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불법행위

서부지검 '3人의 칼잡이'… "태광·한화 제대로 걸렸다"(조선)

말글 2010. 10. 16. 12:06

서부지검 '3人의 칼잡이'… "태광·한화 제대로 걸렸다"(조선)

  • 강훈 기자 nukus@chosun.com

입력 : 2010.10.16 03:18 / 수정 : 2010.10.16 10:03

서부지검장 남기춘: 盧정권 때 실세들 수사…타협 없는 대표적 强骨
'넘버 2' 봉욱: 재벌 2세 주가조작 수사…꼼꼼한 일처리로 소문나
수사팀장 이원곤: 삼성 경영권 상속 수사…대기업 비자금 전문

 

서울서부지검이 주목받고 있다. 서부지검은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에 이어 태광그룹의 편법 상속 의혹을 수사 중이다.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일선 지검에서 대형 사건을 동시 수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검찰 주변에선 “한화나 태광이 이번에 제대로 걸렸다”는 말이 나온다. 왜 그럴까. 서부지검의 지휘부를 뜯어보면 그 답이 나온다.

서부지검장은 남기춘(南基春)이다. 현직 검사 중 대표적인 강골(强骨)이자 '특수통'이다. 그는 출세보다는 '칼잡이'로서의 명예를 소중히 한다는 평을 들어왔다. 외모나 언행이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비'를 닮았다.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특히 그를 따른다.

남기춘 / 봉욱 / 이원곤
그가 한창 일할 땐 주로 여당 인사를 수사했다. 정권에 미운털 박힌 일을 많이 한 셈이다. 그는 노무현 정권 초기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수사했다. 2003년 대검 중수1과장이었던 그는 현대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150억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박 원내대표는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남 검사장은 지금도 사석에서 "그 사건이 왜 무죄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당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여택수 청와대 전 행정관의 공소장에 적혀있는 주임 검사가 바로 남기춘이다. 그는 대선자금을 제공했던 삼성과 롯데 등 기업들로부터도 경계 대상 1호로 꼽혔다. 그런 남 검사장을 당시 중수부장이었던 안대희 대법관이 총애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었던 2005년엔 당시 실세였던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을 수사했고, 한직(閑職)인 서산지청장으로 옮겨가서도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의 정치자금을 뒤져 여당과 갈등을 빚었다.

정치권과 기업이 그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수사 스타일 때문이다. 한번 움켜진 목표물을 놓지 않고, 어지간해선 상대와 '타협'하는 법이 없다. 그의 이런 점이 집권세력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는 칼을 들었을 때도 곧바로 적장(敵將)을 겨누는 스타일이다. 태광과 한화그룹이 긴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선 남 검사장에 대해 '수사가 거칠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홍익대사대부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남 검사장은 사법시험 25회 출신으로 대검 중수1과장, 대구지검 1차장, 울산지검장을 거쳤다.

/ 조인원 기자
서울서부지검이 최근 압수수색을 벌였던 한화그룹(위)과 태광그룹(아래).‘ 남 기춘-봉욱-이원곤’으로 이어지는 서부지검 지휘라인이 두 재벌 사건을 어떻 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서부지검 '넘버 2'인 봉욱(奉旭) 차장은 겉모습으론 남 검사장과 정반대다. 곱상한 외모에 늘 웃고 있다. 그 '미소'에 당한 피의자들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주가 조작 혐의로 수사받던 재벌 2세들이 봉 차장의 원칙주의에 곤욕을 치렀다는 후문이다. 봉 차장은 일 처리가 꼼꼼한데 그래서 상관인 남 검사장과 수사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의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봉 차장은 사시 29회 출신으로 제천지청장, 대검 기획과장, 공안기획관을 거쳤다.

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형사5부 이원곤(李源坤) 부장검사도 기업 수사에 능통하다. 삼성 경영권 편법 상속 의혹 사건의 주임 검사를 맡았고,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팀에 파견 갈 정도로 대기업 비자금 수사에 일가견이 있다. 이 부장은 동성고와 고려대를 졸업했고 사시 34회 출신으로 대검 연구관, 영덕지청장 등을 지냈다.

그런데 한화와 태광 사건은 왜 하필 '호랑이 굴'인 서부지검에 배당됐을까. 검찰은 금융감독원에서 한화 비자금 사건을 넘겨받았을 때만 해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정치권 게이트로 번지기보다는 그룹 내부 비리에 가까워 중수부가 수사할 사안이 아니라고 봤고, 지검으로 넘길 바엔 용장(勇將)들이 포진한 서부지검에 사건을 주는 게 오히려 낫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한다. 태광그룹 사건 역시 비슷한 사연으로 서부지검이 수사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서부지검은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사건 관련자 주소지가 서부 관할에 있어 우리가 맡았다"고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검찰 내부 인사는 없다. 사건 관련자가 한두 명이 아닌 데다 이번 사건 시발점이 됐던 한화증권의 비자금 계좌들은 서부지검이 아니라 동부지검 관내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경비업체는 지난달 16일 그룹 본사에 압수수색을 들어오던 수사팀을 물리력으로 제지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2명과 수사관 6명이 부상을 입은 것도 한화측엔 큰 악재다. 검찰은 경비업체 소장 등 4명을 구속했고 더 나아가 한화 본사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술집 소란 사건도 서부지검이 맡고 있어 더욱 피곤하게 됐다. 김 회장 아들 동선(21)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바에서 술 취한 상태로 호텔 보안 직원 등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순 혐의를 받고 있고, 용산경찰서에서 서부지검으로 사건을 넘긴 상태이다.

남 검사장과 봉 차장은 "우리가 다른 검사보다 무섭다거나 수사 잘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기왕 맡은 사건, 잘 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