해 단체로 투표에 참가하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숙소 문제도 있고 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현행 제도로는 재외국민이 선거 후보자의 정보를 얻기 어렵다. 주민등록 또는 국내 거소신고가 된 재외국민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까지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 후보등록 마감일(선거일 전 14일)에 재외선거가 시작되기 때문에 후보자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후보자 정보가 선거 전에 우편으로 유권자에게 전달되지만, 재외선거인에게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재외선거는 유권자가 후보자의 이름 또는 정당명을 직접 투표용지에 기재하는 방식인 `자서식(自書式) 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후보자 이름 같은 정보가 더 절실히 필요하다.
LA총영사관 관계자는 "재외선거 기간 엿새 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후보자의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재외국민은 현실적으로 국내 거주민과 비교하면 제한된 정보하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외국민들은 현행 제도대로 선거가 시행되면 투표 참여율이 아주 저조할 것을 우려했다.
민주평통 영국협의회 하재성 간사는 "지난해 모의선거 때는 런던시내 대사관이 아니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레인즈파크에 있는 한인회관에 투표소를 설치했는데도 선거등록인이 324명에 불과했다"면서 "내년 재외선거를 시내 공관에서 한다면 투표율이 극히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999년 미국 애틀랜타의 동포 조무제(43.자영업) 씨는 "지금으로선 내년 재외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애틀랜타 총영사관이 주차장이 없는 도심 고층빌딩에 입주해 있어 도심까지 자동차로 가서 유료주차장을 찾아 주차한 후 공관으로 가는 수고를 선거인 등록과 투표 때 두 번이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우편투표를 하거나 한인 밀집지에 투표소를 추가 설치하지 않으면 일부 한인단체장을 제외하곤 투표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내년 첫 재외국민선거는 아주 상징적인 의미로 이해하며 앞으로 많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낮은 참여율 때문에 자칫 `재외선거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장태한 소수인종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권에서 재외동포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재외국민 참정권을 허용했으면 더 많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인데, 현 제도로는 투표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자칫 투표율이 저조해 재외국민 참정권을 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첫 재외선거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행 제도는 재외국민의 참정권 행사의 제약이 많아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처음 시행되는 만큼 한꺼번에 엄청난 비용과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차차 개선해나가자'는 주장이 여전히 팽팽한 실정이다.
서둘러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아야 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게 문제다.
bond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3/28 06:15 송고
재외국민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복잡한 현행 투표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재외국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송파구선관위의 모의 재외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투표소 재외공관 제한에 유권자 불만..투표 차질 우려도
선거관리 인력 부족도 문제..대책마련 절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 재외국민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편하고 복잡한 현행 투표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재외국민들의 목소리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투표장소가 사실상 한국의 재외공관으로 제한돼 있어 유권자 등록과 실제 투표를 위해선 두 차례나 공관을 직접 찾아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편 및 인터넷 투표' 허용, 투표소 확대 설치 등을 요구하는 재외국민들의 요구가 비등하고 있으며, 일부 재외국민 단체들은 재외국민투표법이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약하고 있다면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까지 했다.
지난 2009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재외국민투표법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 또는 해외 영주권자에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와 지역구 선거(일시체류자 및 국내거소 신고자)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외국민들은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2012년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투표장소 재외공관 제한에 큰 불만 = 무엇보다 투표장소를 우리나라 대사관,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으로 제한한 투표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81조의 17에 따르면 재외투표소는 공관에만 설치해야 하고, 공관의 협소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대체시설에 설치할 수 있다.
재외공관은 전세계 230여개국 가운데 109개국, 166곳에 설치돼 있으며 이들 공관 전체에 투표소를 설치할지, 아니면 일정 숫자 이상의 유권자가 거주하는 지역 공관에만 설치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재외 국민이 거주하는 국가는 모두 176개국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전체 166개 공관에 투표소를 모두 설치하더라도 67개국의 재외 국민은 선거인 명부 등록과 투표를 위해 두 차례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공관을 방문해야 한다.
