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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광풍... 당신도 뛰어드십니까?(오마이뉴스)

말글 2007. 7. 26. 09:57
주식 광풍... 당신도 뛰어드십니까?
[분석] '꿈의 지수' 증시 2000 시대의 명과 암
텍스트만보기    김종철(jcstar21) 기자   
▲ 25일 코스피지수가 종가기준 2,000포인트를 돌파해 2,004.22포인트로 마감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넘어섰다. 25일 종합주가지수(코스피, KOSPI)는 2004.32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지수 1900을 넘어선지 13일만이다. 한마디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의 질주다.

지난 2005년 2월 지수 1000을 넘어섰을 때도, '2000'이란 숫자는 까마득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꿈의 지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2년 5개월만에 달성했다. 내로라는 증시전문가들조차도 이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초 그들이 내놓은 예상 최고지수는 1600을 넘지 못했다.

증시의 못말리는 질주에 증권사들의 시장분석보고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콜금리를 올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경제부총리와 증권사 사장들까지 모여서 시장 과열을 우려했지만 주식시장의 전광판엔 빨간색(상승표시)이 가득했다.

작년 부동산 광풍에 이어 주식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돈이 몰린다... 개미들의 겁없는 투자행렬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마디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왜 몰릴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으로 돈을 벌수 있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 경쟁적으로 금융상품을 팔면서 돈이 쏠리고 있다.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주식형 펀드상품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국내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하루에 들어오는 평균 자금은 2000억원정도. 특히 주식형 펀드(해외 포함) 설정액이 지난 200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다.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던 지난 6월 한달 동안에만 10조원이 늘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뿐 아니라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다 보니 매일 이쪽에서 들어오는 돈이 2000억~3000억원이 된다"면서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을 사지 않을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2000포인트를 넘어선 25일에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내다 팔았다. 8일째 매도공세를 폈다. 주가도 한때 30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개인과 기관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금이라도 주식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심리도 여전하다. 외국계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정아무개(35)씨는 "요즘 직장인의 화두는 단연 주식"이라며 "작년 부동산 광풍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주변에선 일반적금상품 깨고 주식형 펀드로 돌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를두고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면서 "'내일도 오를 거다'는 생각만으로 겁없이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씨알도 먹히지 않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경고

▲ 증권사 지점이 밀집한 서울 명동.
ⓒ 연합뉴스 한상균
금융정책당국에선 현재의 주식시장을 과열양상으로 보고 있다. '돈'을 관리하는 한국은행과 경제부총리까지 나서면서 경고 신호를 보냈다. 증권사 사장들조차 언론 앞에서 긴급 회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 지난 12일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 목표치를 4.75%로 올렸다. 이것만 한 것이 아니었다. 유동성 조절 대출금리와 총액한도 대출금리도 각각 올렸다.

한은 입장에선 시중에 풀려있는 돈을 거둬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당시 한은 관계자는 "콜금리를 포함해 유동성 조절과 총액한도 대출 금리 등 세가지 금리를 한꺼번에 인상한 것은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한은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주가는 떨어지게 돼 있었다. '금리를 올리면 주가는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9.79포인트나 올랐다. 지수는 1909.75를 기록했다.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이날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급상승에 따른 (주식시장의)조정이 일어날 경우 어려움이 나타날수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제 총책임자로서 시장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였지만, 이 역시 먹히지 않았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시중에 워낙 돈이 많이 풀려 있다보니까 한은이 콜금리를 조금 올려서는 유동성 위축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다시말해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은 추가 금리인상과 주가폭락 가능성

문제는 이같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갈 것이냐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주가 조정이 예상되느냐다. 이는 곧 투자 수익에 직결된다.

예상을 묻자, 증시 전문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일부에선 2500, 3000선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나아지고 있고, 국내 경기도 예상 밖으로 빨리 호전되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그만큼 정부 입장에선 물가안정을 위해서라도 추가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크다. 이미 한은쪽에선 추가적인 콜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 주식시장을 제대로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경기가 호전되면 금리인상 요인이 커지고, 이는 유동성 긴축으로 이어지면서 증시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여전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만큼이나, 너무 올랐다는 심리도 커지고 있다. 너나 할 것없이 투자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팔 경우 주식시장이 급하게 조정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증시 상승속도를 두고 외국인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최근 일주일이 넘도록 주식을 내다 팔았다.

따라서 과열 양상의 주식시장이 자칫 폭락하거나 꺼질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물론 손해는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개인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는 어떤 식으로든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가 있다. 이 기관차에 언제 탈 지, 그리고 내릴 지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