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독도

독도에서는 음식 쓰레기·분뇨 '제로'(조선)

말글 2009. 10. 1. 08:05

독도에서는 음식 쓰레기·분뇨 '제로'(조선)

입력 : 2009.10.01 03:30

경비대, 섬 내 처리시설 갖춰… 태양열 발전 설비도 곧 준공

건장한 청년 40여명이 상주하는 독도(獨島)에서 앞으로는 인간의 분뇨와 음식 쓰레기가 사라지게 됐다.

지난 29일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에서 독도경비대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쳤다. 당번병 2명이 닭뼈, 깍두기 등 잔반이 꽉 찬 플라스틱 양동이를 들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식당 문에서 열 발자국 정도 걸어가자, 구름 낀 하늘 아래 청록빛 바다가 빛나는 절경이 펼쳐졌다. 발밑은 바위 절벽이다.

독도경비대원들이 지난 29일 식사를 마친 뒤‘음식물쓰레기 분해기’에 잔반을 넣고 있다. 이 기기는 미생물을 이용해 독도에 상주하는 40여명의 음식물 쓰레기를 흔적 없 이 처리한다./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당번병들은 이곳에 설치된 가로 163㎝, 세로 120㎝, 높이 135㎝의 음식물 쓰레기 분해기에 잔반을 붓고 잽싸게 뚜껑을 닫았다. 시큼한 냄새가 났다. 지켜보던 조근(37) 독도경비대장이 "냄새는 지독해도 이 안의 미생물들이 하루 만에 감쪽같이 먹어치울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독도를 '배설물 제로(0)'의 섬으로 만들기로 하고, 지난 9일 독도에 1800만원짜리 음식물 쓰레기 분해기와 태양열 에너지 전지판을 설치했다. 29일에는 400만원짜리 15인용 분뇨 분해기도 설치했다.

분해기 2대는 ㈜자연그대로에서 자사 제품을 기증한 것이다. 미생물이 오물에 들러붙어서 오물이 효소가 되고, 이 효소가 발효돼서 기체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구조다. 이날 점심때 먹었던 쌀은 4시간, 닭도리탕에서 나온 뼈는 20시간, 계란탕은 10시간, 깍두기와 나물 무침은 20시간 남짓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독도는 서도(西島)와 동도(東島), 그리고 주변에 흩어진 89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져 있다. 서도(8만8740㎡)에는 김성도(69)·김신열(71)씨 내외가, 동도(7만3297㎡)에는 독도경비대원 40명과 등대지기 등 45명이 산다. 문제는 동도다. 장정들이 매일같이 음식물 쓰레기 20~30㎏과 대소변 상당량을 배출한다. 그냥 땅에 묻거나 바다에 흘려버리면 독도와 인근 해역이 망가진다.

지금까지 경찰은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를 배에 실어 내보냈다. 그 작업이 간단치 않았다. 대원들이 아침·점심·저녁 세 번씩 잔반을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에 넣어 잘게 부순 다음, 볕이 잘 드는 곳에 포대를 깔고 물기를 머금은 부스러기를 고추 말리듯 말렸다. 비나 눈이 오면 3~4일씩 모아뒀다 한꺼번에 말려야 했다. 물기가 다 빠지면 쌀포대에 꾹꾹 눌러담아 두 달에 한 번씩 독도로 들어오는 배에 실어 울릉도로 보냈다. 독도경비대 관계자는 "물기를 다 빼도 두 달간 모으면 10~15포대는 족히 나왔다"고 했다.

대소변도 물과 침전물을 분리하는 정화조를 설치해 물은 바다로 흘려보내고 침전물은 1년 동안 정화조에 고이 모아뒀다 소형화물선을 불러 울릉도로 실어날랐다. 이 작업에 매년 5000만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