또 미국과 중국과 같은 큰 나라의 경우도 투표소가 설치된 공관까지 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상황이다.
예컨대 미국 노스다코타주 거주자는 1천500㎞ 떨어져 있는 시카고 총영사관 관할이어서 투표를 하려면 서울∼부산의 약 4배 거리를 왕복해야 한다. 투표 한번 하려면 최소 수십만원의 비용과 이틀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유권자 수가 20만명이 넘는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의 경우 투표소 한 곳이 하루 2천∼3천명밖에 수용하지 못해 투표권 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캐나다, 중남미, 남미 등 땅덩어리가 큰 지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은 재외공관으로 한정된 투표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우편 및 인터넷 투표' 등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LA지역의 한 동포 언론매체가 최근 미국 내 한인 1천3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1.9%가 투표방법 개선을 희망했고, 현행대로 공관으로 투표장소를 제한한 방식에 대해 `좋다'고 답한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개선을 요구한 응답자들은 인터넷 투표 허용이 32.7%로 가장 많았고, 투표소 확대(20.6%), 우편투표 허용(1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주동포참정권실천연합회 김완흠 회장은 "우편투표를 허용하지 않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공관에서만 하도록 한 현 제도는 원거리 투표자에게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면서 "선진국에서는 우편투표를 하는데 우리가 부정선거 우려 때문에 우편투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종국 애틀랜타 한인회장도 "애틀랜타 총영사관 관할 지역의 경우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에서 투표하러 오려면 최장 8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우편투표 등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중국의 경우도 교민들은 투표소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재외국민 유권자수가 33만여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는 중국(홍콩 포함)의 유권자들을 투표소가 설치될 관할 공관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베이징대사관 9만4천명, 칭다오총영사관 8만9천명, 상하이총영사관 6만1천명, 선양총영사관 4만명, 광저우총영사관 3만명, 홍콩총영사관 9천명, 청두총영사관 3천명, 시안총영사관 1천명 등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송파구선관위의 모의 재외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
특히 재외국민들이 많이 거주하지만 공관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가서 투표를 해야 하는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등의 교민들은 투표소 추가 설치나 우편 투표제 실시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재중국한국인회 정효권 회장은 "재외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투표 참여율을 높이려는 고민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면서 "우편투표제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터넷 투표나 전자투표를 허용하면 대리투표 등 부작용이 일 가능성이 있어 투표소 확대 설치 이외에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선거관리 인력 부족..외국 시민권자 투표 방지 대책도 필요 = 현지 공관원들은 관리 인력 부족, 경험부족 등을 이유로 선거관리의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
LA총영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모의선거를 해봤지만 재외선거가 기존에 없던 업무라서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위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사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외국에서 재외국민의 투표가 이뤄짐에 따라 대리선거, 외국시민권 소지자의 투표 등 부정행위가 이뤄지더라도 이를 적발하거나 규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재성 민주평통 영국협의회 간사는 "영주권자들 사이에는 누가 영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인지 다 아는데 시민권자 중에서도 투표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 경우 개표 뒤 자신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시민권자의 투표를 문제 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당선자 발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외국민단체 헌법소원 제기..선관위 투표소 확대 추진 =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회장 배희철)는 지난해 6월 현행 재외국민투표법이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약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헌법소원에 참여한 이들은 배희철 회장 등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임원 및 미주지역 대표 등 15명,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임원 2명 등 세계 각지 한인 대표 37명이다.
