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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고 세련되게 떡하니 달라졌어요!(경향닷컴)

말글 2007. 9. 25. 12:40

[특집]젊어지고 세련되게 떡하니 달라졌어요!

2007 09/25   뉴스메이커 743호


우리 떡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외모와 다양한 맛으로 젊은 층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고, 웰빙 열풍에 힘입어 건강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젠 생일에 빵케이크 대신 떡케이크를 준비하는 것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떡의 변신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직장인 윤정희씨(25)는 지난 달 남자친구의 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드리면서 퓨전떡 세트를 선물로 들고 갔다.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윤씨가 사들고 온 떡을 보며 “어디 아까워서 먹겠느냐”며 감탄했다고 한다. 또 형형색색의 작고 아름다운 여러 개의 떡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시며 “너 닮아 예쁜 것만 있구나~”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윤씨의 점수는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이를 지켜보는 남자친구 최정운씨(27)의 입도 귀에 걸렸다. 윤씨는 “어른들을 찾아뵈며 무엇을 사갈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케이크보다 어른들 입맛에 맞고 건강에도 좋은 떡이 괜찮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마침 요즘은 예전과 달리 시각적·미각적으로 훌륭한 퓨전떡이 많아 선물용으로 제격이었다”고 말했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떡카페 성업

떡이 진화하고 있다. 한동안 빵과 케이크 등 서양음식에 밀려 침체를 면치 못했던 떡이 모양과 색상, 맛의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에서 몇천 원만 주면 한 보따리를 살 수 있는 저렴한 음식에 불과했던 떡이 고급 음식으로 거듭난 것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한 떡카페가 성업 중인가 하면 다국적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도 커피와 함께 전통 떡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 선물로 떡 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에도 연인들의 선물로 떡케이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제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궁중병과부문 기능보유자인 정길자씨는 “예전에 떡을 만드는 도구는 시루로, 떡은 무조건 많은 양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에는 딤섬을 이용해 쌀 2컵만으로도 훌륭한 떡을 완성할 수 있다”며 “서양문물이 유입되면서 우리 전통의 떡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지금은 나라 행사에 떡을 올리는 것은 물론 떡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전통 떡 만드는 법을 익히기 위해 내한하는 교포도 많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대부분 뉴욕 등에 떡카페를 내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떡 사업 종사자와 떡 사업체는 해마다 증가했다. 1999년 173개이던 떡 사업체는 6년 후인 2005년 284개로 증가했고, 종사자 수도 331명에서 557명으로 늘었다(아래 <그래프> 참조).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떡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젊은이들. <박재찬 기자>
떡이 젊은이를 포함한 대중 속으로 스며드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보기에 예쁘고, 맛이 좋으며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요즘 떡은 과거와 달리 작고 아기자기한 것이 많다. 먹기 아까울 만큼 얄밉게 예쁜 떡이 수두룩하다. 꽃, 버선, 감 등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여러 모양의 떡이 고객을 맞고 있다. 예전엔 떡을 먹으려면 방앗간에서 떡을 맞춰야 했지만 요즘엔 백화점에만 가도 진열장에서 얼굴을 내민 다채로운 떡을 만날 수 있다. 빵처럼 낱개로도 판매해 구미에 맞는 떡을 선택하면 된다. 푸짐하고 먹음직스럽지만 고물이 떨어져 지저분하고 한입에 먹기 힘들어 두세 번 베어 먹는 등 먹기에 불편했던 떡은 옛말이다. 요즘 떡의 종류는 무려 300여 가지나 된다.

재료도 가지가지. 예전에는 주로 곡식이나 두류, 견과류가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엔 와인, 딸기가루, 커피가루, 우유, 초콜릿, 치즈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일명 ‘퓨전떡’인 셈이다. 그 덕분에 서양음식 맛에 익숙한 젊은 층이 떡을 한층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있다.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붐도 떡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통떡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는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떡·부엌살림박물관장)은 “떡은 빵과 달리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색과 맛, 모양에서 포장지까지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아름답게 변신했다”며 “떡으로 케이크도 만들고 귀여운 단자도 만들며 떡 사이에 각종 야채를 넣은 샌드위치 떡도 만든다”고 말했다.

살찔 염려 없고 몸에도 좋아

백화점에서 선물용 떡을 고르고 있는 주부들.
실제로 쌀을 이용해 만든 떡은 슬로 푸드의 하나로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이 온다. 이 때문에 빵이나 케이크 등 밀가루와 버터 등을 이용해 만든 식품에 비하면 살찔 염려가 없고, 각종 견과류가 들어가 몸에도 좋다. 윤 소장은 “전 세계적인 웰빙바람과 함께 해외에서도 건강식이 확산되면서 쌀에 대한 선호와 맞물려 우리 떡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각종 해외박람회를 통해 우리의 전통 떡을 맛본 외국인마다 ‘원더풀’이라고 외친다”고 전했다.

