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시장·교육감선거

곽 교육감, ‘교육 혁신’ 대의를 생각할 때다(경향)

말글 2011. 8. 31. 12:27

곽 교육감, ‘교육 혁신’ 대의를 생각할 때다(경향)

 

입력 : 2011-08-30 21:14:54수정 : 2011-08-30 21:14:54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여당과 보수단체는 물론 야당과 진보 성향의 시민사회단체까지 곽 교육감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그는 “죄가 없으니 검찰 조사를 떳떳하게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선의’라는 토를 달았으나 2억원을 줬다는 실토는 뭐고, 떳떳하다는 건 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임자인 공정택 전 교육감은 도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1년을 넘게 버텼는데 곽 교육감에게는 불법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사퇴하라니 억울하다는 생각이라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인식한 것이다.

검찰의 수사 착수 배경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 우리가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후보 단일화 상대에게 2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진 만큼 법적 판단과 관계없이 이미 그는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정책의 수장이자 교육혁신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했다. 물론 검찰이 주로 돈을 건네받은 박명기 교수쪽 주장에 의존해 피의사실을 흘리는 반면, 당시 단일화 협상 관계자들은 다른 얘기를 하는 등 실체적 진실을 놓고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선거 후 거액의 돈을 후보 단일화 협상 상대에게 건넸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설사 선거 전 후보매수 행위가 없었다 해도 단일화의 대가 말고는 돈의 성격을 설명할 길이 없다. 돈을 전달한 행태 또한 떳떳하지 않은 돈 거래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어떤 이유로도 ‘선의의 돈’으로 볼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곽 교육감 문제로 인해 진보진영이 강구해온 각종 교육혁신 정책들마저 덩달아 훼손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과 보수층 일각은 벌써 이번 사태를 교육감 직선제 탓으로 돌리고 나섰다. 무상급식이나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일련의 혁신정책에 대한 공세도 예상된다. 이들 정책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어 확산 추세에 있는 현안들이다. 개인의 비리를 빌미로 개혁정책에 제동을 거는 여권과 보수세력의 정략적 대응은 흔히 보아온 것이지만, 곽 교육감의 처신이 그러한 공세에 명분을 제공할 소지가 크다.

 

곽 교육감이 진정 교육혁신의 성공적 추진을 바란다면 사즉생(死卽生)의 자세가 필요하다. 법정싸움을 하면서 교육감직을 유지하려 한다면 ‘교육개혁가 곽노현’에 대한 그나마 한가닥의 기대와 신뢰마저 앗아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진보진영의 위기를 극복하고, 교육혁신을 흔들림없이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