배 회장은 "투표소를 한국 공관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한 현행재외국민투표법 바뀌지 않으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4개 주(州) 지역 한인들은 등록과 투표를 위해 두 차례 비행기를 타고 가 호텔에서 자고 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는 사실상 투표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외국민투표법과 관련해 재외동포 또는 관련 단체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은 지난 2009년 5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2009년 5월에는 일본에서 재외국민 참정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재일동포 이상윤 씨 등 6명이 재외국민 참정권 관련 법안이 투표 방법과 대상을 제한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정치권도 재외국민들의 불만을 인식해 `선거인의 우편 등록과 투표'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으나 다른 정치현안에 밀려 본격적인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2년 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2만명 이상 해외 도시 37곳에 투표소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우편투표나 인터넷 투표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선관위는 대리투표 등 부작용을 감안해 유권자 2만명 이상 도시에 일시적으로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표소 설치비용은 한 곳 당 230만원이지만 외국에서는 2천700만원이 들어 37곳을 늘리면 1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아울러 선관위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 기간을 선거일 전 150일부터 60일 사이로 규정한 선거법 현행 조항을 선거일 전 1년 전부터 가능토록 하고, 투표 때 제시하는 신분증을 여권에 한정하지 않고 운전면허증도 추가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밖에 선관위는 해외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한국 여권 취소 또는 제한, 한국 입국 제한, 한국 입국 시 사법절차 완료 시점까지 출국 제한 등의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jj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3/28 06:15 송고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신연성 로스앤젤레스(LA) 주재 총영사는 28일 "재외국민 선거가 동포사회의 분열이나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우려했다.
신 총영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의사표시로 한인사회의 정체성이 훼손되면 너무나 큰 손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선거에서 투명성 및 공정성의 원칙과 참정권을 편리하게 행사하는 수단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큰 문제"라며 "재외국민 선거를 가장 공정하고 실효성 있게 집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외국민 선거시 우편투표 허용 문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제도이고 장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며 "다만 투표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외국민 선거의 준비상황은 어떤가.
▲아직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재외국민 선거 제도를 계속 다듬고 있기 때문에 제도를 집행하는 공관장으로서 설명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선거 절차, 참정권의 실효성, 공명성 등이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국민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고 재외국민 선거가 처음 실시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결국 국민의 기대에 맞추려면 선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른다는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선거에서 투명성 및 공정성의 원칙과 참정권을 편리하게 행사하는 수단과의 괴리를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큰 문제라고 본다. 재외국민 선거를 가장 공정하고 실효성 있게 집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우편투표 제도 도입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우편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재외동포의 요구가 많다.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등의 먼거리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오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투표소에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행정적 어려움도 예상된다. 우편투표는 몇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편투표는 확대돼야 한다. 다만 투표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우편투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해외에서 과연 시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또 우편투표 제도가 모든 국가에서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각 국가마다 우편투표의 제도가 다르고 행정기반도 상이하며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도 차이가 크다. 유권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모의 재외선거에서 LA총영사관의 투표율이 20.7%로 높지 않았다. 투표율 제고 방법은 무엇인가.
▲모의선거는 아주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했기 때문에 실제 선거에서 투표율이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 재외동포가 투표권을 활발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거 제도 및 절차에 관한 홍보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현지 한인 언론이나 한인단체 등의 채널을 통해 선거제도를 설명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투표율 제고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외교부가 이번 달부터 재외국민 선거시 국회의원 및 정당의 동포간담회 주선 금지 등을 담은 재외공관의 중립성 지침을 시행하고 있는데 실효성은 어떤가.
▲올해 10월 재외공관에 설치되는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의 중립성을 담보하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외교부 지침은 통상 행정행위가 선거의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다. 선거와 관련된 행사나 행위를 배제한다는 원칙을 마련했고 이를 철저히 시행할 것이다. 결국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공정성의 확보다.
