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미영 기자 =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A씨(70). 전국구 후보 35번을 받아 후순위로 밀려나 있던 그는 같은 당의 전국구 국회의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운 좋게'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A씨는 국회의사당에서 제대로 활동도 못해본 이름뿐인 국회의원 신세였다. 2004년 5월4일 의원직 승계와 함께 의원선서를 했지만 16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같은 달 29일까지였기에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26일밖에 되지 못했던 것이다.
6선 의원이었던 B씨(73)의 경우 국회의장을 끝으로 명예롭게 의사당을 떠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의장 재직 당시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인 기업가로부터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들통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6월의 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 두 사람도 여느 국회의원과 다름없이 '역대 국회의원'에 이름을 올린다. 또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더욱이 만 65세 이상의 헌정회 회원들에게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된 '대한민국헌정회 육성법'에 따라 월 120만원씩인 '국회의원용 연금'이 평생 지급된다. 현재 헌정회 원로회원들은 700명이 넘는다.
전직 국회의원들이 받는 이 지원금은 법률적 근거 없이 관례적으로 지급돼 오다가 당시 임시국회에서 지급 근거를 법으로 제정하면서 금액도 1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 1992년 30만원에서 1997년 50만원, 2002년 80만원, 2004년 100만원 등 '국회의원용 연금'은 꾸준히 인상돼 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우리(전직 국회의원)를 이만큼 대접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품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손 대표처럼 정치권 인사들 중에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기여를 해놓고도 퇴직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있다는 점을 들어 연금 성격의 지원금을 계속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적지않다.
하지만 일반 회사원이 20년간 국민연금을 붓고도 월 77만원을 받는 데 비해 국회의원은 4년만 일해도 평생 월 120만원씩 받는다는 점에서 관련법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최근 "헌정회에서 모금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한다면 모를까 범법자 등에게도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올해 안으로 해당 조항을 폐지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9월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국민의 뜻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연로 헌정회 회원에게 매월 지급되는 보조금 폐지▲지방자치단체의 헌정회 보조금 지급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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