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심판하겠다"… "유는 실패한 노정권의 핵심"(조선)
입력 : 2010.05.14 02:59 / 수정 : 2010.05.14 03:48
유시민, 김진표 꺾고 경기지사 단일후보로… 김문수와 격돌
수도권 '친노벨트' 강해져… 盧 전대통령 1주기 맞아 현정권과 대결구도 뚜렷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민참여당의 경기지사 후보로 나섰던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이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싸움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6·2 지방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이번 단일화로 인해 이미 전국적으로 형성돼 있는 '지방선거 친노(親盧) 벨트'가 더욱 강고해졌다는 지적이다. 유 후보는 이날 오전 수원의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경선결과가 발표된 직후 후보수락 연설에서 "야권이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며 "고(故)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이 모습을 보신다면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신생 정당과의 경선을 받아들인 민주당과 김진표 후보를 특별히 칭찬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옆에 있던 김 후보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감사하고 죄송하다"고도 했다. 이날 유 후보는 왼쪽 가슴에 노 전 대통령 1주기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단일화 승리를 예상하다 의외의 결과를 접하고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 협상을 중재했던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도 이번 결과를 의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 ▲ 아깝게 진 김진표 손 잡은 유시민… 경기도 수원‘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13일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의 경기지사 경선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오른쪽)가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되자 민주당 김진표 후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오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선명해진 대결 구도
이날 단일화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과 전 정권의 대결구도는 더욱 선명해졌다. 야권에서는 천안함 정국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지지율 상승이 주춤한 현 상황에서 유 후보가 전체 선거판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그가 부각됨으로써 노 전 대통령 1주기(5월 23일)를 전후해 노풍(盧風)이 불고 지지층의 결집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독주체제를 굳혀 온 한나라당 김문수 현 지사를 따라잡기 위해선 유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과 보수층 일부에 걸쳐 있는 김 후보의 표를 온전히 흡수하면서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마음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 후보에 대해선 응집력이 강한 지지층을 갖고 있지만 강한 거부층 또한 존재하고 있어 표의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의 무응답층은 2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관건은 당원이 30만명이라는 경기도의 민주당 조직이 유 후보를 위해 제대로 가동되느냐 여부이다. 열린우리당 시절 유 후보와 껄끄러웠던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주축을 이루고 있고 그때 쌓인 감정적 앙금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유 후보는 그동안 민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가급적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유 후보는 14일 오전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방문해 민주당이 경선결과를 수용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향후 선거전에서의 지원을 부탁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과 참여당이 동시에 기초단체장 후보를 낸 시흥 등 경기도 8개 지역의 '후보 교통정리'도 유시민 후보가 참여당 내부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 8곳의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은 14일 참여당을 상대로 후보 공천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패닉에 빠진 민주당
제1야당이면서도 수도권 1곳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지 못하게 되자 민주당은 패닉에 빠졌다. 민주당은 김진표 후보가 일반여론조사(2000명)에서 다소 뒤지더라도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1만5000명) 조사에서 역전할 수 있다고 봤으나 실패했다.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과정에 발휘될 것이라고 믿었던 '조직의 힘'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앙당 당직자들 사이에선 "도대체 경기도 국회의원들은 뭘 했느냐"는 불만이, 비주류 쪽에서는 "당 지도부의 전략 부재"라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도의 한 중진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며 "어뢰는 천안함이 아니라 우리 민주당이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부 동요를 추스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정세균 대표는 경선결과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유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야권이 분열하지 않고 통합하는 상황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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