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글

쓸쓸한 풍경

말글 2007. 3. 23. 09:49





        
        쓸쓸한 풍경 
        
                             / 도종환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 
        들 끝의 미루나무 한 그루 
        내 안에 혼자 서 있은 지 
        오래되었다 
        나뭇잎 무수히 떨리는 소리로 
        낯선 산기슭 떠도는 지 
        오래되었다 
        언덕의 나무들은 만나도 
        그 중 쓸쓸한 풍경만 만나고 
        강줄기를 따라 가다가도 
        시린 저녁 물빛 옆에서만 
        오래오래 머물렀다 
        서산 너머로 달이 지듯 
        소리 없이 
        사랑도 저물면서 
        풍경의 안에서고 
        밖에서고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 


      ▷눈 덮인 산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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