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잠행' 속 잠룡들 군웅할거 예고
정몽준 대표직 승계..이재오 당복귀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2기 내각을 이끌 국무총리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지명하면서 여권 내 권력지형도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충청 출신으로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혀온 정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통합 이미지 제고와 함께 여권 내 경쟁체제 본격화란 `포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지난 6월 `정치 2선 후퇴'를 선언한 이후 여권 내에서는 힘의 중심추가 박근혜 전 대표로 쏠리면서 독주체제가 가속화돼왔다.
박 전 대표의 독주 속에 여권 주류 내부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새로운 인물을 키워 박 전 대표와의 경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왔다.
여권 내 이 같은 기류가 이번 개각에 반영됐느냐와는 별개로 정 총리 후보 지명이 그 자체로서 향후 여권 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 총리 후보의 기용은 중도실용과 통합을 위한 목적이 크다"며 "하지만 정 총리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따라 당내 중도개혁파들과의 접점을 찾으면서 세력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정 총리 후보자가 아직 경쟁력을 갖춘 대선후보라고 말하기는 시기상조"라며 "그러나 그의 등장이 일단 여권 내 역학관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정몽준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 승계를 통해 당 전면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칩거'를 끝내고 당 복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어 대권주자들 사이에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를 놓고 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도래하면서 군웅이 할거하는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최대 관심사는 박 전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다.
친박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유럽 특사 역할을 마치고 5일 귀국한 박 전 대표가 또 잠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0월 재보선 지원도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도 불변이라는 후문이다.
이는 정 총리 후보 지명이 박 전 대표를 당장 정치무대로 이끌어낼만한 파급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순방한 데다 친박(친박근혜) 최경환 의원의 입각도 이뤄지는 등 외형상 소통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협력관계로 나아갈지, 아니면 결별 수순을 밟을지 여부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리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여권 내 권력구도 변화와 직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어 정몽준 최고위원의 `부상'도 당내 역학관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12월 `대망(大望)'을 실현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 최고위원은 `당 대표 승계'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오는 7일 재보선 출마로 대표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차점 득표자인 정 최고위원이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정 최고위원은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전대 출마에 이어 이제는 대표직을 통해 당내 입지확보와 함께 정치력을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 복귀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로 이상득 의원의 퇴조 속에 원심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친이(친이명박)계를 재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전 최고위원측은 순리에 맞는 당 복귀를 내세우고 있다. 박 대표의 사퇴로 최고위원 한 자리가 비게 돼 보궐선거로 당에 복귀할 수도 있지만 친박계에서 반대할 경우 굳이 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이 전 최고위원은 원활한 당 복귀를 위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당 복귀가 늦어지더라도 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개혁성향의 소장파 그룹도 차츰 사교육비 대책 등 구체적인 정책에서 차츰 개혁적 목소리를 키우면서 독자세력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들은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당내 중도개혁 세력을 결집시켜 세력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ongwo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9/06 06:2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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