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hosun] 홍준표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 인터뷰
"이명박·이상득·박근혜…이름 빌린 비겁한 정치가 한나라 갈등 부추겨"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 홍준표 의원 /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5월 22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단독 추대된 홍준표 의원(4선·서울 동대문을)은 “앞으로 원내대표단이 행정부로부터 국정 현안을 보고 받아 국민정서에 맞는지 스크린하겠다”며 “여당 모르게 추진하는 정책 로드맵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회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안에 대해 미리 야당에 양해를 구하고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몸싸움과 단상 점거가 없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실상 원내대표로 확정된 지난 5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홍준표 의원을 만나보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정권 초반 위기를 맞은 이유가 뭐라고 보나. “좌파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졌다. 정권 교체가 되면 당장 편안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인사문제와 ‘박근혜 파동’, 소고기 협상 문제가 겹치면서 국민을 짜증나게 했다. 정치가 실종됐다는 것이 위기의 첫째 원인이다. 치열했던 경선을 거친 탓에 당내 갈등이 봉합되지도 않았고 네거티브 대선을 치르면서 여야간 대화와 타협도 실종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비판도 많다. “대통령이 정치를 모른다기보다 당 지도부의 공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당헌·당규에서는 대통령의 당무 관여가 금지돼 있다. 당내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데 대통령을 대신해 당 문제를 이끌어갈 사람이 없다. 지금 지도부는 낙선·낙천한 분도 있고, 곧 물러가야 할 입장이라 정상이 아니다. 여야 진용이 짜여지고 18대 국회가 개원하면 대통령도 정상적인 정치 행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고 보나. “출범 3개월밖에 안됐는데 청와대 참모진 등 라인을 바꾸는 것은 성급한 처사라고 본다. 각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은 아직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초기의 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문제가 실수 연발로 이어지고는 있지만 쇄신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국정 시스템의 잘못을 보완해 가는 것이 옳다.”
무엇을 어떻게 보완한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 국회 원내대표단이 세팅이 되면 행정부로부터 보고를 받아 국정 현안에 대해 전부 스크린을 하려 한다. 행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이 국정 지표나 국민감정에 맞는지,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지 스크린하고 예측해 보려 한다. 앞으로 행정부가 국회 모르게, 특히 여당 모르게 추진하는 정책 로드맵이란 있을 수 없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의회의 기능을 중시하지 않는 정부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과거 여당들은 행정부에서 일을 저지르고 나면 잘못을 덮어주는 역할만 하다가 스스로 거수기가 돼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 사전 조정 기능을 발휘할 생각이다. 청와대와도 정책조정위원장단과의 협의를 상설화해 정책을 점검해 나갈 생각이다.”
원내대표단까지 나서 행정부로부터 보고를 받겠다고 하면 반발이 있지 않겠는가. “행정부와 입법부, 행정부와 당의 우위나 열위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국회의 본래 의무인 감시 통제 기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당·정·청이 일체가 돼 정책을 추진해야 국민 동의를 받을 수 있고 정책 추동력이 생긴다. 최근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서로 논쟁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이건 옳지 않다.”
청와대 정무 기능이 약하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는데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당 지도부의 공백과 기능 약화가 청와대 정무 기능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오인되고 있다. 정치는 당이 하는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당이 잘못한 것이다. 청와대에서 모든 기능을 조정 통제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일이다. 지금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실무적인 일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과 대통령이 할 일이다. 당권·대권 분리하자고 해놓고 청와대에서 조정 통제해주기 바라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당의 기능이 회복되면 청와대 정무 기능에 대한 비판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당내 갈등을 치유하고 당을 통합하기에는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지지기반 운운하는 것은 파벌주의를 좇는 사람들의 소수 의견일 뿐이다. 나는 파벌주의를 싫어하고 한 번도 계보정치를 하지 않았지만 ‘인간 홍준표’를 좋아하는 의원들은 많다.”
민주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분들이 많은데 누가 파트너가 됐으면 좋겠나. “어느 분이 되더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 운영이 가능하리라 본다. 원혜영·김부겸 의원은 합리적인 분들이다. 홍재형 의원은 나와 같은 남양 홍씨 종친회 멤버로 개인적으로 대부 같은 분이다. 이강래 의원과는 싸우다가 정이 든 사이다.”
과거 ‘저격수’ 이미지 때문인지 야당과의 원만한 협조가 과연 가능하겠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검사 시절 행적을 두고 튄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정의롭고 바른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2년간 일하면서 여야간 싸움 한 번, 표결 한 번 안 할 만큼 원만하게 이끌어왔다. 과거 잣대만으로 내 정치활동을 ‘돌출적’ ‘돈키호테’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검사 홍준표’만 의식하는 부패하고 더러운 사람들이다. 지난 10년 좌파정권에서 ‘저격수’ 노릇을 한 것도 한나라당의 붕괴를 막기 위해 헌신한 것이었다. 지금 민주당에 가서 물어봐라. ‘그래도 소통이 되는 사람이 홍준표’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한테 ‘형님’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은 것도 나다.”
한 인터뷰에서 ‘미국식 의회제도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했는데 무얼 벤치마킹하겠다는 건가. “미국의 경우 야당에 주요 정책을 미리 설명해주고 타협하는 것을 의회제도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법안 제출권이나 예산 편성권이 다 의회에 있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과 조찬을 하는 걸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우리도 국회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야당에 모든 사안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야 몸싸움과 단상 점거가 없는 국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에게도 이미 야당의 주요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자주 초청해 정책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라고 조언을 한 바 있다.”
최근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슨 대화를 나눴나. “대통령과의 비공식적 만남은 확인해서도 안되고 거기서 나온 얘기를 전파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가장 잘못돼 가는 게 일종의 차명정치다. 대통령하고의 만남을 자기 영향력 확대의 계기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있고, 이상득 부의원장과의 관계를 전파시켜 자기 지위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경향도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표의 이름을 빌려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명박·이상득·박근혜의 이름을 빌려 정치를 하는 비겁한 행태가 문제다. 이런 행태가 당내 갈등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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