떡과 함께 각종 차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떡카페도 떡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예쁘게 꾸민 인테리어로 분위기 좋은 카페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다. 다만 아직은 과도기여서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인터넷을 통해 떡을 주문판매하는 곳은 수십 곳에 이르지만 이중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떡카페는 10여 곳 내외다. 빚은, 떡보의 하루, 질시루, 미단, 동병상련, 다미재 등이 있다.

‘질시루’는 전통떡을 보존하기 위해 세운 떡카페의 선두주자로, 50여 가지의 퓨전떡을 맛볼 수 있으며 떡 도시락도 판매하고 있다. ‘미단’은 스파게티 면 대신 조랭이떡을 살짝 삶은 후 해물을 얹고 토마토소스로 마무리한 조랭이떡 스파게티가 별미고, 평창동과 이대 부근에 문을 연 ‘동병상련’은 다양한 떡은 물론 여대생들의 입맛에 맞춘 전통차를 판매하고 있다. ‘다미재’는 떡빙수과 양갱케이크가 유명하다.

떡 프랜차이즈 사업도 인기다. 가장 먼저 떡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곳은 ‘떡보의 하루’. 2004년부터 시작해 현재 전국에 가맹점 100개를 열고 있다. 삼립식품에서 론칭한 ‘빚은’도 전국적으로 매장 수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8년 전 ‘동병상련’을 연 이경미 사장은 “주고객은 20~40대 여성으로 아직은 인터넷 주문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떡이 좀더 대중화하려면 주택가 곳곳에 자리 잡은 베이커리 매장처럼 깔끔한 매장이 증가해 떡카페 간 경쟁도 하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떡 취급매장 확대

생일을 맞아 떡카페에서 떡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는 젊은 여성들.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우리의 전통떡을 팔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 경기도가 (주)스타벅스커피코리아, 한국전통음식연구소와 함께 우리 쌀 소비를 위한 떡 산업 육성을 위해 고안해낸 아이디어다. 서울 2개 매장에서 시범운영을 계획했던 스타벅스는 젊은층의 반응이 뜨겁자 한 달 만에 광화문점을 추가했다. 매장당 하루에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100개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주)스타벅스코리아 홍보팀 박찬희 팀장은 “스타벅스에서 떡을 판매하는 것은 커피와 함께 제3의 문화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스타벅스의 정책과 맞아떨어진 데다 마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위축된 농민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지금은 시범운영 단계이기 때문에 물량이나 메뉴가 적어 빵 판매의 10%에 불과하지만 반응이 좋아 판매 매장을 확대해도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화점에서도 떡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롯대백화점 23개점, 현대백화점 11개점, 신세계백화점에는 7개점이 입점해 있다. 롯데백화점 식품MD(머천다이징)팀 전일호 팀장은 “롯데백화점의 경우 최근 5년간 떡 매출현황을 비교해볼 때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보기도 좋고 먹기도 편한 퓨전떡의 경우 급변하는 식문화의 변화에 대응한 결과 신세대들에게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특히 화려한 모양과 색상이 특징인 일본의 전통떡 화과자가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같은 고객 반응을 토대로 향후 백화점에서는 다양한 색상과 맛을 겸비한 우리 퓨전떡의 적극적인 유치를 통해 우리 떡의 대중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수출 등을 통한 우리 떡의 세계화는 요원한 일일까. 그동안 떡은 저장기간이 짧아 대중화,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1~2일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거나 쉽게 변질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레토르트 떡. 실온에서 6개월간 보존이 가능한 떡으로 기존의 떡과 달리 ‘햇반’처럼 만든 상품이다. 이 떡을 개발한 윤숙자 소장은 “고압 살균기를 통해 만들었기 때문에 6개월간 저장해도 미생물이 생기지 않아 안전하다”며 “그동안 저장기간이 짧아 우리 떡의 해외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레토르트 떡의 개발로 저 멀리 구미지역까지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떡은 영양 덩어리

떡은 주재료가 쌀이므로 우리 몸에 필요한 탄수화물이 풍부하다. 쌀은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보다 생리 기능면에서 우수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필수지방산이 40%나 되고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하다. 또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부재료로 사용하는 콩·팥·녹두 등에서 단백질을, 채소나 과일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을, 호두와 잣 등 견과류에서 지방을 얻을 수 있고, 당귀·승검초·밤·대추·창출·백봉령·구기자 등 한약재가 들어가 건강식이다. 또 떡에 색을 내기 위해 쓰는 재료도 인공색소가 아닌 자연의 산물을 이용한다.

조선왕조 궁중음식 궁중병과부문 기능보유자 정길자씨는 “노란색은 호박·치자, 붉은색은 오미자·백련초·딸기가루, 파란색은 쑥·뽕잎·녹차·수리치·파래가루, 검은색은 흑미·석이버섯·검은깨·검은콩 등을 이용한다”며 “우리 떡은 달디 달아 잘 부패하지 않는 일본의 대표적인 떡인 모찌떡이나 밀가루로 만든 호떡 등에 비해 훨씬 더 건강식”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