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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 의원 171명 전수조사(동아)

말글 2011. 1. 20. 09:34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 의원 171명 전수조사(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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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개헌추진 안돼” 59%… 與문턱부터 덜컥

 




동아일보가 한나라당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헌 설문조사 결과는 ‘필요성에는 공감, 실현 가능성은 희박’으로 압축된다. 지난해부터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대다수 여당 의원조차 이미 개헌 시기를 놓쳤다고 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은 “이번에도 미루면 다음에도 개헌을 할 수 없다”며 막판 동력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25일 예정된 한나라당의 개헌 의원총회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미 물 건너갔다” 의견 팽배

한나라당 전체 의원 171명 중 설문에는 120명이 참여했다. 18명은 설문을 거부했고, 28명은 연락이 안 됐다. 이재오 특임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진수희 보건복지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은 설문에서 제외했다.

설문에 응한 120명 중 110명(91.7%)이나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8명(40.0%)으로 뚝 떨어졌다. 62명은 개헌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국회에선 개헌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권영진 의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헌은 꼭 필요하지만 18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본질은 왜곡되고 갈등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자칫 친이-친박(친박근혜) 간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번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다는 응답자가 23명(19.2%)에 그친 점도 이런 정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48명 중 25명은 “추진은 하지만 가능성은 없다”고 본 셈이다.

 

최병국 의원은 “지금 개헌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당위와 현실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18대 국회에서는 개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답한 의원이 93명(77.5%)이나 됐다. 설문을 거부한 18명도 대부분 개헌에 부정적인 의원들이어서 여당 내에서만 100여 명의 의원이 개헌의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인 셈이다.

○멀고 먼 개헌 합의

이재오 장관을 비롯해 ‘개헌 전도사’들은 개헌 의총이 열려 공론의 장이 마련되면 개헌의 추진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밝혀 왔다. 그 근거로 이미 개헌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개헌을 하기로 결정만 하면 어떤 방향으로 할지는 합의가 쉽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설문결과 개헌의 방향에 대해서도 의원마다 의견 차가 컸다.

소수의견을 제외하면 크게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40명, 33.3%)와 분권형 대통령제(39명, 32.5%)가 팽팽히 맞섰다.

이경재 의원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보듯 외치()와 내치()의 구분이 쉽지 않다”며 “성숙하지 못한 우리 정치문화에서 책임이 모호하면 갈등과 혼란이 커진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보다는 지금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현행 대통령제는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심각하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업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며 “이제 대통령이 직접 국제무대에서 세일즈를 해야 하는 시대인데 내치에 시달려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설령 이번 국회에서 개헌이 공론화되더라도 분단의 현실과 글로벌 경쟁 속에서 권력구조개편 방향을 놓고 의원들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원이 적지 않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권력구조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28명(23.4%)에 이르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권력구조를 바꾸면 상당한 사회적 코스트(비용)가 발생할 것”이라며 “4년 중임제는 3년차부터 대선을 준비하면서 레임덕이 더 빨리 올 수 있고, 분권형 대통령제는 위기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각 제도가 일장일단()이 있다는 얘기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고태은·김도형·이미연 대학생 인턴기자