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을 되돌아 보며 당선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기대한다.
산야가 봄꽃과 신록으로 물들어 가는 요즘, 아름다운 꽃 이야기 보다는 정치기사가 연신 넘쳐나고 있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끝났지만, 연말의 대선이 남아 있어 정치기사는 쉴 날이 없다.
패자도 용기를 잃지 말아야
선거철이면 무수한 선량들이 자신의 경력과 학력을 내걸고서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목청이 쉬도록 외치는데, 과연 그 가운데 진짜 명품과 짝퉁을 구별해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진짜 명품은 숨었고, 모두 짝퉁만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선거가 끝나서 당락이 결정되었지만, 과연 당선자가 ‘명품 선량’인지 ‘짝퉁 선량’인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당선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불량의 짝퉁이라 판정이 내려져 정당에서 쫓겨나고, 또 법정의 판결이 내려지면 당선이 무효화되는 ‘짝퉁 선량’도 심심찮게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나 명품과 짝퉁은 같이 가는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싸움판에도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기 마련으로 당선자와 낙선자는 있기 마련이다. 당선과 낙선은 하늘과 땅의 차이이고, 큰 시험에서의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차이도 그 거리가 너무 멀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당선자보다는 낙선자가 훨씬 더 많은 경우가 바로 선거판인데, 당선자에게야 수많은 축하의 말이 있겠지만 낙선자를 위로해주는 말은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일. 국회의원에 당선되려고 그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고도, 끝내 성공에 이르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참으로 간절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시험에 낙방했다고, 선거에 낙선했다고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을 때 기회는 또 오기 마련인 것 처럼...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원을 생각한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은 할 수 없이 투표장에 내몰렸을 뿐, 내 손으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선거에 임한 사람은 결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이 나라 국회와 국회의원에 식상해 하고 그들을 불신하게 된 지는 이미 오래다. 18대 총선 때의 46.1%보다는 8% 포인트 높은 54.3%의 투표율이라지만, 두 사람 가운데 겨우 한 사람만이 투표에 참여했을 뿐이다.
또 누가 좋아서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편 가르기 정치에 편승하거나 최악은 피하고 싶다는 고육지책으로 투표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18대 총선 때에 비해서 무소속 당선자가 그 10분의 1인 3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이 혐오하는 정파에 반대하기 위해 덜 미운 쪽에 투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양심적이고 유능한 국회의원으로 평가되던 김부겸, 정태근, 김성식 같은 사람들까지도 탈락하고 말았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투표율
총선의 과정은 연초부터 그 잘난 출판기념회로부터 시작된 총선분위기는 꽃 피고 새 우는 호시절, 환희의 봄마저 국민에게서 빼앗아갔다. 이 나라 이 공동체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이 패거리 논리가 득세하고, 공천이 필수이다 보니 줄서기 공천 자체에 권력투쟁의 연속이었다.
정치란 다양한 계층의 서로 상충하는 권익을 공동선의 방향으로 조정, 국민을 통합하는 능력 또는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참다운 정치인이라면 상반하는 양쪽에서 던지는 돌에 맞아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이 길이 정의의 길이다. 공동선으로 우리는 하나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국회 자체가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되어가다보니 그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렸고, 연년세세 그들의 세비를 늘려나가고 있다.
국회의원 1인당 국가예산으로 지출되는 돈이 연 6억 7천만 원이나 된다. 세비 1억 4천만원, 보좌직원 7명과 인턴 2명 등 보좌진의 연봉으로 3억 9천만원, 각종 수당 및 지원금으로 1억 4천만원, 2백여가지의 각종 특권과 특혜,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지냈으면 65세 이후 매달 1백 20만원의 수당을 받게 되어있다.
작년에만 해도 배우자에게 월 4만원, 자녀에게 2만원씩의 가족수당을 새 규정까지 만들어 챙겼다. 자동차 유지비와 기름 값도 나온다. 45평짜리 방도 공짜로 받는다. 과연 국회의원은 이 나라에서 최고의 직업이다. 국회가 제 일을 다하지 못해도 불로소득 세비는 꼬박꼬박 나온다.
국회의원 자신의 이익보다 대한민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몇 년 전 한 외국잡지가 세계에서 가장 무법적인 의회의 하나로 대한민국 국회를 꼽았다고 한다. 각종 정치쟁점 법안의 처리과정에서 일어나는 몸싸움은 세계 언론의 토픽감이 된 지 오래다. 해머와 전기톱으로 문고리를 부수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국회 안에서 최루탄까지 터뜨리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다.
국회폭력은 일상화 되었으며 저질발언과 막말은 다반사다.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법정기일 안에 합의통과 된 일이 거의 없다. 국회의원에게는 청렴의 의무가 있지만, 국회의원이 청렴하다고 믿는 국민은 하나도 없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2.9%(2010년)로 다른 어떤 기관이나 직업군보다, 훨씬 떨어지는 최악의 수준이다. 탄돌이 국회 때부터 특히 심화된 국회의 저질성은 더해지면 더해졌지 19대 국회라고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도 이번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의 특권과 특혜를 축소하거나 국회를 개혁하겠다는 공약은 그 어디에서도 없었다. ‘국민생각’이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한 것이 전부다. 개그맨 김제동이 “정치가 코미디를 그만두면 코미디도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말해도 대한민국 국회는 아무 할 말이 없다.
게다가 19대 국회의 보혁 의석비 157대 140은 벌써부터 죽고살기식 이념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이다.
지난 4월 11일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나리들, 부디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도록 하시고 지역에서 그동안 자신이 당선되면 하겠다던 지수많은 약속들을 제발 반만이라도 지켜내시기를 간절이 바래본다.
<'바른선거와 깨끗한 나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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