--재외국민 선거로 동포사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참정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견이 갈리고 서로 다른 견해를 표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재외국민 선거가 동포사회의 분열이나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절대로 안된다. 정치적 의사표시로 한인사회의 정체성이 훼손되면 너무나 큰 손실이다. 동포사회는 국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자산인데 국내 정치 때문에 흠이 가서는 안 된다.
noja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3/28 06:15 송고
여야 입장 갈려 우편투표제 도입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성혜미 기자 = 아프리카대륙 동쪽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희귀 동식물의 보고로 알려진 이 나라에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암바토비 니켈광 공사 현장에 파견된 근로자 150여명과 교민 2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0여명이 만 19세 이상의 선거권자다. 이들은 그러나 처음으로 재외국민에게 주어지는 참정권을 원천 박탈당하는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현행 공직자선거법상 재외 공관에만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 규정이 우리나라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설치돼 있지 않은 마다가스카르 교민들에게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편투표나 전자투표, 순회투표소 등과 같은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마다가스카르 교민은 한 표 행사를 위해 미화 1천달러에 가까운 큰 돈을 들여 비행기로 2시간30분 가량 걸리는 인도양 너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OR탐보공항을 거쳐 자동차로 40여분 거리의 프리토리아 주재 남아공대사관까지 가야 한다.
이렇듯 공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거주 교민이 참정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나라는 모두 67개국에 달한다. 전세계 176개국에 우리 교민이 살고 있는 반면 이 중 109개국에만 공관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전병만 마다가스카르 한인회 사무총장은 "선거법 개정이 안 되면 재외선거인명부 등록과 투표를 위해 두 번 바다를 건너야 한다"며 "나를 비롯해 그렇게까지 투표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 총장은 "비밀선거도 담보해야겠지만 재외국민에게도 빠짐없이 투표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편투표를 도입한다면 국제우편 비용은 한인회에서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부르키나파소 교민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전체 60여명의 교민 가운데 유권자 40여명이 투표를 하려면 주코트디부아르 대사관까지 1시간30분을 비행기로 날아가야 한다. 또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자가용으로는 하루, 기차로는 48시간이 걸린다.
황옥곤 부르키나파소 한인회장은 "자기 돈으로 다녀오라면 한 사람도 투표하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동의 유일한 미수교국인 시리아에는 150여명의 한인이 살며 이 가운데 40명 정도가 아랍어를 공부하러 간 유학생들이다. 이들 또한 투표를 하려면 두 시간 이상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베이루트에 있는 주레바논 대사관까지 가야 한다.
김광근 시리아 유학생회 회장은 "레바논 대사관까지 왕복 교통비 3만원 정도에 양국의 출국세와 입국세 4만5천원이 들어간다"며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학생들 가운데 몇명이나 투표에 참여할까 싶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공관 미설치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이 땅 덩어리가 큰 나라에서는 교민들이 투표소가 설치된 공관까지 가기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산 넘고 물을 건너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LA총영사관에서 투표를 해야 하는 애리조나주 한인들은 거주 도시에 따라 LA까지 자동차로 6∼10시간을, 뉴멕시코주 한인들은 12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이승호 애리조나 한인회장은 "3만명의 애리조나 교민들은 재외국민 선거에 관심이 높지만 현재의 투표방식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두 차례 LA총영사관을 방문해야 하는 선거방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참가율은 매우 저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두남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한인회장도 "김재수 전 LA총영사가 두 달 전 동포간담회에서 버스를 대절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이동시간이 1박2일이 걸려 버스 한 대를 채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인회장으로서 투표를 권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동포사회에서는 우편투표나 인터넷투표 외에 순회투표소를 설치해 이동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배희철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 회장 등 재미동포 4명은 지난해 6월 "현행법은 공관에서 먼 곳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의 선거권을 제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재외동포들의 이런 불만을 의식, 선거인명부 등록만이라도 우편접수를 허용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권이 없는 이중국적자를 가려내려면 공관에서 제반서류를 접수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해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우편투표 투표와 관련해 선관위는 공관 미설치국 재외국민과 파병 군인에 한정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대리투표 가능성을 두고 정당 간 입장이 엇갈려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중국, 캐나다 등 몇몇 나라는 재외선거를 위한 공관 외 투표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어 순회투표소 설치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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